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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병님, 근무나갈 시간입니다."
"...몇시냐?"
"3시 12분 입니다."
"하 씨... 환복하고 내려갈께."
"밖에 비가 많이 와서 우비챙기셔야합니다."
"아 진짜? 좇같네 후.."
...
환복하고 1층으로 내려간 김 상병 앞에 부사수 박 일병(일명 땡칠이)와 불침번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땡칠아, 근무 신고하러 가자."
"옙."
그 때, 지휘통제실에서 당직병이 두 사람의 총기를 들고 나왔다.
"김00아, 당직 사관 곯아 떨어졌거든? 그냥 가자. 총 받아라."
"개색끼.. 당직 사관할 때마다 쳐자빠져자네."
"덕분에 당직병인 나는 개편하다ㅋㅋ 얼른가자 쫌있다 CGV에서 색계 하더라"
"씨발 ㅋㅋ. 이따 군수창고에서 나랑 땡칠이꺼 라면좀 뽀려주라. 너 내일 근침자고 일어나면 px쏠게."
"오케이 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근무지인 '32 초소' 에 도착했다.
"정지 정지 정지. 움직이면 쏜다! 뻐꾸기!"
"섹스~ 이상 없냐?"
"옥수수밭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던데, 특별히 이상은 없었습니다!"
"무슨 소리?"
"잘 모르겠습니다. 끼긱 끼긱 하는 소리였는데, 고양이였나봅니다."
"오이야, 얼른 가서 쉬어라."
"넵, 고생하십쇼!"
전임 근무자들이 우비를 챙겨 입고 초소 밑으로 내려갔다.
.....
32 초소.
위병소 옆으로 길게 뻗어진 담벼락을 따라 설치된 초소로써
부대 밖, 사람 키만한 옥수수밭이 한눈에 보이는 초소이다.
"아이고 비 많이온다. 야 뭐 무서운 이야기 없냐 땡칠아?"
"무서운 이야기라면.. 어제 수송부 일과 째고 막사 뒤에서 담배피다가 주임원사님한테 걸릴 뻔한 썰 풀어드립니까? ㅋㅋ."
"와 씨바. 안걸렸냐? ㅋㅋ 걸렸으면 바로 징계잖아."
두사람이 시덥잖은 얘기들을 아무리 주고 받아도 시간은 그리 지나지않았다.
그러던 와중 부사수 박 일병이 뭔가 발견하고 말했다.
"김 상병님, 저기 옥수수밭에 뭐가 있습니다."
"어? 저거 뭐지. 뭐가 흔들흔들 하는데? 허수아비 인가."
"아까는 분명히 없었지 말입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김 상병은 직통 전화로 위병사관에게 보고했다.
"충성, 위병 사관님, 32초소 근무자 00중대 김00 상병입니다. 지금 위병소 밖 옥수수밭에 이상한게 있어서 보고드립니다."
"어, 뭔데?"
"일단 허수아비 같기는 한데 그게.. 아까는 안보였는데 갑자기 나타났지 않습니까?"
"어~ 별거 아닌거 같은데, 나중에 다른 특이사항 생기면 보고해라~"
"예, 알겠습니다. 충섕~"
역시나, 별거 아니라는 듯한 위병사관의 말에 살짝 짜증이난 김 상병은 빈정거리듯이 전화를 끊었다.
"김 상병님.. 저거.. 이쪽으로 오고있는거 아닙니까?"
"뭐 씨발? 야, 아까보다 가까운것 같은데? 망원경으로 한번 봐봐"
김 상병의 말에 박 일병은 망원경으로 수상한 물체를 관측했다.
"헉! 저.. 저거 뭐야 씨발! 악!"
일순간, 망원경으로 물체를 확인한 박 일병이 비명과 함께 거품을 물며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야! 땡칠아! 정신차려봐 임마!"
당황한 김 상병이 재빨리 직통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위병 사관님! 32초소에 오대기(5분 대기조) 빨리좀 불러주십쇼! 부사수가 쓰러졌습니다!"
"뭐? 알겠다 잠깐 기다리!"
게거품을 물며 쓰러진 박 일병을 김 상병이 흔들어 깨워봤지만 이미 박 일병은 졸도한 듯 했다.
"아니 씨바, 뭔데?"
김 상병도 박 일병이 본 물체를 확인하려 망원경을 들었다.
"헉!"
그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 하얀 물체였다. 다만 눈과 입만은 광기를 담은 것 처럼 붉으스름한 색을 띄고 있었으며,
미친듯이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이였다. 그리고.. 어느새 담벼락 코 앞까지 와있었다.
사람은 위급할 때, 일 순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했던가.
겁에 질린 김 상병은 쓰러진 박 일병을 들쳐 업고 초소를 내려와 위병소로 미친듯이 달렸다.
"야! 무슨 일이야!"
우비도 안입고 박 일병을 업고 뛰어 온 김 상병을 보며 위병사관이 당황하며 물었다.
"헉.. 헉.. 32초소에 뭐가 있습니다.. 귀신같은데 땡칠이는 보고 쓰러졌고 저는 놀라서 땡칠이 업고 뛰었습니다.."
"그게 뭔 개소리야? 있긴 뭐가있어!"
"진짜로 뭐가 있었습니다.."
"후.. 일단, 의무중대 전화 할테니까 부사수 데리고 위병소 들어가있어. 야, 위병 조장아! "
"옙!"
"일단 초소 비워져있으니까, 당직 사령님 보고 올려봐."
"옙, 알겠습니다!"
.....
"야, 32초소에 뭐가 있다고 그래?! 하여간 요즘것들은.. 쯧"
보고 받은 당직 사령이 여단 본부에서 직접 위병소까지 내려와, 김 상병과 쓰러져있는 박 일병을 보며 혀를 찼다.
"기다려봐, 내가 가보고 올테니까."
당직 사령은 황당해하며 32초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새하얗게 질려서 다시 위병소로 허겁지겁 내려왔다.
"야.. 야! 위병 사관! 헉.. 헉.. 오대기 인원들, 아니 가용할 수 있는 당직병들 싹다 완전무장해서 내려오라그래!"
곧바로 병력들이 아침까지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따로 특이사항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진 아침 보고 회의, '그 것'을 직접 본 당직 사령이 뭔가 있었다는 것을 얘기했지만
누구도 쉽게 믿긴 어려운 일이였기에 다른 인원들이 쉽게 받아 들이진 못하였고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32초소에서 뭔가를 봤다는 인원들이 계속해서 나왔고
심지어는 땡칠이처럼 졸도하는 인원들도 발생했기에
병사들도 32초소는 근무하기 무섭다는 내용의 마음의 편지가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결국, 32초소에는 초병 대신 CCTV가 들어서게 되었고
그 이후로, 현재까지도 32초소는 운용하지 않고있다고 한다.
홍천 모 기갑여단에서 내려오던 이야기를 각색했습니다.
저도 선임들한테 들은 이야기였는데 비오니까 생각이나네요..
요즘도 이 이야기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ㅋ 좋은밤 되세용
출처 | http://huv.kr/pds11698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