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메르스 고위험군 중 '면역환자'에 속해있는 여징어입니다. 자세히 말하면 신이식환자라 면역억제제를 먹기때문에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는거겠죠.
6월 3일부터 지금까지 집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요새 든 생각은 백수라 다행히 집안에서만 있다는 거겠죠.
저는 건강을 한 번 잃어봐서 그런지 엄청 예민하게 되더라구요.
지난번에 서울시 공무원시험을 치러 갔다왔는데 (방콕 후 첫 나들이아닌 나들이) 그 후 오자마자 샤워하고 알콜솜으로 제가 밖에서 만진, 가방, 연필, 노트책, 지갑 등등 다 닦았습니다. 그리고 또 그 손에 뭐 묻었을까봐 다시 손을 씼구요. 물론 시험볼때는 N95마스크 위에 일반 일회용마스크 두겹으로 쓰고 갔습니다.
저한테는 동생이 한 명있습니다. 저와다르게 아주 건강해요. 다행이죠.
그런데 제가 요즘 제 스스로 미친년같은 이유는, 가족이 오자마자 씻지 않으면 너무 스트레스가 쌓인다는거에요.
솔직히 언론말대로는 아무렇지도 않은건데 내가 미친년마냥 오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언론을 맹신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저 살기 위해 이러고 있는데, 한편은 오바인거 아닌지. 결벽증인건지. 그냥 미친거 같아요.
거기다가 부모님이 자영업하시는데, 요즘 잘 되지 않으시죠.. 아무래도 경기악화를 제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것은 자영업이니까요.
그런데 TV에서는 무조건 경제활동을 해야한다. 메르스에 개의치말고 해라. 하는데, 아니 이게 다 메르스때문아닙니까?
원인에 따라 나쁜 결과가 나오면, 우선 원인부터 봐야하는거 아닌가요. 그런데 무조건 경제활동하라그러고...
... 계속 집에만 있으니 미쳤나봅니다.
물론 수험생입장이라 집에서 공부만하는게 맞지만, 이게 제 자의로 집에서 하는거와, 밖에 '나가면 안되는'상태에서 하는거와는 또 다르더라구요.
사람들에게도 약속 다 취소하고.. 그냥 모르겠어요. 이거 언제 끝날까요.
저는 살고 싶은데.. 7월달에 서울대병원에서 정기검진도 하러 가야하는데. 만약 거기 가서 제가 걸려버리면 어떡하죠?
오랜 투병생활로 그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다시 느끼고 싶지도 않구요, 만약 저때문에 부모님, 동생 아프면 어떡하죠?
하아... 죄송해요.. 그냥 요새 생각이 많아서 넋두리 했습니다.
맛있는 점심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는 또 살기 위해 공부를 하러 갑니다. (메르스보다 취업난이 더 무서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