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 여자아이와 오늘 술을 마셨습니다. 단둘이 마신 건 아니고 동아리 모임에서 마셨습니다. 여전히 이쁘더군요. 아니요. 한층 더 이쁘더군요.
좋은 티 안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고백 전처럼 농담하고, 놀리고, 장난치고... 웃으면서 울고싶은 마음을 참았습니다.
그 아이는 여전히 즐거워 보였습니다. 당연한 것이죠. 나 혼자 좋아하고 나혼자 아파하는 것이니깐요. 원래도 그런 아니였고 지금도 그래서 너무 고맙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술기운이 오르고 나서 남모르게 짓는 그 아이의 우울한 무표정이 너무 아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내가 불편한 것일까요? 전남친때문에 아직도 마음 아픈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병신이라서 너무도 서툴게, 너무도 멍청하게 그 아이의 마음따위는 무시하고 고백했습니다. 차이고 나서는 그 아이가 나를 봐주길 바랬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 아이와 내가 행복한 모습을 상상할 수 없더군요. 다만 그 아이가 아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왜 노래가사에 눈물 흘릴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