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해의 진실
얼마 전 역게에 ‘이거 시멘트 맞죠?’라는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온 적이 있었다. 이는 궁궐 지붕에서 보이는 하얀 부분을 지적하며 올린 글인데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멘트가 아님을 밝혀둔다.
그렇다면 시멘트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그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흔히 그것은 두 가지의 명칭으로 불리는데 하나는 가장 많이 알려진 ‘양성바름’이고 또 다른 명칭은 ‘양상도회’이다.
하여 이 글에서는 명칭의 혼돈이 없도록 ‘양상도회’로 통일하여 이에 대한 설명을 앞으로 해나가도록 하겠다.
2. 시멘트인가, 양상도회인가?
이미 필자는 위의 글에서 문제의 ‘그것’이 결코 시멘트가 아니라 ‘양상도회’이라고 불리는 조선 전통의 건축 기술이라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시멘트라고 오해를 하는 것인가? 필자의 추측으로는 ‘색’과 ‘박정희 시대 때의 날림 복원 공사’가 큰 몫을 하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후자의 날림 복원 공사가 크지 않은가 생각되는데 일단 이하의 사진을 한 번 보자.
위의 사진들은 최근 광화문이 새롭게 복원되면서 헐린 박정희 시대 때 복원된 광화문의 잔재들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문제의 ‘그곳’은 물론이고 목재로 만들어졌어야할 부분까지도 모두 시멘트로 처리된 모습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 얼마나 성급한 복원 아닌 복원이 이루어졌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며 또한 왜 사람들이 문제의 ‘그곳’을 시멘트로 처리했냐고 오해를 하는지도 대략 이해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닌가 사료된다.
그러나 최근에 새롭게 복원된 광화문이나 숭례문은 저러한 시멘트 방식이 아닌 전통 방식인 ‘양상도회’ 방식을 사용하였다. 그렇다면 ‘양상도회’으로 제작된 문제의 ‘그곳’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는 이하의 사진을 보면서 이해해보도록 하자.
최근 복원된 숭례문의 모습이다. 우리가 흔히 시멘트로 채워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곳’의 내부 모습이다. 시멘트는커녕 오히려 기화로 가득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위에 ‘양상도회’이 이어지는데 ‘양상도회’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음 부분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3. 양상도회이란?
그렇다면 도대체 ‘양상도회’이란 무엇인가? 건축 분야에서는 이를 풀이함에 있어 ‘들보의 옆면과 밑면에는 단청채색하고 윗면에는 흰 회를 칠하여 간단히 도장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일종의 회 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양상도회’의 재료가 과연 회, 즉 석회만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을까? 「영건의궤」를 보면 ‘양상도회’를 만드는데 들어간 각종 재료들이 설명되어 있는데 이는 이하의 표와 같다.
그리고 이러한 최근의 ‘양상도회’는 백휴지 대신 여물을, 싸래기죽 및 유피즙 대신 해초풀을 넣는 것으로 변화하였고 기본적으로 회를 사용한다는 데에는 변화가 없다.
이러한 ‘양상도회’는 처음에는 종묘와 같은 제사시설 위주로 시공되다가 점차 국가에서 짓는 건물 중 궁궐의 전각이나 성곽 등에 확산되었으며 이후 18세기 이후부터는 관영건축물 뿐만이 아니라 민간 건축물에도 적용되면서 점차 그 시공 방법이 발달되어 갔다.
4. 끝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문제의 흰색 지붕마루와 관련하여 그것이 과연 시멘트인가 아니면 시멘트가 아닌 다른 것인가를 두고 시멘트가 아닌 전통 기법인 ‘양상도회’가 사용되었음을 알아보았다. 필자가 이 글을 쓴 목적은 매우 단순하다. 단순히 박정희 시대 때의 날림 복원으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흉물스러운 시멘트 덩어리라고 무작정 비난할 것만 아니라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또 어떤 기법이 동원되었는지 바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급히 적어보았다.
30분 만에 적어본 글이라 매우 두서가 없을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문제의 것이 시멘트가 아닌 ‘양상도희’라는 제작 기법으로 만들어졌음을 알아준다면 충분히 글의 목적은 달성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