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해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 동네병원 의사의 현명한 대처 덕에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사하구 괴정동 임홍섭의원은 지난 7일 메르스 확진 환자 박모(61) 씨가 다녀간 병원이라는 게 공개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당시 임홍섭(52·사진) 원장이 뛰어난 상황 판단력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사의 책무'를 다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임 원장은 박 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6일부터 자택 격리 중이다. 임 원장이 찬사를 받는 것은 박 씨가 당시 기침도 하지 않는 등 전형적인 메르스 환자의 증상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박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보고 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임 원장은 "메르스로 의심했을 뿐 나도 확신하진 못했다"면서도 "이상하게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은 아파도 고열이 나는 경우가 드문데 당시 환자의 열을 재보니 38.7도였다"며 "설명할 수 없는 고열과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메르스를 의심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 방문 이전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다는 글을 읽은 것이다.
임 원장은 곧장 보건소에 연락했다. 하지만 보건소는 매뉴얼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급차를 지원하지 않았다. 임 원장은 "보건소 입장에서는 열 나는 모든 사람을 검사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정부 지침을 제대로 따른 것"이라며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소 측과 통화한 후에도 끝까지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임 원장은 박 씨를 동아대병원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때 박 씨에게는 세 가지를 당부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택시를 타면 차량 번호와 기사 이름을 외워둘 것, 그리고 병원에 도착하면 외래진료실을 거치지 말고 응급실로 곧장 갈 것. 그는 "혹시라도 메르스가 맞다면 불러올 수 있는 파문이 크기 때문이었다"며 "우리 병원에 왔을 때도 다른 환자들을 고려해 외부에서 박 씨를 면담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결국 사흘 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임 원장은 현재의 메르스 대응법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의사가 메르스를 의심한다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좀 더 유연하게 검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이런 질병은 다소 과잉 대응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메르스 환자를 단박에 알아보긴 했지만 지금 임 원장의 병원은 세간에 '메르스 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임 원장은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고령인데 많이 놀라셨을 것 같다"며 "병원을 기피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도 부산 사하구에 살아서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이런 뒷 얘기가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