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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려요
잘 들려
당신 목소리는 아니지만 당신이 하고 있는 말이란 거 알겠어
서러워서 술 한잔 걸치고는
울면서, 원통해하면서, 슬퍼하면서, 그렇게 적은 편지죠?
그런거죠 당신?
술 좀 줄이라니까
누워버려서, 굳어버려서, 눈물도 안 나오지만
말하고 싶어도, 일어나고 싶어도, 어쩔 도리 없지만
호강 못시켜줘서 미안하다는 당신 목소리는 선명히 들려
잘 들려요
잘 들리니까
그런 말 하지마
당신과 함께 살았던 모든 순간이 내겐 호강이었어
행복이고 축복이었어
내게 같이살자 긴장 가득 떨리는 눈으로 청혼해줬던 때
첫 직장을 구하곤 뿌듯한 얼굴로 현관문 나서줬던 때
하늘에서 내 뱃속으로 내새끼들 내려와줬던 때
난생 처음으로 우리만의 집 구했던 때
그렇게 누워서는 마주보고 웃엇던 때
그 모든 순간들이 하나 버릴것도 없이, 내겐 행운이었어
내게 당신만이 해줄 수 있었던 기쁨이었어
그러니 그런 말 말아요
호강 못시켜줘서 미안하다는 그런 말 말아
너무 자책하지 말고
너무 울지도 말고
나 없이 당신 혼자 오롯이 남게 된 세상
어떻게 보내야 할건지 그것만 생각하도록해요
힘든 모진풍파 겪어가며, 회사에서 꾸역꾸역 버텨가며
가장의 부담감을 이고 여기까지 나와 같이 해주었던 당신이
날 위해 울어주고 있는 지금.
그걸로 된거야
내게 미안해 할 거 없어
난생 처음보는 여기 예쁜 아가씨들도 날 위해 울어주네요
이만한 대접 내가 언제 또 받아보겠어
지난 날들 당신의 아내로 살아와서 행복했어
당신과 나의 아이의 엄마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마지막으로 내새끼들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싶은데
아무렇지도 않은듯 일어나서 꽉 안고선 펑펑 울고싶은데
어쩔 도리 없네
그래도 괜찮아요 섭섭하긴 하다만
이걸로 됐어
잘 들었어요
잘 들었으니까
그만 울고
그만 슬퍼하고
잘 있어요
잘 지내
출처 |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8041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