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대공원에 살던 나비를 통해 고양이란 동물의 매력에 눈을 떳습니다.
지금 그 아이는 없지만, 그아이 때문에 갈 곳 없던 보리가 우리집에 오게 된거죠.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사실 사진 만으로도, 그 ... 개냥이과 생물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새침하게 생겼거든요.
상냥한 성격은 아니라는 말을 들었지만, 상관없었어요. 너무 예뻤거든요.
결론은, 생각보다 더 예민한 아이였어요.
해외여행 따위, 나중에 보리가 무지개 다리 건너면 잘 떠나보내고 실컷 하자고 했습니다.
낯선 병원에만 가면 모두를 공격하고 똥, 오줌 지리고ㅡ 난리가 아니라서 호텔링이나 임보는 생각도 못합니다.
명절은 시댁 -> 친정 바로가면 30-40분 거리지만
시댁 1박 -> 집 -> 친정1박 코스로 밖에 갈 수 없습니다. 보리 밥줘야 하거든요.
깔끔한 성격이여서 화장실도 바로 치워줘야 해서요.
생각과 다른 건 또 있었어요.
개냥이 아니라고 들었지만, 뭐 이쯤되면 우리한테는 그냥 개가 아닐까 싶어요.
티슈만 꺼내들면 뭉쳐서 던져달라고 졸라요. 던져주면, 의기양양하게 물어오죠.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문도 다 열기전에 냥냥 거리면서 난리가 나요.
다리에 비비고 비비고 비비고 비비고...비비다가 발라당 발라당. 최선을 다해서 반겨줘요.
부르면 어디서든 대답해요. 귀찮다고 짜증을 내면서라도, 대답은 해줘요.
언제나, 우리와 한공간에 있고 싶어해요. 우리가 귀찮게 해서 만지는게 영~ 실더라도, 본인 시야에 우리가 닿아 있어야 안심해요.
애가 안보이네, 하고 찾아보면 어디선가 스토킹하듯이 쳐다보고 있어요.
낮잠을 자더라도 꼭 우리곁에.
본격적인 밤잠을 자기전에는 머리맡에 누워서 배를 쓰다듬으라고 들이대요.
손목을 뒷발로 감아쥐고, 고르릉 거려요.
화장실에라도 들어가면 열라고 에옹에옹... 변기에 앉아 있으면 다리사이에 앉아서 잘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나가요.
남편이 그러는데 함께 있다가 내가 잠깐 집을 비우면, 현관앞에서 에옹에옹 구슬프게 운대요.
많이 친해졌다 싶은게 한 8개월쯤 전이었는데, 다 친해진거겠다 싶었는데, 아직도 하루하루 더 친해지는 느낌이예요.
여행이 어려울거다.
털이 많이 날릴거다.
예상외의 비용 지출이 많이 있을꺼다.
다 예상했었던 어려움인데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어요.
발톱은 아직도 못깎아요. 생긴대로 살라고 포기 했어요. 좀 아프긴 하지만 뭐 어때요.
털이 빠지는건 알았지만 털이 뭉치는 건 생각 못했어요. 내 린스보다 비싼 린스까지 써봐도
뒷다리쪽 뭉치는 건 어쩔수 없나봐요. 피부병이나, 통증이 걱정되서 조심스럽게 정리하려고 해봐도 승질에 승질을 내서,
손질이 여간 힘든게 아니예요.
그리고 가끔 남편과 함께 움직일때, 우리가 같이 죽으면 보리는 어쩌나 하는 망상어린 걱정에 시달려요.
또, 나보다 얘가 먼저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눈물이 나고 가슴이 저려요.
얘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참 많아 졌고, 귀찮은 일이 많아졌고, 새벽 네시 반이면 잠을 깨야 하지만
참 사랑해요.
니꺼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