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븐나이츠 공카에서 본 일이다. 무과금 초보 하나가 자게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4성 태오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태오가 초보는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자게 잉여들의 댓글을 쳐다본다. 자게 잉여들은 그 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ㅆㅅㅌ"
라고 답해 준다. 그는 'ㅆㅅ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4성 태오를 영웅창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시 게시글을 올린다. 영웅창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태오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결장 ㅆㅅㅌ 태오입니까?" 하고 묻는다.
자게 잉여들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태오 어디서 뽑았어? 딱 봐도 무과금인데.. 핵이냐?"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명뽑에서 나왔다는 말이냐?"
"누가 구사황을 명뽑으로 그리 쉽게 얻는단 말입니까? 채팅창에 올라가면 명치는 무사하오?"
자게 잉여는 웃으면서
"ㅆㅅㅌ ㄱㅇㄷ 부럽소."
하고 댓글을 써주었다.
그는 얼른 다시 태오를 영웅창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태오가 영웅창에서 빠지지나 않았나 확인해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4성 태오 스킬 설명을 누를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스마트 폰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루비 얼마로 태오를 뽑으셨소이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폰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갈수 없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루뽑한 것이 아닙니다. 명뽑 푸시보상도 아닙니다. 저 같은 무과금 안될놈에게 어찌 태오가 그냥 뜨겠습니까? 에이스 한마리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공성상자도 세나 하나 먹은적이 없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루비와 토파즈를 하나도 쓰지않고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루비와 토파즈를 체스판 이벤에 하루 두번씩 썻습니다. 이러기를 서른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4성 태오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구사황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태오를 만들었단 말이오? 그 30짜리 영웅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구사황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