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범한 28살 유부징어.
남편도 평범한 35살 유부징어.
저는 방과후학교 강사로 월 70~80 용돈벌이 수준으로 쪼금 벌고요
남편은 보너스 포함해서 급여가 연 300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둘다 배고픈 딴따라하다가 눈 맞아서 결혼해서 벌어놓은 거 없이
남편 원래 살던 원룸 보증금 빼서
월세 투룸에 결혼하기 7개월 전에 살림부터 합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급하고 좋았는지.. 흠흠..ㅋㅋ
합가하고 남편이 취직하고 저도 조금씩 벌면서 식 준비를 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펜션 잡아서 친한사람 불러 술이랑 고기랑 진탕먹으면서 하는 결혼식 꿈꿨는데
현실은 ..ㅋㅋㅋㅋ 그냥 평범한 결혼식 했습니다
예식비용 100씩 50씩 나누어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 이런식으로 끊어끊어서 내서 치뤘습니다.
예물 예단 혼수 다 ~ 안하고
투룸에 각자 쓰던 가구 가져와서 낡아서 못 쓰는 것만 하나씩 하나씩 새거 들여놓고 ..
냉장고만 저희 친정부모님이 좋은 거 하나 사주셔서 감사히 쓰고 있어요 ㅎㅎ
일부러 싸게 하려고 윤달에 결혼해서
드레스+신랑신부 메이크업+폐백음식+혼주화장 2인+부케+코사지 등등 200
(스튜디오 촬영 빼고 액자촬영만)
대관 100, 식대 대략 더파*뷔페에서 했는데 800 정도 들었어요
신혼여행 인당 180(약 380) - 호텔 2박 풀빌라 2박 발리
식대 빼고 총 비용 700 정도 들었어요
그간 쓴 거 축의금이랑 정리하고 나니 1500 정도 남아서 부모님 다 드렸는데
저희 300 주셔서 저희 용돈 조금 쓰고 신혼여행지에서 선물사서 돌려드렸구요..
그렇게 결혼하고 벌써 8개월이 지났네요
같이 산지는 1년 3개월 정도 되었는데
저희 부부는 피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니게,
날짜로 피임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여태까진 굳이 만들진 않지만 생기면 낳자 ! 라는 주의여서
별 의미없는 피임법인 "가임기만 피하자" 피임을 했는데,
(피임으로 의미없는 방법인 거 아시죠?)
이달부터는 남편 정관수술 할 때 까지만 제가 피임약을 먹습니다.
아이 낳는 걸 부부간 상의 끝에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그냥 날짜로 피임하던 때랑 지금이랑은 기분이 많이 다릅니다.
나이도 어린데, 몸도 성한데 섣부른 결정한 것 아니냐 하는 어른들도 계시겠지요..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잘 기를 자신이 없어서요
제 밥그릇 타고 난다는 말도 있지만..
자식이 뭔가 하고 싶은데 힘껏 못 밀어줄까봐도 무섭고..
빚내서 아이 길러야하는 비빌 언덕이 없는 현실도 두렵고요..
그래서 저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우리 부모님, 남편 부모님께 넉넉하게 효도하고
저와 남편 서로에게 부족함 없이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출산을 포기했습니다..
저희 생활이야 지금 버는 수준이면 1년에 한번쯤은 신혼여행 가던 때 처럼
여행도 할 수 있고 저금도 할 수 있고 곧 집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행이랑 공동소유겠지만요)
빚내서 여행하고 또 갚고, 다 갚으면 또 빚내서 여행하고..
그렇게 가볍게 살고 싶어요 .. 너무 열심히 사는 것도 싫고요..
(열심히 사는 분들 비하하는 거 절대 아닙니다)
보험도 실손보장에 나중에 연금으로 타서 쓸 수 있는것으로
부양해 줄 가족이 없으니 신랑이랑 저 하나씩 가입했고,
남편이 모든 수익 관리를 하고 조금씩 모으면서
신용카드는 남편 꺼 단 하나. 그 카드를 가족카드 발급해서 저도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플스4도 지르고 먹고 싶은 거 있음 먹고 가고싶은 곳 있음 가고
그렇게 재미나게 큰소리 안나게 돈 때문에 얼굴 붉힐 일 없이 소박하게 알콩달콩 살고 있어요
써놓고 보니 글이 참 두서가 없네요ㅋㅋㅋㅋ
그냥 금수저는 커녕 분홍색아이스크림 숟갈 물고 태어난 사람은
이렇게 결혼해도 행복하게 산다.. 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너무 겁내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라고요..
결혼 포기하시는 분들이 안타까운게 고민이라서 고게에 썼어요
익명으로 할까 하다가 뭐 숨길 게 있나 싶어서 그냥 안익명 ㅠ ㅠㅎㅎ
주제넘지만 다들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날 더운데 , 그리고 시국이 흉흉한데 건강 유의하세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