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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한
어머니께서 저를 낳기 전에 겪으신 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전. 당시 신혼이셨던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DA동에 할머니께서 소개해주신 어느집의 단칸방에 월세로 살림을 꾸리셨습니다.
그 집은 신식집이 아닌 약간은 오래된 기와집 비슷한 구조였는데, 방 옆에 작은 부엌이 있고 연탄 아궁이가 달린 집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집을 보러 가신 날부터 께림칙함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집을 구경하던 도중 혼자 부엌을 구경하러 들어갔는데 검은옷을 입은 어느 여성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깜짝놀라
“누구세요??”
라고 물어보니 그 여인은 씨익 웃으며 부엌 뒷문으로 나가더랍니다. 그런데, 나가는 모습이 마치 스르르 바람에 날려 가듯이 그렇게 움직였다고 합니다.
밖으로 나와 집주인에게
“혹시 이 집에 다른 세입자가 있나요?”
라고 물어 보니
집주인은
“아휴 무슨 소리유? 새댁?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하더라는 겁니다.
이상한 마음은 들었지만,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서둘러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이사라고 해봐야 살림도 적었기에 간단히 이사를 끝내고 떡도 맞춰 이웃에 돌렸다고 합니다.
요즘엔 보기 드문 풍경이지만, 당시엔 그런 미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피곤하기도 했거니와 당시 임신 중 이셨던 어머니는 일찍 잠에 드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코를 골며 주무시고 계신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어머니를 누군가가 흔들어 깨웠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자신을 깨우는 줄만 아셨던 어머니는 잠에서 깨 눈을 비비셨다고 합니다.
그런데…그 앞에는 낮에 부엌에서 보았던 그 여인이 무서운 표정으로 어머니를 노려보며,
“죽어라 이년!! 죽어라 이년!!”
이러면서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고 합니다.
갑자기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 치시다가
“으악’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셨는데, 그 소리에 잠에서 깬 아버지가 어머니를 깨웠다고 합니다.
식은땀을 어찌나 흘리고 계시던지…
“당신...아기 임신하고 이사하고 그러느라 정신이 없었나봐. 내일 한약방이라도 가서 약 한재 해 먹자.”
라면서 어머니를 안심 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쉽게 잠을 이루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가 누구일까 궁금했지만, 도무지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기억에 없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꿈에서 본 그 매서운 눈빛에 몸서리를 치시며 그렇게 신혼집에서의 첫날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다음날, 시장에 들러 장을 보고 들어오시는데 어느 할머니가 그 집 앞에 서성이고 계셨다고 합니다.
“할머니 누구세요??”
라고 여쭤봤더니.
“아…아니유.”
하며 황급히 자리를 뜨셨다고 합니다.
별 이상한 할머니도 다 계시네 라고 하시면서 집에 들어가셨고 아버지께서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시곤 얼마 안 있어 두 분 다 잠자리에 드셨다고 합니다.
그런데…그날 어머니는 정말 잊지 못할…일어나서는 안 되었던 경험을 하시게 됩니다.
잠이 한참 들은 것 같은데 누군가가 옆에서 흐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깨서 옆을 돌아보니….
어제 나타났던 그 여인이 피 눈물을 흘리며 세상 그 보다 더 무서울 수 없는 표정으로 어머니를 노려보고 계셨답니다.
“이년아…내 서방 훔친 년…이년…죽어!!!”
그렇게 또 어머니의 목을 조르던 그 여인…
어머니는 어제처럼 비명을 지르진 못했고 다급한 마음에 팔을 뻗어 아버지의 옆구리를 꼬집으셨다고 합니다.
잠에서 깬 아버지가 어머니쪽을 보니
검은형체가 어머니의 몸에 올라타서는 한 손으로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한 손으로 임신한 어머니의 배를 마구 때리고 있더랍니다.
“야 이 새끼야!! 너 누구야!!!”
하며 검은형체에 주먹을 날리셨는데, 그 형체는 온데간데 없었고. 혼절한 어머니만 계셨다고 합니다. 그 날…어머니는 안타깝게도 아기를 잃으셨습니다.
밤에 병원에 급히 갈 형편도 안되어 주인집 아주머니가 오랫동안 산파를 하셨던 할머니를 한 분을 불러오셨고, 그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급한 상황은 면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첫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져 계시던, 어느날 갑자기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가 연락도 없이 찾아 오셨다고 합니다.
“내가 하도 느낌이 안 좋고 꿈자리도 뒤숭숭해서 당골레 한테 갔더니 퍼뜩 가보라 한카나?”
하며, 무슨일이 있었는지 꼬치꼬치 캐물으셨고, 어머니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말씀 드렸습니다.
전화가 집집마다 있던 시절이 아니기도 했고, 괜히 걱정을 하실까봐 알리지 않으셨는데…
외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놀라웠다고 합니다.
“당골레가 그라드라, 느집 딸 사는 집에 독한 시집살이 때문에 죽은 그 집 며느리 귀신이 붙었는데, 하필이모. 그게 니 딸이랑 외손주를 노린다고…죽은 아야 우짤수 없는긴데…니 이러다 다 죽게 생겼다 아이가…우얄꼬…”
그렇게 걱정을 하시던 중 결국 외할머니는 할머니를 찾아가 상황을 이야기 하셨고 마침 할머니가 아시는 무당분이 있어 그분을 집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무당분이 집에 들어서자 마자 그 늦가을 서늘한 날씨에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시더니 집주인 아주머니를 찾으시더니
“예끼 이 망할 여편네야!! 이런 방을 임신한 새댁한테 내어줘!!!”
라며 호통을 치시더랍니다.
처음엔 당황하는 것 처럼 모르는척 오히려 역정을 같이 내던 집주인 아주머니는 무당분과 두 할머니의 강한 추궁에 갑자기 모든 것을 실토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집은 이 집주인이 이 집에 살기전 다른 가족들이 살았는데, 시부모님을 모시고 3대독자 아들과 그 아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며느리는 결혼한지 3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았고, 가뜩이나 손이 귀한 집이라 그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는 가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시어머니가 첩을 들여서라도 손을 이어가야 한다며 우격다짐으로 아들의 후처를 들이자 했고, 그렇게 한집에 다른 여인이 들어와 살게된 기이한 삶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싫다던 남편도 자주 그 여인의 방에 들락날락했고 그 여인은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며느리에게 시집살이는 더욱 가혹해 졌고, 두 어른 수발에 새로 들어온 여인의 수발까지 도맡아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며느리가 괴로운 심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던 방에서 스스로 목을 메달아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며느리가 죽은 뒤 그 집에선 이상한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집 시어머니는 밤마다 무언가에 놀라고 쫓기고…새로 들어온 여인도 악몽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 큰집을 헐값에 내어 놓고 그렇게 그 가족은 집을 떠났고 현재 주인집 아주머니네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인집 아주머니네한테는 이상한 일들이 없었고, 되려 그 큰집을 싸게 샀으니 좋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세를 놓았는데 우리 부모님이 들어오신 거랍니다.
무당분은
“야 이 여편네야!! 며느리 한이 덕지덕지 묻은 방구석에 임신한 새댁네에 세를 놓아주다니!!제정신이야!!!”
라며 호통을 치고 결국 우기고 우겨 그 방을 나왔다고 합니다.
무당분의 말에 따르면 그 한이 가득찬 며느리의 원귀가 임신한 어머니를 시샘하여 결국 뱃속의 아기가 그리 되었다고 합니다. 집주인네는 임신한 여인도 없고 하니 그냥 해코지를 안했고 그 방에 사람도 살지 않아서 아무일 없었다고 합니다.
부모님들은 잠시 할머니네 들어가 살며 집을 알아보려 하셨고 집주인도 처음엔 안 된다고 하다가 보증금을 내어 주었다고 합니다. 요즘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지만요.
그렇게, 다시 이삿짐을 싸던 날 간간히 집 앞에 나탔나던 할머니가 또 집을 훔쳐보더니 어머니를 보자마자 도망쳤다고 합니다. 의아해 하던 그때 간간히 얼굴을 텄던 옆집에 사는 비슷한 또래의 아주머니가 와서는 어머니에게 그러더랍니다.
“저 할머니 있잖아요… 저 할머니가 바로 여기 전에 살던 그 시어머니였데요. 집 이사가고 남편은 급살 맞아 죽고 아들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새로 들인 여자도 유산하고 집을 나가고…지금은 다 망해서 저쪽 JG동 근처인가에서 혼자 살고 있다네요. 그런데, 여기는 왜 오는지 몰라. 양심이 있으면 못오지…참”
어머니는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원귀가 된 며느리에게 사죄라도 하러 온 건가 했답니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어느날 그 무당분께 찾아간 일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그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짓던 그 무당분은 어머니와 함께 그 집에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해서 집 이곳저곳을 다시 살폈는데…부모님께서 기거하시던 방의 주춧돌 근처를 파 보았더니 헤진 비단 주머니 하나가 나오더랍니다. 그래서 그 안을 열어보니 부적이 있었고, 다시 또 그 방의 서까래를 보니…잘 보이지 않는 곳에 부적이 여기저기 붙어있더랍니다.
그 부적을 보더니
“망할 할망구가 수를 써 놨구만, 그러니, 그 며느리가 한도 못 풀고 여기 남아 독기만 잔뜩 품었지…에유.”
그리곤, 집주인에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서 제사를 정성껏 차려주고 진심으로 명복을 빌어주라 했습니다.
제사를 지내던 날. 어머니도 그 며느리가 측은한 마음에 아버지의 만류에도 그 집에 찾아가 제사를 모시는 자리에 같이 참석을 했답니다.
그렇게 제사를 모시고 돌아온 그 다음날. 낮잠을 잠시 주무시던 어머니의 꿈에 그 여인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깨끗한 한복을 차려 입고 전에 보던 그 무서운 표정이 아닌 정말 온화한 표정을 짓고는
“새댁…정말 미안해요…”라며 우시기 시작했고, 어머니도 약간의 원망은 있었지만, 그 며느리의 팔자가 하도 기구하고 불쌍해서 같이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그 여인이 어머니에게
“내 미안해서 선물하나 드리고 가요.” 라며 금두꺼비 한 마리를 어머니에게 주었고, 그걸 받아 들면서 어머니는 낮잠에서 깨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저를 임신 하셨다고 합니다.
그 뒤 저에게도 참 기구한 일들이 많았는데, 간간히 그 이야기들을 해 보렵니다.
그 여인이 저를 지켜준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