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UDER ALERT! INTRUDER ALERT!
RED THIEF, IN the BASE.
"Red thief in base?"
(빰 빰 빠바암─!)
-組織 要塞2 여는 음악-
[자료 1. 팀 포트리스 2. 오늘의 게시물은 팀포2로 막을 열겠습니다!]
1436년의 어느날, 내탕고(內帑庫, 왕실 금고)에 일어난 도난 사건!
타겟은 내탕(內帑)의 금잔(金爵)과 광평 대군(廣平大君)의 금띠(金帶)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내탕고'가 털렸다는 사실.
이건 어떻게 보면 왕실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였습니다.
즉시, 관계자들은 정의구현을 위해(또 일신의 보존을 위해) 임금의 사유재산 금고에 손을 댄 무엄한 자를 찾아나섭니다.
"아아. 궁궐에서 일하시는 식구들, 다 모이셨쎄요?"
"근디 왜 우리를 불러모이라 한거요? 뭐 운동회 한데유?"
"그게 아니라, 내탕고 안에 있던 금잔과 금띠가 도난당했거든요?"
"히익…!"
웅성웅성 시끌시끌 자와자와
"자아─ 그래서 말인데요. 지금 자수해서 광명 찾자고요. 네?"
"……"
"일단 다들, 눈을 감아봅니다. 감으셨어요?"
"………"
"조용히. 양심에 찔리는 사람은 손 들어봅니다. 거참, 안 잡아먹어요. 자수하면 너도 좋
고 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형부까지 좋아지는데, 자자, 자수해요. 빨리."
"…………"
"……………"
"……………"
"모두 눈 떠라. 정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야, 설렁탕 지금 여기 인원 수대로 불 올려
놔라."
"히익! 서, 설렁탕은 왜유?"
"기다려봐. 곧 알게 될테니… 어이쿠, 벌써 왔네 설렁탕! 야. 너 나와봐. 그래. 거기 너."
"저 말입니까?"
"너 설렁탕 좋아하냐?"
"네. 아주 좋아합니다. 고기는 언제나 옳습니다."
"그거 잘 됐네. 그럼 마지막 디저트로 맛있어 보이는 설렁탕."
"우와. 맛깔나게 잘 우렸네요."
"딱 하나 다른 점이 있어."
"?"
"난 말도 없이 (코에) 넣어버리지."
"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네 코에 설렁탕 들어있다♬ 설렁탕을 왜 들고왔냐고? 자. 이렇게 쓸려고 들고왔다. 이래도 진짜 안 나올래?"
[자료 2. 코렁탕]
순식간에 싸늘해진 분위기!
남산 기지를 방불케 하는 수사 방법이 막 시행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예상치 못한 프라─ 블럼이 발생했으니.
"저기요."
"왜 임마? 너도 먼저 설렁탕 섭취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건 알아두셔야 할 것 같아서…"
"뭐를? 범인을 알고 있다던지?"
"아니, 저희 아버지가…"
"아오, 더럽게 질질 끄네. 너희 아부지가 그래서 뭐?"
"영의정 황희 이신데예."
그랬습니다. 그 프라─ 블럼이란, 당시 궁중의 동궁(東宮, 세자의 거처)의 소친시(小親侍, 사환)로
영의정 황희의 아들인 황중생(黃仲生)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물론 황중생 역시 궁중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적용시켜 용의자 중 하나가 되어야 하겠지만,
감히 누가 영의정의 아들을, 더 나아가서는 현 임금 세종의 가장 신뢰받는 정치적 파트너의 아들을 건드릴 수 있겠습니까!
비록 황중생이 서자라지만, 그 역시 황희의 아들. 감히 건드렸다가는 역으로 피바람이 불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
"……"
"ㅋㅋㅋ 그래서 뭐 어쩌라고… 요. 나보고 뭐 어쩌라고… 요?"
"그냥 알아두시기만 하시라고요, 네."
"아나 어이가 없어서 정말… 이요. 느그 아부지가 황 선생님이면 다… 인가요?"
"……"
"…야. 설렁탕 일인분은 취소해라."
"아니, 영의정 아들이면 답니까? 왜 저 놈은 그냥 넘어갑니까?!"
"아따 궁중밥 좀 잡수신 분이 왜 이러실까. 야, 이 분부터 먼저 모셔라."
"이거 놓아라! 이거 놓으란 말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유전무죄 유전무죄에에에!!"
예에. 그렇습니다.
그리하야 오늘의 썰의 주제는 '황희대감 댁의 도련님들'로 선정해보았습니다.
과연 황희 대감님은 자식 농사에 있어, 풍작이였을까요~ 흉작이였을까요~?
지금부터,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을 토대로 썰을 한번 풀어나가보도록 하죠.
1. Q : 왜 황희 대감님만 까나요? A : 黃은 까야 제맛.
[장수 황씨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그랜절로 사죄올리옵나이다.]
내탕고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
한동안 고문과 심문의 쓰나미가 궁중에 몰아닥쳤습니다(중생이 빼고). 하지만...
"어때? 무슨 성과가 있어?"
"에휴, 없어요 없어. 글쎄 코에 설렁탕을 한 그릇 두 그릇 세 그릇, 한 그릇 두 그릇 세
그릇 네 그릇! 부어넣어도 모른다고만 하더라니까요."
"쯧. 어렵구만. 안 되겠다. 여기서 그냥 접자. 응."
심문은 실패.
결국 1436년의 사건은 미해결로 남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났습니다.
"비상! 비상! 비사앙!"
"왜? 무슨 일?"
"내탕고가 또 털렸다아!"
4년 후인 1440년, 또 다시 도난 사건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4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했습니다.
네? 금띠와 금잔보다 더 비싼 물건이 털렸냐고요?
아닙니다.
가치로 따지자면 그보다 더 하잘것 없는, 그래서 더욱 문제가 되는 물건.
바로 세자가 쓰던 귀마개(이엄耳掩)이였습니다.
[자료 3. 귀마개. 물론 이엄은 이것과는 다르게 생겼습니다만, 이미지 자료.]
이건 굉장한 문제입니다.
절도의 목적은 보통 돈, MONEY, 金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귀마개는 돈이 되질 않죠. 그래서 문제라는 겁니다.
귀마개를 훔칠 동기라고 해봤자 '귀가 차가와서요' 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 하잘것없는 이유로 세자의 물건을 훔치다니!
이건, 그런 점에서 왕실을 능멸하는 범죄였습니다.
"야아! 비상대기조 편성해! 비상! 비상! 날자꾸나 비상이다!"
"잠깐만요! 제 뇌리를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용의자가 있습니다!"
"그게 누군데?"
"자, 잠깐 생각해봅시다.
범인이 훔친 것은 귀마개.
이건 돈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범인은, 돈 따위엔 신경 안 쓸 정도로 경제에 여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하나 있잖습니까?"
"그게 누군데?"
"황! 중! 생! 그 황희 아들 말입니다. 소친시로 근무하고 있는."
"…너 잘 생각해라. 네가 지금 건들려고 하는 사람, 전하의 정치적 파트너다. 잘못하면
훅 가는 거 알지?"
"확실합니다.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그리고 이 사건의 용의자로 황중생이 지목되죠.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을 그가 알고 있을까요?
황중생을 조사하기 위해, 황중생의 집에 삼군 진무(三軍鎭撫, 무관의 벼슬 중 하나)가 파견됩니다.
"황중생 씨이? 문 좀 열어주십시오~?"
"조중동 사절! 종교 권유 사절!"
"택배입니다~!"
"와아 택배다! 문 열어드릴게... 당신들 누구야?!"
"삼군 진무입니다. 가택 수색 있겠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찾았습니다! 이엄입니다!"
빙고였습니다.
황중생의 집에서, 이엄(귀마개)이 발견됩니다.
1440년의 가을날, 그렇게 사건의 진상이 베일을 벗게 되고.
이것은 황희 자제분들의 몰락 시나리오 그 첫번째가 됩니다.ⓐ
2. 犬子 제 1호 - 황중생
황중생의 집에서 절도품이 나왔으니, 이제 그를 국문할 차례입니다.
의금부가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죠.
"황중생 씨, 혹시 설렁탕 좋아해요?"
"아니요."
"그럼 순순히 대답하셔야겠네. 안 그럼 설렁탕 (코로) 먹.일.거.예.요? 후후."
"뭐, 뭘 원하시는 겁니까?!"
"4년 전에 금잔과 금띠, 그것도 중생 씨가 훔친 거 맞죠?"
"아니, 아닙니다!"
"아따, 이거 왜 이러실까. 얘들아! 설렁탕 한 그릇 가져와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 제가 한 짓입니다! 다 제가 했어요 흐허허헝!"
잠시 황중생의 자백 타임.
그리고 자백에 맞춰, 황중생의 집에서는 금잔과 금띠가 추가로 발견됩니다.
"성님. 금띠랑 금잔 발견되었답니다."
"아 그래? 중생 씨, 잘 되었어요. 중생씨 말이 맞았네요."
"근디… 문제가 좀 있당께요."
"그게 뭔데?"
"금잔이, 반띵입니다."
"으응?!"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추가로 발생하게 되죠.
금잔이 반쪼가리였습니다.
20냥짜리 금잔이, 11냥만 발견되었거든요.(냥 : 무게 단위. 현재는 37.5g 쯤에 해당함)
의금부는 황중생을 추가로 추국합니다.
"황중생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죠^^?"
"ㄷㄷㄷㄷㄷㄷ"
"나머지 9냥 어디 갔어요? 빨리 부시는 게 신상에 좋을걸요~?"
"……."
"이거, 좋게 말할 때는 안 되는 건가요~?"
"…형님이 가져갔습니다. 보신 형님."
"………."
황중생의 입에서, 그의 적형인 황보신(黃保身)의 이름이 나옵니다.
이제 사건은 단순 절도 사건에서, 영의정의 가족이 연루된 사건으로 그 스케일이 확대됩니다.
3. 犬子 제 2호 - 황보신
"아오 제기랄. 중생이 '형'이라고 부르면, 그 사람도 황희 대감 아들인 거 맞지?"
"그렇죠. 네."
"이거 뭐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니, 원. 일단 보신을 조사해보자고."
조사의 대상은 중생에서 황보신으로 옮겨갑니다.
조사단은 보신에게, 중생의 증언에 대해 질문합니다만, 보신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아 몰라요! 그 놈이 이제 아무나 막 잡고 들어가네?! 난 받은 적 없어!"
부인. 명백한 부인.
그 말을 믿은 조사단은, 중생을 신나게 고문(방략榜掠)합니다만,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죠.
"맞아요 맞다니까요! 보신 형한테 줬어요 흐허헝. 이제 그만 좀 때려요…!"
"진짜야?! 확실해?!"
"맞아요 맞아요…."
"하, 젠장…. 어쩔까요?"
"이놈은 줬다 하고, 저 놈은 받은 바 없다하고. 어쩌냐."
"대질심문이라도 해보죠?"
"그래. 대질심문 좋다. 자리 마련해봐!"
이에 대한 대책으로, 대질심문이라는 방법이 제시됩니다.
그리하야 마련된 형제간의 우애깊은 상봉장.
"이 새키가 서자 주제에 보이는 게 없어? 왜 나를 끌고 들어가고 ㅈㄹ이야?!"
"들고 갔잖아요! 구라 ㄴㄴ해!"
"이게 어디서 약을 팔어?! 구라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안 배웠냐?!"
…뭐, 그다지 훈훈한 상봉은 아닌 것 같네요.
"아 형 이러지 말죠? 네?! 형이랑 첩 윤이(閏伊)랑 같이 있을 때 내가 형한테 금잔 줬지?"
"윤이는 거기서 왜 나오냐 임마!"
"그 때 형이 윤이한테 물었잖아, 이게 진짜 금 맞냐고. 그러니까 윤이가 뭐라 하든? '진
짜 금이네' 하니까 형이 가죽주머니 안에 낼름 넣어버린 거 아냐!"
"윤이가 금은방으로 보이든 임마? 구라 치지 마 이 자식아."
"형 진짜 이러지 말라니까!"
"이러지 말기는 뭘 이러지 마? 이 놈이 지금 지 모가지 날아가게 생겼다고 아무나 붙잡
고 깝죽대는 모양인데, 나 그냥 여기서 나갈란다? 미친 놈 상대할 시간이 없어요 저는!"
"…형 그러면 의금부지사로 지낼 때 말 훔친 거 여기서 까발릴란다. 에라 ㅅㅂ 같이 죽
자."
"……!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아! 야아아!"
"……."
"……."
"…보신 씨, 잠시 거기 앉아주시겠습니까? 이거 조사가 필요할 것 같네요."
[자료 4. 이의 있소! 폭탄 선언을 까발린 황중생입니다!]
폭탄 선언! 황보신이 의금부 지사(義禁府知事)로 지낼 때,
의금부의 말 한 필과 비단 두 필을 빼돌린 것을 황중생이 대질 심문 때 터뜨려버렸습니다.
순식간에 형세는 역전되고, 이제 황보신의 행적이 조사됩니다.
그리고,
"야 이것 좀 보소. 조선의 흔한 양파남.jpg 가 여기 있었네!"
"뭐 걸린 거 있어?"
"의금부에서 언제 한번 금비녀를 매입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보신 저 놈이 몰래 빼돌린 적이 있는 모양이예요."
"허어 그런 천하의 개쌍놈을 보았나."
"그래서 금비녀 주인이 고소하니까 조사해봤는데, 첩 윤이의 머리에 낼름 꽂혀있었던 것이 아닙니까."
"이건 이것대로 심각한데? 그 놈이 우리 의금부 짬밥을 먹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그리고 다른 장물들도 굉장히 많고. 에라이. 조중생만 불쌍하게 되었죠."
"조중생? 황중생 아니냐?"
"아. 황희 대감이 쪽팔린다고 황중생 호적에서 파버렸음ㅇㅇ."
황보신의 죄상이 조사 중에 낱낱히 파해쳐집니다.ⓐ
그리고 그 때 열받은 황희 대감에 의해 호적에서 파여버린 황중생에게는 애도...
결국 황중생은 조중생으로 성을 갈아야만 했습니다.
아, 이게 중요한게 아니죠.
어쨌거나 이 와중에도 황보신은
"아 몰라! 모른다고! 내가 안 그랬어! 난 모르는 일이야!"
로 뻐기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버지인 탓에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고 이건 꽤 문제가 되게 됩니다.
4. 고문하게 해주세요!
[자료 5. 가슴 만지게 해주세요! 대략 이런 상황이 아니였을까...]
보신의 죄를 캐물어야 하지만, 황희의 아들이라 고문이 꽤 껄끄러운 상황.
결국 여러 관리들이 나섭니다.
"전하!"
"오, 의금부 제조(義禁府提調, 의금부의 관직) 아니더냐. 그래, 무슨 일이냐?"
"영의정 황희의 아들인 황보신이 조중생의 금을 낼름 받아놓고도 발뺌하니, 고문을 허락
해주시옵소서."
"예끼 이 사람아. 고문은 자고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하는 것이야. 그런데 이미 진상
은 밝혀졌지 않나. 이 상황에서 고문으로 얻는 게 어디있다고. 재고해보도록."
"전하, 지평 이예손 아뢰옵니다! 보신 한 놈 때문에 옥에 갇힌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까
지는 황희 아들이라 황희 가슴 아플까 봐줬는데, 고문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의금부가 말한대로 하시옵소서!"
"솔직히 보신은 건들지 말자, 응?"
"보신의 첩 윤이도 '범인이 여기 있는데 왜 저만 이래요!' 라고 하덥디다! 이렇게 한 사
람 때문에 여럿 힘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우와, 그거 괘씸하네. 어디서 첩 주제에 남편을 감싸안지는 못할 망정. 걔나
고문해라."
"아니, 이게 아니잖아요!"ⓑ
먼저 총대를 맨 것은 의금부 제조와 대간(臺諫), 형조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임금이였던 세종의 실드는 견고했습니다.
"고문하게 해달라" 라는 요구에,
"죄상이 이미 나왔는데 뭘 더 고문할 게 있겠냐" 라는 나름 논리적인 반박으로 맞섰던 것이죠.
역시 황희는 그의 정치적 베스트 프렌드였던 것이였을까요.
하지만 관리들도 그에 굴하지 않습니다.
"전하! 대사헌 박안신 아뢰옵겠는데예. 보신이가 윤이에게 유청 필단(柳靑匹段, 비단)을 줬다 카데예.
이거 내력을 한번 자세히 파봐야 안되겠습니까. 이거 의심된다니까요."
"에이. 이미 보신이 자백한 일이다. 더 이상 팔게 뭐 있겠느냐. 파려면 저기 아랍 가서 석유나 파오던지."ⓒ
"장령 김소남(金召南)이랑 정언 이계화(李繼和)가 콤보로 아룁니다! 이건 진짜 민폐입니다!
보신이 지금 입을 안 열고 있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습니까?! 이건 고문을 해야 합니다!"
"거 참. 황 영의정 보기 부끄럽게 하네. 응? 우리 이러지 말아요.
내가 어찌 황희의 아들을 고문하리오!"
"전하! 죄인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고 고문을 가하지도 않는 것만 해도 보신은 감지덕지해야 할 판에,
아직도 입을 닫고 구라만 치고 있으니 이제 괘씸죄로라도 고문을 해야 합니다!"
"No. Nein. Non. 안돼. ダメ. 고문 반대. 인도주의 만세."ⓓ
대사헌 박안신(朴安臣)과 장령 김소남(金召南), 정언(正言)이계화(李繼和) 등이 총대를 이어받고 계속해서 극딜에 나섭니다.
하지만 극딜에도 불구, 황희 실드가 마치 만리장성 같은 세종대왕이셨죠.
그러나 실드는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입니다.
11월 17일, 의금부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전하. 압슬 알죠, 압슬?"
"압슬이 뭔데?"
"무릎을 이렇게! 이렇게! 꽉 조이는 고문법인데요. 이거 하니까 조중생이 좔좔 불더라니
까요? 방언 터진 줄 알았어요."
"하고자 하는 말이 뭔데? 고문법 강의?"
"그게 아니라요. 이렇게 상황이 명백한데도 황보신이 승복하지 않으니, 이거 진짜 고문
해야 하지 않아요?!"
"에라 그래 해라 해! 이 정신 파탄자 자식들아. 고문이 그리 좋으면 해라고!"ⓔ
결국 세종은 의금부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결과 : 황보신에 대한 고문이 시작됩니다.
5.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가고...
"전하! 조중생 - 황보신 사건 보고드립니다."
"오오. 그래. 들어보자."
"…'보고 드릴 게 없다. 보신이 아직 불지를 않는다' 라는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나 놀리는 거냐?"
"아직 죄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전하가 일단 보고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건 좀 곤란하죠, 네?"
"곤란은 무슨 곤란?"
"지금 죄를 미리 정해버리면, 나중에 보신 그 놈은 도망칠 것 아닙니까. 내 말
틀려요?!"
"아 뭐 어쩌라고! 내가 왕이다!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내가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까, 이
제 거기에 대해서는 SHUT UP!"ⓕ
일이 이 지경이 되어서도 세종 대왕 께서는 실드질을 멈추시지 않습니다.
결국 킹 세종께서는, 세종 22년(1440년) 12월 19일 장령 김소남과의 회화에서
'내가 보신에게 은혜를 베풀고자 한다' 라고 고백해버립니다.
네, 솔직하지요.
'내가 정치적 파트너 감싸는 건데 뭔 불만?!' 이라는 소리올씨다.
그리하야 하루 후인 12월 20일, 황보신에 대한 최종 처벌이 나옵니다.
"전하. 본래 율법대로라면 황보신은 곤장 1백대에, 3천리 밖으로 유배보내고, 이마에 크
게 도장 하나 찍어야 합니다만..."
"물론 DC 해야지. 유배는 일단 속(贖)으로 바치게 해주고, 도장? 아아. 자자(刺字) 말하
는 거지? 야. 이마에 문신 찍으면 쪽팔려서 어떻게 사냐. 그거 면제. 그냥 곤장 1백 대
만 때리고 끝내라. 황희 아들이라 용서해 주는거야."ⓖ
[자료 6. 크세르크세스 1세. 영화 <300>에서는 무슨 후로게이로 나왔죠. 성경의 에스더 서에 나오는 왕이기도 합니다.]
관대. 관대. 관대!
마치 크세르크세스의 재림을 보는 듯한 이 충격과 공포!
유배와 자자형을 모두 감해주고, 장 1백 도만으로 33관(약 123kg)의 장물을 빼돌린 죄를 용서해주다니요!
(물론 관직 박탈에 과전 몰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황희 대감은 은혜를 몰랐습니다.
바로 다음날인 12월 21일...
[자료 7. 사직서]
"전하."
"어라? 영의정 아니냐! 요즘 고생 많았지? 어라? 그 봉투는 뭐냐?"
"사직서입니다."
"하하. 그래. 사직서. 그래… 으잉? 뭐? 왜? 뭐? 왜? 뭐땜시? 사직?"
"신은 인재가 못되옵는데, 그릇 성상의 깊은 돌보심을 입사와 외람되게 대사(臺司)의 장
(長)이 되었사오나, 직무에 태만한 지 이미 오래이고, 노병(老病)이 더하여 정신이 아득
하와 정사에 종사하여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재삼 파직을 원하였사오나 윤허하심을 입
지 못하여, 꾸부러진 몸과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얼굴로 힘써 종사하여 왔습니다마는,
오늘날 신의 아들 황보신(黃保身)의 죄악이 가득 찼고..."
"한 줄 요약."
"아들놈들 때문에 등청하기 쪽팔립니다. 사직하겠습니다."
"안돼. NEVER. 거절. REJECT. 들고 돌아가. 이러면 내가 네 아들 감싸준 이유가
없잖아."
"저도 쪽이라는 걸 압니다. 이대로 가면 제 체면이 뭐가 되겠습니까. 먼 훗날 모 유머
사이트에 '영의정 대감 댁의 자식 교육' 이라는 제목으로 개드립 글이 올라올 걸 생각하
면 아찔하기만 합니다."
"지금이 내가 즉위한 지 20년쯤 된 해니까... 앞으로 10년은 더 써먹어야 해. 10년 후에
나 사직서 들고오도록."
"그 말 들으니 더 아찔하네요."
12월 21일, 보신의 형이 확정된 지 하루 후, 사건 당사자들의 아버지 되시는 황희 정승은
사직을 신청합니다만 세종대왕이 윤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걸로 끝.
뭐, 여기까지로 황보신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황보신 사건은요.
6. 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료 8.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땅은 제 동생의 땅인데요.
이제부터 땅 주인의 도움 없이 이 차를 이 땅을 제 땅으로 바꿔보겠습니다.
일단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척박한 땅이 필요한데요.
먼저 죄를 지어 압류되는 황보신의 땅을 제 척박한 땅으로 바꿔치기했습니다.
일년도 채 되지 않아 국가에서는 황보신의 질 좋은 땅 대신 제 척박한 땅을 압류합니다.
이제부터 이 질 좋은 땅은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조세를 거둘 수 있는 겁니다.
"전하 쨔응 전하 쨔응~♬ 내가 무슨 소식을 들고 왔게에~?"
"오오. 사헌부에서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
"작년에 있었던 황보신 사건 기억나?"
"그 일을 왜 또 꺼내는데? 내가 말했지? 황희 아들 건드리기 싫다고!"
"아냐 아냐♪ 이번에는 다른 사람. 황치신이라고 알아?"
"…걔도 황희 아들이냐?"
"정~답♩ 그런데 이번에는 걔가 한 건 했다?"
"뭔 짓을 했는데?"
사건으로부터 약 반년이 지난 1441년 6월 11일.
이번에는 황희의 또 다른 아들인 호조참판 황치신(黃致身)의 스캔들이 터집니다.
"글쎄 있지, 황보신의 땅을 압류해야 하는데 있지, 황치신이 그걸 자기가 가진 척박한
땅과 바꿔치기 한 거 있지! 응? 이거 국가 능멸죄 아냐? 어떻게 생각해?!"
"...파면시켜."
"우와, 이번에는 대답이 시원시원해서 좋다 히히."
스캔들의 내역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압류되어야 할 땅을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땅과 바꿔치기' 였죠.
참다참다, 실드질을 치다치다 한계가 온 세종은 이번에는 빠르게 파면을 허락합니다.ⓘ
"아오 샹. 실드를 치려고 해도 뭐 끝이 없어! 황희 이 인간은 대체 자식교육을 어떻게
한거야?!"
아마 당시 킹 세종은 이렇게 한탄했지 않을까요.
7. 전멸! 저언멸!
이리하야 장남 황치신, 차남 황보신, 서자 황중생이 모두 비리의 쓰나미를 맞고 나가떨어집니다.
남은 사람은 막내 황수신(黃守身) 뿐인데요.
그래도 이 황수신이라는 분은 영의정까지 나가는 등, 한 가닥 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전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 분의 행적을 보는 것은 세조실록의 졸기(卒記, 부음, 인물의 사망 후에 그 인물의 평가를 적어놓은 것)
한 편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문 / 조선왕조실록 세조실록 / 국사편찬위원회 / 남원군 황수신의 졸기]
(전략) 그 사람됨이 골모(骨貌)가 웅위(雄偉)하고, 성자(性資)가 관홍(寬洪)하여, 재상
(宰相)의 기도(器度)가 있었으며, 경사(經史)를 조금 섭렵(涉獵)하여 이치(吏治)에 능하
였고, 정승이 되어서 대체(大體)는 힘썼으나, 처세하는 데 능히 방원(方圓)하게 하고,
세상과 더불어 부침(浮沈)하여, 누조(累朝)를 역사(歷仕)하면서 크게 건명(建明)7885)
함이 없었고, 회뢰(賄賂)가 폭주(輻輳)하여 한 이랑[一畝]의 밭을 탐하고, 한 사람의 노
복을 다투어서, 여러 번 대간(臺諫)의 탄핵(彈劾)을 받는 데 이르렀으므로, 당시 사람들
이 말하기를,
“성이 황(黃)이니, 마음도 또한 황(黃)하다.”
하였다. (후략)
[현대어 해석]
(전략) 그 인간이 뭐, 나름 하기는 했는데, 해먹은 것도 많아서 탄핵을 여러번 받았거든?
그래서 사람들이
"성이 황씨니까 마음도 황(黃, 여기서는 부정적 의미로 쓰임)하다"
카더라.(후략)
물론 앞서 나온 절도죄나 장물 유통 등에 비해서는 그럭저럭인 죄입니다.
하지만 황수신 역시 비리로부터 깨끗하지는 않았죠.
뭐, 이건 뭐, 아버지 되시는 황희도 '청백리'는 아니였으니 뭐,
그냥 넘어가죠 뭐 ^ㅡ^
어쨌거나 요약입니다.
황희의 아들은 황치신, 황보신, 황수신- 이 세 명에
서자인 황중생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황중생의 절도 사건을 시작으로 황보신의 공금 횡령, 황치신의 땅 바꿔치기까지
연타로 터지면서 이 중 세 명이 한꺼번에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맙니다.
이 상황을 네 글자로,
호 부 견 자 (虎父犬子)
라고 한다지요.
네? 그러고보니 이 일의 시작, 황중생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전하. 조중생은 어떻게 할까요?"
"아. 내가 서자까지 챙겨주게 되었냐? 법대로 해."
"예. 그럼 일단 머리와 몸통을 depart 시켜드리겠습니다."
얄짤 없었습니다.ⓚ
8. 결론
[자료 9. 뉴스 기사. 잘 한다, 잘해]
사실, 이 주제를 버스 안에서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 버스 라디오에서 이런 소식이 들리더군요.
"재벌 2세 마약 투약혐의로 검거..."
역시 자식교육은 고래로부터 이어지는 덕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래 모든 교육의 시작은 가정에서 이뤄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건 옛날이고 지금이고, 상류나 하류나 다 마찬가지일 듯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황희 정승 아드님들의 일화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黃喜 懼夫
1363~145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