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손으로 일기를 적는다.
오늘이 가기전에 루키에게 적는 편지라 생각하고 뭐든 적고 싶었다.
2006년 겨울..내 패딩잠바 안에 내 품에 안겨 우리 집으로 왔던 루키.
9년이라는 시간동안 쬐그만 너 하나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맑은 웃음, 계산없는 사랑...너 아니면 누가 주고 너 아니면 누구에게 줄 수 있었을까...
어떻게든 안 보내보려고 노력했는데...일요일 밤 집을 나선게 너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더 오래 사랑을 주지 못해서, 더 오래 함께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고...
너의 고통을 멈추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하구나...그 조그만 몸뚱이로 힘든 싸움을 하느라 너무 고생했다 루키야.
비록 살면서 대화 한번 해 보지 못했지만, 굳이 음성이 아니라도 우린 마음으로 눈빛으로 통하는 그런 사이였지?
우리도 행복했지만 너도 행복했으리라 형은 확신한단다. 떠나는 너의 마음도 남겨진 우리만큼 힘들고 슬펐으리라...
이제는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니가 없던 시절로 되돌아 가야 돼.
참 쉽지 않겠지. 적응하기 힘들겠지.
집에 들어왔다고 꼬리치며 반겨주던 너도 없고...가족들이 밥만 먹을라치면 부엌 베란다가서 오줌을 갈기고 나오던 너도...
비만오면 바람만 불면 윗집 아이의 쿵쿵 뛰는 소리만 들으면 무서워서 벌벌 떨다가 형아가 켜 주는 노래소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 또아리 틀고 잠들던 너도..
밥달라고 밥그릇 긁어서 딸랑딸랑 종소리를 내던 너도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루키야..언젠간 너 없는 생활에 또 적응하게 될거야. 그래도 너는 내 가슴속에 머릿속에,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거야.
내가 죽어 없어지는 그날까지도 너무너무 착했던 너를 잊지 않을께..
그리고 언젠가 내가 하늘나라로 가는 날 우리 반갑게 다시 만나자. 그 때도 형 알아보고 꼬리치면서 달려와주렴.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반려견...나의 20대를 함께 해준 너, 루키 양반..루키 신사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하면서, 영원히 너를 기리고 사랑하는 형이 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사랑했고, 행복했고, 너무 착했던 우리 루키야.
좋은 곳에서 편히 쉬렴.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안녕.
-2015. 6.15 PM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