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Forest-에코 브릿지
"여기서 널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너랑 같이 온 뒤로 이 장소를 좋아했어."
"결혼 축하한다는 말부터 해야겠네."
"진심이라면."
"그럼 관둘게."
/500일의 썸머 中
생각이 나서
난 이 말을 참 좋아해요
왜 전화했어? 용건이 뭐야? 왜 주는 건데?
이렇게 물어보는데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오늘은 세 번 생각이 나서 문자 보내요
네 생각이 나서 샀어
이런 대답이 돌아오면
따뜻하고 부드러워져요
갑자기, 온 세상이
/생각이 나서 中, 황경신
내 손등에 그대의 향기 묻어서
어떤 훗날 혀끝에 머물겠으나
그대의 몸 어느 부분으로 나를 불러주었으므로
나는 그대의 모두였으면 한다
/아름다운 이름 中, 김상원
소유욕은 중력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지구가 우리를 붙잡아두려 하는 마음처럼.
/정신과 영수증 中, 정신
밤과 낮이 부딪히는 경계에서 바둑돌같이 단단해지는 구름들, 꽁초를 버리듯 던져버린 이름들. 후―
촛불의 정수리가 가늘게 신음한다. 언제나
너는 악수하는 법을 모른다, 손을 떠나서는.
너 따위를 누가 사랑하겠는가. 잊힌 책갈피처럼 한 페이지의 시간만을 표지하는
너라는 무게.
/이름, 너라는 이름의 中, 이현호
당신이 나를 당신의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면 나는 아이의 얼굴이거나 노인의 얼굴로
영원히 당신의 곁에 남아
사랑을 다할 수 있다
세계의 방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햇살로 가득하지만,
당신이 살아 있는 사실,
그 아름다움을 아는 이는 나 하나뿐
당신은 당신의 소년을 버리지 않아도 좋고
나는 나의 소녀를 버리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
당신이 세상에서 처음 내는 목소리로
안녕, 하고 말해 준다면
나의 귀가 이 세계의 빛나는 햇살 속에서
멀어버리지 않는다면
/안녕 드라큘라, 하재연
(이사하던 날도 그대의 편지를 버리지 못했음)
/허연, 저녁 가슴 한쪽
그래도 나는 아직 그대 꽃병 속에 박힌 봄꽃이에요 봄이 가도 나는 안 가요 갈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대가 가지 않는데,
/나는 그대를, 강정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사랑의 이율배반, 이정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당신의 첫.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그건 내가 모르지.
당신의 잠든 얼굴 속에서 슬며시 스며 나오는 당신의 첫.
당신이 여기 올 때 거기서 가져온 것.
나는 당신의 첫을 끊어버리고 싶어.
나는 당신의 얼굴, 그 속의 무엇을 질투하지?
무엇이 무엇인데? 그건 나도 모르지.
아마도 당신을 만든 당신어머니의 첫 젖 같은 것.
그런 성분으로 만들어진 당신의 첫.
/당신의 첫 中, 김혜순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