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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섬 푸른동굴 이야기
게시물ID : travel_127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마비어
추천 : 3
조회수 : 59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17 09: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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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얼마전에 카프리의 푸른 동굴에 다녀왔습니다.

카프리섬 선착장에서 보트로 해변을 따라 몇십분을 가면
반대쪽 해변 절벽에 작은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4인용 나룻배만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높이의 구멍이라서
동굴안에 들어갈때도, 앉은채가 아닌 나룻배 바닥에 납작 누워서 들어가지요.

다만 파도가 높게 일면 50%의 확률로 입장할 수 없는데
다행히도 날씨는 좋았습니다.



2.
하지만 날씨가 좋은 것이
꼭 좋지만은 않더군요.

동굴 앞에서 대기중인 수십대의 보트,
화창한 날씨 덕분에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20~30인용 보트를 타고 와서,
나룻배로 갈아탄 뒤, 작은 배 하나하나 들어가고 나오는 시스템이라서
입장하는데는 꽤나 시간이 걸립니다.

하얀색 폴로셔츠에 베이지색 반바지, 
보트슈즈를 신고서 금방이라도 잡지화보 촬영을 끝낸 모습으로
멋지게 보트를 운전하던 이탈리안 선원도

최근 얼마간
오늘처럼 사람이 많은 날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죠?"
"about 1 hour"

"그럼 들어가면 얼마있다 나와요?"
"jut 5 minute"

함께 보트에 탔지만 각자의 언어로 얘기하던 일본인,대만인,미국인들도
5분이란 말에 너나할 것 없이 웃음을 터트립니다.

선원.jpg


3.
햇살은 따가운데 바다 한복판이라 그늘도 없고
출렁이는 보트에 슬슬 멀미도 느껴집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배에선 느끼지 못했지만
제자리에 서있으니까 작은 파도에도 이리출렁 저리출렁 흔들리니까요.

근사한 해안선과 절벽에 감탄하던 것도 잠깐
어서 빨리 항구로 돌아가 땅을 밟고 싶단 생각뿐,

감동을 자아내던 수평선도 기다림에 지치니까
그냥 바다에 선 하나 그은것 마냥 지루하게 보입니다.


4.
드디어 차례가 왔습니다.
보트에서 일행과 함께 나룻배로 갈아타고 바다에 떠있는 매표소에서
동굴 입장 티켓을 구매합니다.

나룻배도 운이 좋으면, 동굴 안에서 산타루치아를 멋지게 불러주거나
동굴 안에서 잠깐이나마 수영할 수 있게끔 좀 더 기다려주는 사공을 만나지만
그렇지 않으면 팁만 과도하게 요구하는 사공을 만나기도 합니다.

기다림에 지친 사람에겐
그저 동굴속으로 능력껏 빨리 입장시켜 주는 뱃사공이 최고.

운이 좋았는지, 바로 입장할 수 있는 뱃사공을 만났고
주황색 유로를 팁으로 챙겨드렸습니다.


5.
저 작은 입구 속으로 어떻게 들어갈까 싶었는데
동굴 입구에 부착된 쇠사슬을 힘껏 당기면 안으로 쏘옥 들어갑니다.

나룻배에 납작 엎드리고
조그마한 동굴 입구로 들어가는 건
마치 바늘구멍 사진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어둠에 눈이 점점 익숙해지자
필름역할을 하는 기름종이에 바늘구멍 밖의 바다가 비쳐지는 것처럼

잉크를 풀어놓은 것같은 파란색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액체이자 빛이며
빛이자 액체인 푸른색.

어둠과 빛과 바다만 존재하는 동굴이
만들어내는 푸른색은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푸른색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신비로운 푸른색.

겨우 5분의 푸른색은
동굴 속에서 세상 밖까지 바라보게 됩니다.

푸른동굴1.jpg



6.
고민이 많을 때, 혹은 뭔가 생각하고 싶을 때, 
우리는 고개를 들고 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뭔가 일이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때는
청신호가 켜졌다고 하지요.

인생에 가장 빛나고 싱그러운 시대는
청춘이요

배움의 한계를 뛰어넘었을 땐
청출어람이라고 합니다.

푸른색은 희망이자 가능성
도전이고 미래입니다.

물론, 내가 쌓은 성이 모래성인지 알게해주는
파도역시 푸른색이긴 하지만요.

아직 깜깜한 동굴속에 있더라도
기운내야 겠습니다.

동굴 밖 푸른색보다
더 멋진 푸른색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푸른동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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