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앞서 언급한 ‘분리주의 성향의 여성운동’은 비록 엄격한 의미에서 (여성이슈 외의 그 어떤 사회이슈도 거부하는) ‘분리주의 페미니즘’ 조류와 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광의의 ‘성대결 프레임’을 수용했다고 보인다.
급진 여성운동의 이러한 분리주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5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성명이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는 비장한 선언으로 운을 띄운 성명은 “우리는 달라졌다. 달라진 우리는 너희들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 (중략)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달라진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너희들”은 해당 성명을 보도한 각종 기사에서 명시되어 있듯이 “남성사회”를 전반을 의미한다. 성폭력 가해 구조를 남녀 분리주의 프레임 아래 표상하는 전형적인 언행이다.
여기서는 이미 남성집단 전체가 잠재적 가해자이자 적으로 상정되어 있다. 지난날 메갈리아 이슈 때 여성계가 취한 태도와 판박이다.
그러나 남녀 간의 분리주의적 프레임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여성 피해자는 34.4%, 남성은 25%로 나왔다. 또한, 노동자 한 명이 6개월간 겪은 평균 성희롱 횟수는 6.36회였는데 이 중 남성의 평균 피해횟수는 6.79회로서 여성(5.79회)보다 더 높았다. 피해 경험 비율에서도 생각과 달리 큰 차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성희롱 피해자 중에서도 남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빈도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분리주의 여성운동가들은 이러한 발표 중에서 남성 피해자 비율이나 빈도보다는 남성 가해자 비율과 그 이면의 높은 남성임원 및 남성 경영자 비율에 주목할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위치의 소수의 특권 남성들이 남성사회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더군다나 이미 많은 전문가는 성폭력의 문제가 본질에서 남녀의 문제가 아닌 권력남용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성별분리 프레임 안에서 이같은 사실은 거의 인식되거나 전달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분리주의 성향의 여성운동과 이들의 확성기가 되어주는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 성별분리 프레임이 미투 운동의 당사자가 되어야 할 남성 자신들조차 수동적이고 자기폐쇄적인 태도로 내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작 이러한 사태를 만든 데 일조한 언론들마저 이러한 자폐적인 행동 양식의 이유를 제대로 분석하기보다는 비난하거나 비웃기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