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돌 무렵이 되니 양이 많지는 않아도 잘 먹던 아기가 한동안 제대로 먹지도 않고 간식도 별로 안 먹더니 돌발스럽게 돌발진을 앓았다.
지금까지 아기에게 약을 먹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해열제를 먹였다.
돌발진은 일단 열이 많이 나고 밥을 제대로 안 먹는다는 게 가장 큰 증상이다. 열이 가라앉을 때는 잘 놀다 열이 오르면 보챔이 심해진다. 열이 오르니 당연히 아기는 아파서 자기의 고통을 호소하는데 16비트 랩을 하듯 엄마엄마엄마어부부부어 따따부바 엄마엄마엄마엄마라 하는데 그게 너무 귀엽고 웃겨 소리내지 않고 웃다가 안아주고 눕혀서 맛사지를 해줬더니 할매들 안마 해드리면 내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열은 사나흘 정도 나다 떨어지고, 떨어진 날 바로 열꽃이 필 수도 있고 그 다음 날 필 수도 있다. 열꽃은 자연스레 가라앉으며 연고 등 무언가를 해줘야 할 필요는 없었다.
돌발진을 앓는 아기들의 가장 큰 징후는 보챔이 무척이나 는다는 백과사전의 내용이 참 웃겼다. 문제는 돌발진이 끝났어도 떼쓰기와 보챔과 요구조건은 더 늘고 힘도 더 세지고 자아가 생기느라 그런지 고집도 세지고 여튼 다 세졌다. 그렇지만 엄마도 세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다. 엉엉.
- 아기는 밥을 잘 먹을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다. 며칠이나 제대로 안 먹으면 짜증도 나고 걱정도 되지만 언젠가는 먹겠지 하고 말기로 했다. 소를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 없다는 속담처럼 아기를 식탁에 앉힐 수는 있지만 억지로 삼키게 할 수는 없다. 억지로 자꾸 밀어넣으면 혀로 뱉다 손을 사용해 뱉고 '흩날려라 천본앵' 실사판으로 밥알을 온 집안에 흩뿌리기도 한다.
요즘은 더위 때문에 밥을 잘 안 먹는 경우가 많아 일단 소고기는 꼭 먹여야 하니 핏물을 뺀-소고기의 피는 사람에게 별 도움이 안 되고 소고기 안에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을 생성하게 해주는 뭐시기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이 부분은 과게 분들께서 알려주실 듯]- 소고기를 구워서 살짝 식혀주니 이가 나느라 간질간질한 잇몸놀이 하기도 좋은지 다행히 잘 먹는다. 이 마저 안 먹었다면 아마도 병원 데려가고 영양제 먹이고 철분제 먹이고 힘들었을 텐데 소고기라도 잘 먹어주니 참 고맙다. 으즈마니.
- 잘 먹이고 잘 먹으면 참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라 해도 너무 걱정하지 않고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자세가 주 양육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날이 있었다. 아기는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니 엄마가 걱정하고 짜증내면 아기는 그것을 무척이나 잘 알아차린다. 덕분에 엄마가 미울 때는 일부러 더 안 먹으면서 애 타는 엄마를 보며 웃기도 하곤 한다. 자꾸 부스터에서 나오는 아기를 향해 '식탁에서 나오면 이제 밥은 그만 먹는 거야'라고 하면 처음에는 잘 모르던 아기가 며칠이 지나자 다시 앉기도 하곤 한다.
- 밥을 먹일 때 아기들이 흩뿌리거나 흘리는 문제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거나 걱정된다거나 밥 먹을 때마다 바로 치워야 하는 엄마들께서는 부스터나 식탁의자 밑에 방수요나 빨기 좋고 적당히 큰 깔개를 깔아두시면 좋을 듯하다. 아기가 흩뿌릴 때, 숟가락을 치거나 뱉어버릴 때마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나를 보며 나름 대안이랍시고 방수요를 깔고 먹이기 시작하니 나도 마음이 편하고 아기가 먹는 모습을 더 잘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 돌 무렵의 아기를 잘 먹이기 위해 장난감을 놔두는 일은 어릴 때보다 더 힘들고 먹이기는 더더욱 힘들다. 숟가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할 때이므로 엄마가 사용할 숟가락과 아기가 가지고 놀며 호기심을 채울 숟가락 두 개를 가지고 먹이면 아기가 먹기도 잘 먹을 뿐더러 아기가 가지고 노는 숟가락에 가끔씩 밥을 얹어주면 아기가 입으로 가져가기 위해 애를 쓰며 연습도 하니 조금 어지럽혀지고 더러워진다 해도 훨씬 뿌듯하게 먹일 수 있다. 울며 뿌듯해지는 기분.
- 우리 아기는 어떤 면은 꽤나 빠른데 어떤 면들은 꽤나 느린 편에 속한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여러 모로 좋을 테고 아기도 친구도 사귈 수 있어서 좋겠지만 지금 시기는 분리불안과 16-18개월 사이에 오는 재접근기도 멀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다 두 돌이 되면 보내기로 했다. 그 정도가 돼야 주변의 사람들에게, 또래들에게 호기심을 가지면서 어울릴 수 있다고도 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지금 시기는 혼자서도 잘 놀고 탐구하기 바쁜 시기라 한다.
요즘 들어 더 자주 많이 안기려 하고 업히려 하고 붙어 있으려 하는 아기지만 자기 혼자 놀고 무언가를 할 때는 엄마가 잠시 자리를 떴다 와도 본 척도 안 한다. 아기 차도녀 코스 성공적.
- 우리 아기는 엄마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얼굴을 할퀴기도 잘한다. 특히 새벽에 자주 머리카락을 쥐어 뜯는데 맘마를 달라거나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사인이다. 말은 못하고 불편은 하고 엄마는 자고 있으니 아기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엄마를 깨우다 제일 신속하고 확실한 반응이 오는 것이 머리뜯기였던 듯하다. 그나마 울고불고 하지 않고 엄마를 깨우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더 아기일 때 엄마를 토닥거리며 깨울 때 몇 번 못 일어났더니 그 이후부터 이러고 있다. 그래, 엄마가 미안하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에 하는 쥐어뜯기나 할퀴기는 보복성인 경우가 잦다. 장난 칠 경우일 때도 있지만 말이다. 엄마 아프다고 해도 마찬가지라 이제는 같이 아기 머리를 잡는다. 자꾸 손가락을 깨물 때는 아기에게 손가락을 달라 해서 같이 깨문다. 너도 아프지? 엄마는 더 아파! 하면서. 빈도수가 조금 떨어졌다. 엄마 수준이 점점 아이가 되어간다.
- 반드시 꼭 먹여야 한다는 것들 중에 몇 가지 못 먹이거나 아기의 상황이 안 돼 먹일 수 없거나 하는 경우들은 늘 있게 마련이고, 그런 경우에는 대체재나 다른 음식들을 더 먹인다거나 하는 방법들이 늘 있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먹일 수 없거나 한다 해서 너무 속상해 하지는 않아도 된다. 두유도 반드시 먹여야 한다지만 식용유, 올리브유, 참깨, 두부 등등의 대체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고기도 육아서에 보면 늘 한우를 먹이라고 하지만 호주산을 먹여도 상관 없다. 내 경우에는 오히려 호주산 청정우가 가격도 질도 오히려 더 낫다고 판단해서 한우는 딱 한 번만 먹였을 뿐이다. 유기농 채소가 좋은 줄 알지만 시골이나 배달이 안 되고 자주 장을 볼 수 없는 곳에 살 경우 역시 반드시 유기농 채소가 아니어도 잘 씻고 건강하게 조리해주면 된다.
#모든 육아서의 내용들이 정언명령은 아니다. 보편적이면서 되도록 그렇게 하면 좋거나 통상적으로 그렇게 한다거나 대부분 그렇거나의 내용들의 와중에 상업적 이해관계가 얽힌 것들도 있고 더불어 책임회피-간단한 예로 남은 분유 다시 먹이지 말고 반드시 버려라 하지 않고 먹여도 된다라고 했을 때 벌어질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면 뭐-까지 함께 들어 있다고 본다. 때문에 육아서들은 참고서 수준으로만 보고 차라리 다른 육아맘들 카페나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찌 하는지 등을 보면서 자료와 정보들을 취합해 자신과 아기에게 잘 맞을 것을 새롭게 도출하거나 차용하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 육아에 관련된 책들은 많이 읽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엄마들 끼리 얘기하고 어느 박사가 그랬다 하더라도 그것이 나와 아기의 상황에 꼭 맞는 일은 아니기도 하고 주변지식이 많아야 대처도 그만큼 잘할 수 있으며 새로운 정보들을 계속 취합해야 자신만의 육아철학이라는 큰 줄기를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혹시라도 잘못된 육아철학을 가지고 있었을 경우 그것을 수정할 수 있게 해줄 수도 있다. 육아는 고집만으로 해서는 안 되며, 자기 철학과 육아의 승패 겨루기도 아니고 계속해서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삶이 늘 정답을 찾아갈 수 없지만-삶에 오답은 있어도 정답이 존재나 하나- 더 나은 답을 찾고 잘못된 답을 내렸을 때조차 그것을 반면거울로 삼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더불어 육아는 공부나 일과 같은 게 아닌 한 존재를 키우는 일이기에 더더욱 신중하고 더 많이 반성하고 생각하면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세 살 때까지 끼고 살려고 했는데 방향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애착, 밀착 육아라는 게 24시간 끼고 있는 게 아닌 몇날 며칠 동안 떨어져 지내지 않고 늘 주 양육자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동생이 알려줬다. 아침에 헤어졌어도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역시 애착 밀착 육아라 한다. 늘 붙어 있는 게 아닌.
아기와 떨어져 있으면서 엄마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아기는 나름 자기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법도 배우고 친구와 새로운 놀이들도 하고 나름 즐겁고 재미지게 놀 수 있으니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이 그렇게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 아님을 엄마들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생후 6개월부터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일찍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자주 감기에 걸리거나 하지만 집에서 지내는 아기들도 자주 앓기는 마찬가지다. 만 4살 때까지는 자주 아프고 여러 질병에도 걸리면서 스스로 면역력을 더 키우는 시간이라고 하니 그 점에 대해서도 혹시 아기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서 아기가 자주 아픈가 싶어 마음 아픈 엄마들도 죄책감을 내려놨으면 좋겠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돌이 되기 이전, 분리불안을 겪기 전부터 보내는 게 좋고, 돌이 지난 후라면 재접근기가 지난 후가 좋고, 그도 안 되는 경우라면 아기가 집에 오면 집안일을 못해도 최대한 아기를 많이 안아주고 업어주고 놀아주고 눈맞춤도 많이 하고 말이 안 통해도 얘기도 많이 하면 좋다고 한다.
우리 아기는 엄마가 전업이고 장마가 지나고 여름방학이 지난 뒤에 보내려니 재접근기 시기이도 해서 '네 멋대로 제약 별로 받지 않고 행동하고 놀고 할 수 있을 때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있겠냐' 싶은 자기합리화적 생각도 함께 들면서 두 돌 즈음에 보내기로 했다. 아기 없이 한나절을 동생과 수다 떨고 놀았더니 아기가 더 이뻐 보이고 살 것 같아서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을 정말 진지하게 하면서 참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고 알아보다 내린 결론이니 조금만 더 아기랑 놀아야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눈앞에 확고하게 보이는 아기라는 존재가 나를 영어의 몸으로 만드는구나. 흑.
- 안 돼를 만 세 살까지 하지 말라고 하지만 위험하고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안 되는 것들은 아기에게도 안 된다고 해줘야 한다. 물건을 조금 흐트리고 집을 조금 난장판으로 만든다 해서 안 된다고 해서는 안 돼! 아기가 이것저것 가지고 놀면서 무엇인가 스스로 알아내려 하면서 지적 호기심도 충족하게 해주고 새로운 사물들을 통해 점점 활동과 인지의 폭을 넓혀 나가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놔두는 게 좋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아기가 새로운 물건에 흥미를 보여 칼을 잡고 놀려고 하면 안 돼! 불을 만지려고 하면 안 돼! 차도에 걸어가려 하면 안 돼! 아기들 끼리 투닥거리다 조금 할퀴거나 하면 안 돼! 혹은 경중을 따져 그렇게 하면 나쁜 일이라고 하거나 하는 식으로 아기들에게 안 돼를 제한적으로 사용해줘야 아기들도 큰 혼란이 없고 엄마들 역시 아기들을 위험에서 조금이나마 떨어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제 돌이 갓 지난 아기는 아직도 아침을 먹지 않고 수유로 대신하고 있다. 두 돌까지 젖병 달고 사는 아기들도 있고, 세 돌까지 엄마 쭈쭈를 간식으로 먹는 아기도 있고 참 사람 사는 모습 만큼이나 다양한 아기들의 행태와 발달이 있다. 아기가 걱정될 정도로 안 크고 영양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너무 표준에, 행동발달에 옥죄여 살지 않아도 된다.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엄마였습니다.
#이유식을 먹일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경우 아기가 잘 먹지 않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다시 전 단계로 돌아가서 시작하면 된다고 합니다. 혼자 장이 덜 발달돼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몇 개월에 뭐 해야 하고 몇 개월에 어떻게 해야 하고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아기가 맨밥, 어른밥 잘 먹고 이유식을 잘 안 먹는다고 해서 바로 밥을 먹이는 경우도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그게 더 안 좋다고 합니다. 소화기관이 그 음식물을 소화시키기도 힘들 뿐더러 저작운동을 통해 씹는 연습도 하고 악관절 운동을 통해 뇌도 발달되고 하는데 건너뛰면 저작운동이 안 돼 덩어리를 삼키게 되고 소화기관은 당연히 부담스럽고. 이게 버릇이 되면 나중에도 잘 씹지 않고 밥을 마시듯이 먹게 되는 습관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확실히 안 좋다고 하니 조금 덜 먹더라도 단계는-개월 수가 아닌-는 지켜주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