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이빨.jpg
게시물ID : panic_1027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케니왕
추천 : 1
조회수 : 15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4/06 11:21:33
옵션
  • 펌글

동네의 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아무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모두 무례하거나 지루한 녀석들 뿐이었다. 이 좁은 동네에는 나같은 예술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잘 없다보니, 어느샌가 나는 집을 나와 멀리 시골에 있는 예술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그냥 평범한 대학이었는데, 다만 거만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내가 여기를 다니고 있는 유일한 이유라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동화책 디자이너 같은 것. 나는 아동용 미디어에 항상 관심이 많았고, 아더 시리즈같은 고전에도 흥미가 있었다. 처음 기숙사에 살게 되었을 때, 다른 학생들 대부분이 "순수 예술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인지 감이 오는지? 캔버스에 대충 페인트를 뿌려놓고 예술품이라고 주장하는 것들 있지 않는가. 나는 그런 것들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그렇다고 시비를 걸지도 않았다.


나는 새로운 삶에 금방 적응했다. 다른 학생 몇 명과 같은 기숙사에 살게 되었는데, 그 집에는 나, 그래픽디자인과 조쉬, 영화/애니메이션과 릴리, 그리고 다니엘 이렇게 지내고 있었다. 다니엘은 아까 말한 소위 "순수 예술가"들 중 하나였다. 그 녀석의 방은 일그러진 여자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항상 이상한 음악이 틀어져 있었다. 60년대의 약빤 음악 같은 것들 말이다. 걔는 담배도 많이 피워서 방에서 항상 재떨이 쩔은 냄새가 났다. 방은 역겨웠지만, 걔 자체는 착해서 우리는 잘 지내는 편이었다. 머지않아 우리는 엄청 친해지게 되었다.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고, 우리는 모두 본가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돌아온 참이었다. 각자의 방에 짐을 풀고서 여름방학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새아빠하고 산에 갔었어. 여름 캠프를 갔다왔지." 조쉬가 말했다.


"대부분 여자친구하고 보냈어.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보러 갔지." 릴리가 말했다. 릴리는 운동을 좋아하는 자기 여자친구에 대해 늘 투덜거렸는데, 둘이 잘 지냈다니 좋은 소식이었다. 나는 딱히 이야기할만한 거리가 없었다. 그냥 일상을 보내면서, 파티에 가거나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내가 말을 시작하려는데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나는 치과에 있었어." 다니엘이 말했다. "아빠 직업이 의사같은 건데, 가끔 나를 데리고 병원 여기저기를 보여주셔. 나는 치과 구경하는게 제일 좋은데, 이빨을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거든. 멋진 일이었어." 우리는 약간 어리둥절해서 그를 쳐다봤다. 병실에 아무나 들여보내주기는 하는건가? 게다가 의료장비를 맘대로 조작하게 해준다고? 모두들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다니엘은 원래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예술을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항상 사고를 치고다니는 녀석이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과제를 시작하느라 며칠이 지나갔다. 우리 모두 감을 잡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기존 일러스트레이터들을 탐구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흉내냈고, 조쉬는 새로 산 맥북으로 디자인 시험을 보았다. 그리고 릴리는 클레이메이션을 다뤄보기 시작했다. 기숙사에 모여앉아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좋은 분위기였다. 물론, 다니엘이 우리를 모욕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름방학 이후로 이 녀석은 뭔가 변했다. 차가워지고 멀어진 것 같았다. 방학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여, 녀석을 밀어붙이지는 않기로 했다. 자기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제가 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원래 속내를 잘 내보이지 않는 녀석이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저녁이 되면 먹을거를 만들어서는 혼자 방문을 닫고 음악을 크게 틀고 다음날 아침까지 틀어박혀있곤 했다. 그러면 나머지 우리는 밖에서 볼링을 치거나 공연을 보러 갔다. 원래는 다니엘도 같이 즐겁게 다녔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하루는 조쉬와 밤 늦게까지 놀다 왔다. 릴리는 우리가 다니엘하고 대화한지 며칠이나 지났다며 괜찮은지 걱정된다면서 남았다. 릴리는 저녁 내내 다니엘 방문을 두드리면서 말을 걸어보려 했다. 나와 조쉬가 집을 나서기 직전, 우리는 다니엘의 방문이 열리고 릴리가 들어간 후 다시 잠기는 것을 보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영화를 하나 보고 술을 몇 잔 하러 갔다. 재밌게 놀다보니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조쉬는 바로 자러 갔다. 나는 바로 방에 가지는 않았는데,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항상 배가 고프다. 냉장고를 뒤져서 어제 먹고 남은 피자를 찾아냈다. 내 방으로 가려는데 그 때 뭔가를 깨달았다. 다니엘이 자기 방에 없었고, 릴리도 마찬가지였다.


새벽까지 방에 틀어박혀 있는 다니엘의 최근 행동, 우리한테 문자 하나 없이 나가는 적이 없었던 릴리를 생각해봤을 때, 이상한 일이었다. 다니엘의 방에 노크를 하고 문을 열어봤더니, 쉽게 열렸다. 전혀 잠겨있지 않았다. 예술쟁이 녀석들하고 같이 놀러나갔나보다 싶었지만, 다니엘이 이렇게 문을 열어놓고 다닌적이 없긴 했다. 나는 오지랖이 넓은 편이라, 방 안으로 들어가서 얘가 어디갔는지 단서 같은걸 찾아보려 했다. 열쇠하고 자켓은 없어졌는데 지갑은 책상 위에 있었다. 또 이상한 점은 침대 위에 노트북이 켜진 상태로 있었다. 화면도 켜져 있었다.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이 녀석이 숨겨왔던 예술 프로젝트가 뭔지 알아낼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었다. 다니엘은 소위 "순수 예술가"니까 어떤 프로젝트일지 궁금했다. USB가 꽂혀있었고 바탕화면에 파일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치과 사진"이었고 또 하나는 그림 파일이었는데 "이빨.jpg"였다. "치과 사진" 파일을 열었는데 그건 그냥 사람들의 치아나 플라스틱 치아모형 사진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없었다. 파일을 닫고 "이빨.jpg"를 열어보기로 했다.

 

https://static.wikia.nocookie.net/creepypasta/images/6/62/Creepypasta_image.png/revision/latest/scale-to-width-down/336?cb=20131228165152

 

그 이미지는 아마도 평생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것 같다. 나는 너무 놀라서 노트북을 닫아버리고 침대에 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다시 화면을 열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러지 않으면 다니엘이 자기 노트북을 누가 만졌다는 걸 알게될테니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초조한 손으로 그 파일을 닫기 전 그 이미지를 잠깐 쳐다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일 아침 조쉬하고 릴리에게 이걸 보여줘야겠다. 이건 정말 뭔가 잘못됐다. 다니엘이 예술가 기질이 있는 녀석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그냥 미친 짓이었다. 얼른 내 방으로 돌아가서 방을 뒤져 USB를 찾았다. 서둘러 다니엘의 방으로 다시 가서 USB에 그 파일을 복사했다. 그 이미지를 천천히 보면서 이건 단지 포토샵이라고 치부해보려 했지만,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았다. 영혼이 없는 듯한 검은 눈 때문일 수도 있고, 무슨 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고 기괴하게 입을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 때문일 수도 있다. 거의 강제로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이 뭔지는 몰라도 강제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냥 망상일 뿐이라고 털어내고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것 처럼 노트북을 원위치 시킨 후 내 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발자국 소리와 다니엘의 방문이 잠기는 소리를 들었다. 다니엘은 집에 왔는데... 릴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다니엘이 수업에 갈 때 까지 기다렸다. 그날은 금요일이라 나와 조쉬 둘 다 오전 공강이었다. 조쉬에게 그 사진을 보여줄 타이밍이었다. 다니엘이 지금까지 숨겼던 프로젝트가 뭔지 보고싶냐고 물었더니, 어리둥절하면서도 호응하는 목소리로 그러자고 했다. 거실에 내 노트북을 가져와서 USB를 꽂았고, 파일을 열었다. 조쉬는 충격을 받고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조쉬의 리액션만 봐도 우리 둘 다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예술 프로젝트일리는 없었다. 이게 "순수 미술품"이라고 보기는 도저히 어렵지 않은가? 예술작품이 기괴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의 교수님들이 이렇게 끔찍하고 역겨운 이미지를 칭찬해줄리는 없을 것 같았다.


"다니엘이 정신나간 또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아니야. 릴리한테 보여줘야-" 우리 둘다 멈칫했다.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잠시 정지해 있었다. 릴리는 어디갔지? 어제밤 다니엘과 함께 돌아오지 않았고 오늘 아침 아무도 릴리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젯밤 일을 조쉬에게 설명했고, 그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릴리는 말없이 몰래 나가는 타입은 절대 아니었다. 릴리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릴리의 방에서 작은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조쉬가 일어나서 릴리의 방으로 서둘러 걸어들어갔다가(여자애 방에는 가본적 없는 녀석이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릴리의 휴대폰을 들고 나왔다. 릴리가 사라졌고,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아... 아마도 전화기를 두고 수업에 간게 아닐까..." 내가 우물거렸다. 조쉬는 초조함에 입술을 물어뜯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릴리는 금요일에 수업 없잖아? 최소한 우리한테 인사라도 하고 폰도 가져갔을거야! 걔가 핸드폰을 끼고 사는데. 맨날 여친하고 문자하잖아." 조쉬가 옳았다. 릴리는 폰 없이는 못사는 애고, 폰을 두고 갈리는 전혀 없었다. 갑자기 릴리의 폰 화면이 켜졌다. 누군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우리는 동시에 폰을 쳐다봤다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조쉬가 나한테 폰을 내밀었다. 폰을 귀에 가져다대고 말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건 상대방은 릴리의 여자친구였다.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알아보았다. "아! 릴리야 무사해서 다행이야... 어제 밤부터 아침까지 문자 한통 없었잖아... 혹시나 뭔가 잘못된줄 알았어!"


내가 릴리가 아니라는 걸 밝히려니 약간 뻘쭘했다. 내가 말을 시작하자, 릴리의 여친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울먹이는 듯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타까웠지만, 우리에게는 그녀가 릴리에 대한 단서를 뭐라도 찾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었다.


"릴리는 어...어디있죠? 어제 밤부터 연락이 없어요. 처음에는 장난치는 건가 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내가 조쉬를 어리둥절한 눈으로 쳐다보자 조쉬는 거실을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스피커폰을 키고 그녀에게 물었다. "릴리가 왜 장난을 치죠? 혹시 뭔가 이상한 말 한것 없나요?"


"있어요." 릴리의 여친이 말했다. "새벽 1시반쯤 문자를 하나 보냈어요."


난 당황해서 조쉬를 보면서 물어봤다. "뭐라고 보냈는데요?"


"도와줘."


눈이 휘둥그래져서 나는 조쉬를 쳐다봤다. 릴리는 아무리 여자친구라고 해도 그런 장난을 칠 사람이 아니었다. 항상 노이로제 수준으로 자기 여친을 걱정하는 애였는데, 그런 문자를 보냈다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릴리의 여친과 소득없이 계속 통화를 했고, 릴리가 어딨는지 우리가 아니까 저녁에 연락이 갈 거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의심하는 듯 했지만 그냥 알았다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조쉬와 집안을 왔다갔다 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였을까. 왜 그런 문자를 보냈을까?


우리는 계속 고민하다가, 릴리를 찾을 때 까지 수업은 빼먹기로 결심했다. 곰곰이 생각하면서 모든 가능성들을 연결지어보았다. 그리고 조쉬가 그 리스트를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먼저, 밤 10시에 릴리가 다니엘의 방에 갔어. 그리고 방문이 잠겼어. 그리고 우리가 새벽 2시에 돌아왔어. 그 사이에 새벽 1시반쯤 릴리가 자기 여친에게 "도와줘."라고 문자를 보냈어. 우리가 왔을 때 릴리나 다니엘 둘다 집에 없던 걸 너가 확인했어. 다니엘의 방문은 열려있고 노트북도 켜져있었어. 너는 사진을 발견하고 나갔어. 그리고 너는 방에서 다니엘 혼자서만 집에 돌아온 것을 들었어. 릴리는 아직도 집에 안왔지만 다니엘은... 이게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는 고민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게 유일하게 가능한 추리였다. "다니엘이 릴리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만약 릴리가 저녁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다니엘을 잡아서 물어봐야겠어. 알겠지?" 조쉬는 충격을 받은 듯 했지만 동의했다. 릴리가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다니엘 뿐일 것이었다.


그날 저녁이 되어도 릴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친이 곧 전화를 할 것이기에 우리는 폰을 꺼버렸다. 또한번 거짓말로 진정시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 6시 정도까지 기다렸을 때 다니엘이 돌아왔다. 거실에 우리가 서있는 것을 보자 좀 놀란 것 같았는데, 그는 화판과 가방을 소파 옆에 살짝 내려놓았다. 조쉬가 말을 시작했는데,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이 보였다.


"다니엘. 얘기좀 하자... 릴리 말인데." 다니엘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커지는 것 같았지만, 깊이 생각할만한 것은 없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어... 무슨 일인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그를 의심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대놓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답할리가 없으니까. 다니엘은 약간 신경이 곤두서 보였고, 우리의 눈을 피하며 회색 오버사이즈 잠바 속에서 자기 손목을 긁고 있었다. "근데 왜? 걔 괜찮아? 어제 밤에 폰을 두고 나갔던데, 그래서 연락할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할지 확신이 없었다. 만약 걔가 릴리를 해했다면, 어떻게 질문을 던져야 했을까?


그때 뭔가 깨달았다. 그걸 깨닫고 지적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 어제 걔가 폰을 두고 갔다고 했지? 그거 어떻게 알았어?"


조쉬의 눈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같이 나간게 아니라면 폰을 두고 나간 걸 다니엘이 어떻게 아느냔 말이다. 릴리는 항상 핸드폰을 꼭 붙잡고 사는 애라고 이미 말했는데, 폰을 두고 갔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다니엘은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우리를 밀치고 자기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문을 쾅 닫았다. 우리는 그의 방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는데, 그가 소리쳤다. "저리가! 숙제 해야돼! 릴리는 이따가 올거니까... 유난 좀 떨지 마!"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다니엘은 뭔가 훨씬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걸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거실로 돌아와 주저앉았다.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그 때 다니엘이 소파에 가방을 두고 갔다는 것이 생각났다. 허둥대느라 가방을 미처 챙기지 못한게 분명했다. 다니엘의 방문을 슬쩍 확인하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을 보니 바로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곧 가방을 챙기러 나올 것이었다.


나는 미친 척 하고 다니엘의 가방을 집어 커피 테이블에 내용물을 쏟아버렸다. 조쉬의 눈이 휘둥그레져 나한테 다급하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뭐하는 짓이야? 쟤가 보면 어떡해?!" 상관 없었다. 릴리를 찾을 단서를 뭐라도 찾아야 했다. 나의 룸메이트이자 베프였기 때문이다.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종이들을 뒤적거리다가 티켓 같은 것을 찾았다. 그것을 주머니에 구겨넣었다. 그리고 지퍼락 서류철을 하나 발견했다. 나는 그걸 조쉬의 손에 쥐어주고 어디다 숨기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 방에 그걸 숨겼다. 나는 나머지 물건들을 얼른 가방에 쓸어담고 아까처럼 소파 옆에 세워놓은 후 조쉬의 방으로 걸어갔다.


다니엘이 거실에 나와 자기 가방을 방으로 가져가는 것을 지켜봤다. 조쉬는 베개 밑에 숨겨놨던 서류철을 꺼냈고 우리는 침대에 앉았다. 우리는 말없이 서류철의 표지를 보고 있었다.


"이빨"


소름이 쫙 돋았다. 속에 뭐가 들었는지는 몰라도 컴퓨터에서 봤던 이미지와 연관되어 있다는 건 확실해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발견한 것은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https://static.wikia.nocookie.net/creepypasta/images/7/73/Floor.jpg/revision/latest/scale-to-width-down/280?cb=20131228185619


그것은 여러 장의 사진이었다. 첫 사진은 폐가같이 보이는 장소의 사진이었다. 오래된 꽃무늬 벽지에 바닥은 그냥 축축한 마룻바닥이었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보였다. 그리고 다음 사진들은 그냥 공구나 플라스틱 도구들을 찍은 것이었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도구들 같았다. 바늘이나 드릴 같은 것 있지 않은가. 기괴했지만, 그 다음 사진을 보고 우리는 모두 얼굴이 하얘졌다.


그저 릴리가 웃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릴리의 사진들을 모두 넘겨보았는데, 모든 사진에서 릴리는 이를 환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릴리가 웃을 때의 특징은 앞니, 왼쪽 앞니가 크다는 것이었다. 예쁘게도 웃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그게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웃을 일이 아니었다. 사진의 뒷면에는 라벨링이 되어 있었고, 사진 속의 모든 치아에는 마킹이 되어 있었다. 사진에는 "제거" 또는 "대체"와 같은 메모가 되어 있었다. 조쉬는 학을 띠었고 나도 그 어떤 때보다 겁에 질린 상태였다. 이걸 다니엘에게 보여주며 추궁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라는건 알고 있었다. 한참을 아무 말도 안하고 앉아서 믿기지 않는 사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주머니에 쑤셔넣었던 티켓이 생각났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내서 보았다. 티켓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2인 티켓


장소: 스테이션 로드


일시: 2011년 9월 28일 오후 11시 34분


우리는 단호한 눈빛을 교환했다. 그것은 바로 어제 밤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릴리를 찾아야 했다. 그날 저녁 다니엘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조쉬는 극도로 초조해하고 있었다. 내 방에서 같이 자면 안되냐고 묻길래, 좀 어색하겠지만 알겠다고 했다. 잔뜩 겁에 질려있는 녀석을 혼자 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조쉬가 자는 동안 그 섬뜩한 사진들을 인쇄하고 다음 날을 계획했다. 교수님들에게는 "몸이 안좋아서" 수업을 빠질 예정이라고 이미 이메일을 보내두었고, 스테이션 로드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두었다. 놀랍게도 그곳은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 나의 계획은 조쉬의 차를 타고 스테이션 로드에 간 다음에 다니엘과 릴리가 거기서 어디로 이동했을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계획을 세우는 내내 이빨.jpg 를 쳐다보고 있었다. 끔찍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사진 속의 사람이 릴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냥 초조해서 그런 것이라 떨쳐내려 했지만... 말이 되긴 했다. 타이밍, 사진... 모두 말이 되었다. 단, 릴리를 찾기 전에는 절대 그렇다고 믿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조쉬와 6시쯤 일어났다. 다니엘이 일어나기 전에 집을 나서려는 계획이었고, 우리 각자의 방을 단단히 잠갔다. 릴리의 폰도 챙겨가기로 했다. 의심을 살만한 어떤 것도 남겨두지 않고자 했다. 기숙사를 나서 조쉬의 차에 탔다. 나는 작은 가방에 사진들과 후레쉬, 카메라, 메모장, 펜 등을 챙겨왔다. 우리는 차를 몰고 스테이션 로드로 향했다. 핸드폰 내비로 검색되는 곳이었다.


그곳에 도착해보니 꽤나 낙후한 지역이었다. 사실상 버려진 곳이나 다름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무너져가는 건물이나 빈집들 뿐이었다. 우리는 그 방을 찍은 사진을 꺼내서 빈집들에 하나씩 가보았다. 사진과 같은 꽃무늬 벽지가 있는 방이 없는지 창문들에 얼굴을 대고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갔다.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우리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단지 릴리를 찾고 싶었을 뿐인데. 조쉬는 몹시 화가 나서 한 빈집의 벽을 거칠게 발로 차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다니엘 이 개자식아!"

 

https://static.wikia.nocookie.net/creepypasta/images/9/98/W_basement_door.jpg/revision/latest/scale-to-width-down/247?cb=20131228193832

 

조쉬가 벽을 한번 더 찼을 때,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치 종이가 찢어지는 것처럼. 조쉬는 발을 내려다보더니 벽돌 벽에 붙어있던 벽지 같은 것을 찢어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는 벽의 벽지를 마저 떼어냈고, 그 곳에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것이 나타났다. 문은 녹슬고 흠집 투성이었지만, 철제 손잡이는 깨끗했다... 마치 누군가 손을 댄 것처럼. 조쉬는 어깨 너머로 나를 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신속하게 이 지하실 같은 것의 구조를 사진으로 찍었다. 조쉬가 계단을 내려가서 문을 밀어봤는데, 놀랍게도 나무 널빤지 하나로 막아져있는 상태라서 쉽게 밀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곳에 누가 갇혀있을지 아나? 명백히 의도를 가지고 숨겨진 곳이었다.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도 구토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부패한 악취가 났다. 무슨 냄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 둘 다 즉시 역겨움을 느꼈다. 조쉬는 구토가 올라와 기침을 하며 얼굴을 셔츠로 가렸다. 나는 구토를 참으며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후레쉬를 꺼내 벽돌 방의 암흑 속으로 빛을 비췄다. 계속 걸어가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방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냄새만 더 강해질 뿐이었다. 냄새가 너무 지독하여 뒤에서 조쉬가 구토를 했다. 그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돌아왔고 다시 앞으로 향했다. 방을 돌아보다가 바닥에서 무언가를 발견했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후레쉬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것은 릴리의 니트 스웨터였다. 피자를 먹으러 가거나 볼링을 치러 나갈 때 항상 입던 스웨터였다. 그녀는 회색 스웨터 소매에 달려있는 작은 실밥들을 물어뜯곤 했는데 정확히 그 스웨터였다. 곁눈질로 조쉬를 보았는데, 창백한 얼굴로 나만큼이나 눈이 휘둥그레져있었다. 나는 천천히 스웨터를 집어올렸고, 그것은 두꺼운 핏자국으로 물들어있었다. 목 부분의 핏자국이 가장 진했고 아래로 내려갈 수록 옅어졌다.


이제는 내가 구토를 참을 수 없었다. 바닥에 쓰러져 마구 구토를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곧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스웨터를 가방에 넣고 후레쉬를 다시 들었다. 눈물에 시야가 흐렸지만 계속 앞으로 향했다. 내가 서있던 곳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뒤에서 스위치 올리는 소리가 작게 들리더니, 방의 구석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조쉬가 여태 들어본 적이 없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놀란 가슴을 붙잡고 조쉬가 서있는 곳에 후레쉬를 비추었다. 그는 커다란 검은색 테이블 앞에 서있었다. 그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 마치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가 무엇을 보고 그렇게 놀랐는지, 나는 차마 보고싶지 않았다.


나는 조쉬 옆으로 가서 그것을 마주했다.


릴리였다. 릴리는 바지만 입은 채로 테이블에 묶여있었다. 그녀의 몸은 테이프로 둘둘 감아져 테이블에 고정되어 있었다. 한쪽 팔은 몸통 옆에 늘어뜨려져 있었지만, 나머지 한쪽은 보이지 않았다.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테이프로 감아진 토막 하나가 핏자국 위에 올려져 있었다. 숨이 막혀왔고, 모든 장기가 꼬이는 느낌에 나는 쳐다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릴리의 얼굴을 보았다. 머리는 강제로 뒤로 젖혀져 있었고, 그녀의 천진난만한 푸른 눈은 난폭하게 뽑혀있었다. 눈이 뽑힌 곳에는 눈 대신 걸쭉한 검은색 왁스가 채워져 있었다. 코는 일그러져 부러진 상태였고, 이리저리 꺾여 있었다... 그러나 최악은 입이었다.


입은 강제로 열려 있었고, 입 안은 동일한 검은색 왁스로 채워져 있었다. 치아는 뽑혀서 다른 위치에 모두 다른 방향으로 다시 꼽아져 있었다. 그녀의 입이 어떻게 위아래로 벌려져 있는지 알 수 있었는데, 뺨이 찢어져 뽑힌 이빨들이 더 많이 드러나있었다. 얼굴은 흘러내린 핏자국으로 뒤덮여, 끔찍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있는 손을 보았다. 그 손은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그녀의 손이 찢겨진 뺨에 꼬매져있었다. 찢겨진 살점이 손톱 밑에 붙어있었다. 손톱은 쪼개지고 깨져있었고, 손은 스테이플러와 가는 실로 고정되어 있었다. 빨간색 형광등은 이제 그로테스크해져버린 릴리의 얼굴 구석구석을 비추고 끔찍한 그림자를 남기고 있었다.


나는 망연자실하여 조용히 "이빨.jpg" 사진을 꺼내 실물과 번갈아 보았다. 둘은 똑같았다. 조쉬는 떨리는 손을 릴리의 뺨으로 가져가더니 테이블 옆에 쓰러졌다. 그녀의 옆에서 끔찍하게 흐느끼다 기절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나도 곧 기절할 것만 같았는데, 그때 뭔가가 주의를 끌었다.


방에 누군가 또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치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문이 쾅 하고 닫혔고, 나무 널빤지로 문을 막는 소리가 났다. 발자국 소리가 났다. 조금씩 가까워져오다가, 내 바로 뒤에서 멈추었다. 그놈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아도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주 희미한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알아내게 되었구나... 그치만 괜찮아. 모두 예술을 위한 거야."


...그러나 그것 때문에 기절한 것은 아니었다. 내 운명도 이제 끝장났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놈이 말을 끝냈을 때, 나는 또 하나의 작은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에 심장이 미어지는 듯 했고, 이제 무감각해진 양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릴 뿐이었다. 시야가 흐려지면서 내 손은 테이블에서 미끄러졌다.


그것은 릴리의 캑캑거리는 숨소리였다.

출처 Teeth.jpg
https://creepypasta.fandom.com/wiki/Teeth.jpg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