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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증3
부랴부랴 공장으로 출근을 했다.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김반장이 출근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니, 어색하였다.
점심에 박씨 아저씨를 만났다.
“석구…저녁에 다들 김반장 문상을 가야하니까 알고 있어.”
“문상이요…김반장 사모님 말씀이죠?”
“응…”
“왜 죽었는지 알게 되었나요?”
“음…글쎄, 별다른 이야기는 없으니까…장례를 치르는 게 아니겄어?”
일을 마치고 김반장의 집으로 갔다.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부조금을 마련했다. 장례식장은 비통하고 어수선했다.
김반장은 이미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고, 김반장의 장모는 넋이 나간 사람마냥 문상을 온 사람들을 초점없는 눈으로 응시했다.
문상을 하고 마당에 깔아 놓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다. 거나하게 취한 김반장이 와 자리에 앉았다. 평소 보아왔던 김반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람이 확 변했다고 해야 하나. 마치 힘 빠진 사람마냥 가만히 앉아 술만 마시고 있다. 평소의 그 빈정대며 상대를 잡아먹을듯한 눈빛은 사라지고 뭔가 나사 풀린 것 같은 모습으로 계속 술만 거푸 마시고 있다. 미우나 고우나 오랜 동료였던 박씨 아저씨가 그 옆에 앉아 뭔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같다. 그렇게, 문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자리에 누워 곰곰히 생각해 본다.
도대체 김반장의 아내는 왜 죽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날 흔들어 깨운다.
헉!!! 김반장이다.
그리고는 나에거 소리친다.
“니가 감히!!! 내 마누라를 죽여!!!”
“무슨 소리에요? 김반장님!”
“이 새끼 너도 죽어”
그리고는 내 따귀를 때린 뒤 목을 조른다.
나도 그간 참았던 울분이 터져 나왔다.
“이…내가 뭘 그렇게 잘못 했냐?”
“뭐 이 새끼야!!”
“나도 성깔 있는 놈이야!!!”
그리고, 있는 힘껏 김반장을 밀치고 얼굴을 흠씬 두들겨 팼다. 회사에서야 계급이 깡패겠지만, 이제 사정이 좀 다르다. 그러다가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있어 그간 참아왔던 분노를 가득 담아 김반장의 얼굴을 내리친다. 김반장의 얼굴이 형태가 없어질 때까지 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정말 기분 나쁜 꿈이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상태였다.
자리옆에 둔 냉수를 주전자 채로 마시고 TV를 켰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악몽을 꿔서 그런지 너무나도 기분이 나빴다. 자리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았다. 그때,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난 문을 열었다.
“석구!!!”
박씨 아저씨였다.
“아니…무슨 일이세요?”
“큰일 났어!!”
“뭔데요” 무슨 큰일이요?”
“글쎄 간밤에 김반장이 죽어 렀다는구만!”
“예!! 김반장이요??”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다.
김반장이 죽었다고?
그렇게 나와 박씨 아저씨는 김반장의 집으로 향했다.
김반장의 집은 아수라 장이었다.
경찰들이 와서 사람들을 통제했지만, 열린 방문 사이로 피범벅이 되어 누워있는 김반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다 보였다. 명백한 타살이었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간밤 꿈이 생각났다.
내가 꿈에서 김반장을 죽인 것이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갑자기 심한 현기증과 구토가 나왔다.
골목길을 내달려 길가에 쪼그려 앉아 토를 했다.
말없이 다가온 박씨 아저씨가 손수건을 건넨다.
“고마워요. 아저씨..”
“음…고마울 것 없네.”
“예…”
“이만 가세…”
아저씨와 나는 사람들이 득시글 대는 사건현장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다 국밥집에 들러 국밥을 한 그릇씩 했다. 박씨 아저씨가 반주로 술을 권해 한잔하게 되었다.
술에 취해…난 어제의 꿈을 이야기 했다.
“아저씨…어제 꿈에…제가 김반장을 죽였어요. 그런데, 꿈에서 본 것과 똑같이 김반장이 죽어 있는거에요. 이게 무슨 조화죠?”
담배를 한대 물고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박씨 아저씨가 말한다.
“그게 과연 꿈이라고 생각하는가?”
“예?”
“아니여…아니여…자넨 몰라”
알지도 못할 말을 하는 박씨 아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무 말 없이 박씨 아저씨는 잔을 든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자꾸 추궁을 해도, 묵묵부답 술만 거푸 마시는 박씨 아저씨를 답답한 눈으로 쳐다본다.
“으흐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
갑자기 큰 소리로 웃는 박씨 아저씨를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아저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석구 자네… 술이 좀 취했지? 이제 내일 아침이면 늘 그랬듯이 자네는 기억이 사라질 것이여.
왜 기억이 안 나는지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능가? 술 때문이라고 얼버무리는게 마음마 편할수도 있겠지만…
내 설명을 하지…자네는 어차피 내일 기억을 하지 못할 것이야. 자네는 내 조정을 받게 되어 있어. 왜냐하면 내가 자네에게
지독한 최면술을 걸었거든…최면술로도 그런게 가능하냐구? 가능하고 말지. 난 오랜 시간동안 최면술을 연구해 왔다네.
자네가 처음 우리 공장에 오던 날…자네를 보고 내 오랜 공부를 실제로 사용해 볼 적임자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네.
그래서, 자네에게 접근해 내 마음을 열어 자네의 잠재의식에 내 최면술을 계속 주입했다네.
사소한 행동하나하나가 다 그런 사인이었지. 흐흐흐.”
“뭐라고요?”
믿기 힘든 이야기 였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아저씨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김반장 부인이 타살 같다는 생각을 했지? 왜 그럴까? 그건 자네가 그녀를 죽였기 때문이야.
김반장이 나온 꿈…그게 과연 꿈이었을까? 아니라네… 그건 내가 계획한 일을 자네가 실행했을 뿐이라네.
증거는 어찌 했냐고?? 그건 자네가 살해하기 전 후 우리집으로 오게끔 암시를 걸어줬지.
그럼, 난 자네의 증거를 깔끔하게 정리한 후 귀가 시켰지. 그리고, 깨어난 자네는 기억이 사라져 있고…”
머리를 망치로 얻어 맞은 기분…그런데, 갑자기 기억이 사라지려고 한다.
“이 이야기도 자네에게 수차례 설명을 했지. 하지만, 기억하지 못할거야. 흐흐흐 내가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이 사인인데 말이야.
그게 뭔지 궁금하지??”
“아저씨…전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자네는 언제나 그 소리구만.흐흐흐 내가 잔을 테이블에 치는 순간 자네는 의식이 점점 옅어지게 되어 있어. 술이 취하는게 아니란 말일세.”
“아…”
“이제 오늘은 누구에게 가느냐? 바로 얄미운 자네 자취집 아줌마야….알겠지?”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한 동네에서 일어난 총 세 건의 살인사건은 온 사회를 떠들석 하게 했다. 범행 수법이 동일했며, 범행이 일어난 장소도 1km반경 안에 있었다. 연쇄살인으로 일단 결론은 났지만, 경찰은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고 수사는 지리하게 진행 되었다.
출근을 했더니, 박씨 아저씨가 말한다.
“석구…나 이번에 공장을 옮기려고 하는데, 나랑 같이 갈텐가?”
“아 그래요??”
“음..보수도 좋고, 김반장 그런뒤로 회사 분위기도 영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
“아저씨랑 함께라면 저야 좋죠?후후”
“그래, 다행이구먼”
“언제 옮기실 건데요?”
“음 일단 이번달만 버티고 다음달에 가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그런데, 옮기는곳은 어디에요?”
“그래,,,어차피 수원쪽 가까운 곳이라 멀지도 않다네.”
“화성이면 이사까지 가야하나요?”
“자네 어차피 지금 사는집 아주머니 그렇게 되고 찝찝하다고 했잖아…경찰은 범인도 못 잡는데 말이야.”
“그렇긴 해요…생각해보면 그날 저도 어찌 될지도 모르는 거였잖아요?”
“그래…여하튼 이따가 일 끝나고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자고”
“예 아저씨.^^”
돌아서는 박씨 아저씨가 씨익 웃는 것 같았는데…기분 탓인가 싶다.
아니겠지....
[기억상실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