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아 !
너를 생각하면 항상 나도 모르게 옅은 웃음이 지어진다. 누구나 한번뿐인 인생을 산다는 것은 다들 똑같겠지만
'왜?' 라는 생각을 달고 살던 너는 유독 파릇했다. 버려진 폐가에 들어가 깨진 전구를 만지다 감전 되었던 것도,
남들과 다른 호기심과 모험심 때문 이었고 치킨 배달부에게 아무렇지 않게 치킨 열마리를 달라는 것은
치킨만 있으면 행복했던 순수함 때문이었겠지.
너로 인해 나의 여름은 누구보다 쨍하고 활기찼다.
인생이 항상 너와 같기를 바랬던 나의 여름아.
고맙다. 너로인해 나의 계절은 다른 누구의 계절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수 있었다.
여름, 너는 처음에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니고 어중간 했지.
하지만 하지를 지나며 너는 가장 여름다웠다. 엄청나게 뜨거운 사랑도 해보았고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가을과 계절을 아름답게 해줄 나무와 꽃을 피웠다.
사람을 잃게 만든 태풍도 너를 침묵하게 했던 장마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 홍수도
너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 재료에 불과했다.
여름, 나의 여름아 ! 보고싶다. 다시 보고싶다.
풍만 했던 나의 가을, 너는 너의 뒤에 올 시린 겨울을 알기에 많은 것을 준비해 주었지.
나의 계절이 무색할 만큼 아름다울 계절을 잉태하고
준비하게 도와 주었고 너의 풍요로움 덕분에 힘들지 않게 지냈다.
하지만 너의 풍요로움 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같이 일년을 마무리 할 줄 알았던 이들은
너의 논밭을 태웠고, 나의 과수원을 아무렇지 않게 자기 것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또한 나를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것이란걸 나는 알기에
이해하고 받아들여 더욱 큰사람으로 성장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겨울이자 지금의 나.
너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누구나 나에게 폭설과 한파를 조심하라고 경고했지만 내 과거들로 인해
폭설은 나를 따뜻하게 만드는 두툼한 솜이불이 되었고, 한파는 나의 가정이 얼마나 따듯하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너는 다른이들의 겨울과는 다르다. 너는 많은 사람들 송게서 너의 역할을 마무리 할 ㅓㄳ이고,
너가 원하던 그대로 끝을 맺는다. 그동안 고마웠고 참 즐거웠다.
안녕 나의 계절, 안녕 나의 인생
Ps. 안락사가 합법이 된 지금에 이 글을 쓴다.
탄생을 결정하진 못했지만 죽음은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내 인생은 온전히 내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