중급편을 시작하기 앞서
프롤로그는 내 이미 여기에 남긴 졸필이 있으니 그 글을 대강 훑어 보시고 배움이라 함은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며 하늘 따위는 절대 도와 주지 않음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절대 무공의 교본이라 일컫는 소림 36계를 절차를 따르자면, 이제 중급이라 함은 10계와 20계의 사이를 이야기 합니다. 1계는 파, 마늘 따위를 다듬는 초심을 다지는 단계라 하며, 2계와 3계는 다질 것과 빻을 것을 구분함을 의미하고, 4계부터 싱크대를 사수 할 수 있으며, 5계는 수납장별 소스,양념 등의 위치를 선정하고 다듬는데 있습니다. 6,7단계에서 진간장과 국간장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며, 8단계는 자신만의 라벨을 붙일 수 있는 권리를 하사 받고 9단계에 오르면 비로서 채칼을 들고 감자를 깍을 수 있는 지위를 누립니다. (하여 여러 재위에게 당부 드리오니 하급의 사내와 아이에게 칼을 주지 마시오.) 소인이 10단계에 이르러 비로서 부엌의 그 넓은 공간을 책임진다는 소명을 느끼며 한 동안 흐느꼈다는 사실을 굳이 나열하진 않겠습니다. 아직은 칼을 잡지 못하게 하고, 식은 밥이나 라면 따위로 끼니를 연명하는 사내의 낡은 난닝구에 세 줄 까만선을 그어 주는 심정으로 이제 프라이펜을 잡고서 처음 시도하는 요리라 불리는 조리활동은 시정잡배의 찬장에도 고관대작의 냉장고에도 차고 넘치는 혹시 지금도 칼 좀 날린다고 소문난 백씨의 ‘만능간장’질이나 해 보겠다는 ‘무뢰배’들이 있을 줄 아오만, 원래 근본이 없으면 오래 가지도 않을 뿐더러 요란한 그 빈수레 소리에 귀가 따갑게 마련입니다. 요리는 수학입니다. 1차 방정식을 풀지 못하는 아이에게 미적분의 답은 ‘0’-1’1’ 중에 하나다 라는 전대미문의 화두를 던지는 누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 너의 간증을 듣고 싶나니 저 냉장고의 계란으로 서니사이드업을 연성하여라.’ 선지자 마호메트도 그러하셨고, 오병이어의 전능을 행하신 예수께서도 그러하셨듯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 앉히고, 지긋이 눈을 내리깔고 부엌으로 그 긴 손가락을 펼치샤 사내를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분명 첫 결과물은 데우지 않은 프라이펜에 눌러 붙거나 백태가 낀 후라이가 기름으로 코팅된 접시에 올라올 텐데, 님아~~ 그 받잡은 손길을 몰아치지 마소서. 그냥 쿨하게 먹어 주면 됩니다. ‘내 너의 간증을 아니 들은만 못하나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다시 기회를 주나니 어서 연성하여라.’ 이미 프라이펜은 한번 기름이 먹은 상태이기 때문에 두번째 부터는 쬐금씩 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잘된 서니사이트업이 나올 때 까지 ‘닭똥내’를 참아가며 먹고 지시하고 먹고 지시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어느 정도의 각이 나오면, 사내는 사진까지 찍어가며 자신이 만든 창조물의 노른자에 열광하게 됩니다. 토요일 느즈막이 일어나 잠옷을 걸친 선지자의 얼굴로, ‘서니사이드업과 베이컨을 바싹 하게 구워 와서 나와 함께 하자꾸나. 내 너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토스트기로 빵을 굽도록 하마.’ 이렇게 한끼를 책임지는 활동을 육성하시면 됩니다. 기초가 약하고 깊지 아니하면, 결국에는 큰 집을 짓지 못합니다. 주말마다 닭똥내를 참아가며 서니사이트업으로 연명하시어 ‘이제는 다른걸 해보면 안될까요?’ 라는 말이 사내의 입에서 튀어 나올 때 까지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해보시면 아실텐데, 서니사이트업이 막상 쉬운 것 같아도 사진이나 테레비에 나오는 빛깔을 만들려면, 조심스럽게 불을 만지고 프라이펜을 움직여야 합니다. 이런 남자가 결국은 아래와 같은 계란말이는 손쉽게 만들수 있는 기초가 되며
그 끝에는 아파트 아줌마 친목회의 '급 잔치국수 파뤼'에
계란 지단을 고명으로 올릴 수 있는 괴물을 만들수 있습니다.
도전하십시오.!!!!!
나만 이렇게 죽을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