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할머니 사진을 좀 찍어보려 합니다.
시골에 가면 할머니 방에는 벽 빼곡히 가족들 사진이 있어요. 이모 결혼사진.
손주사진. 다른 이모사진 또 결혼사진.
그리고 유일하게 벽이 아니라 TV 옆에 있는 사진이 있는데요
그게 제가 할머니랑 삼성동 코엑스에 "집으로" 라는 영화를 보러 갔을 때
통신사 부스에서 무료 사진을 촬영 하고 인화 해주는 서비스가 있어서
그때 같이 찍었던 사진이에요.
사진 찍을 때 좀 웃으시라고 몇번을 말씀드렸지만
사진 찍는데 왜 웃냐며 되려 역정내시고는 딱딱한 굳은 얼굴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할머니 짐을 정리하다 알게 된게 어째 벽에 할머니 독 사진은 하나도 없더라구요.
나름 친구분들과 금강산도 가시고 제주도도 가시고 여행도 다니셨는데...
쫒아다니며 단체로 찍어주는 사진사분의 강한 샤프너질 단체사진만 몇장....
젊은 시절에는 힘들어서. 나이 들어서는 자신보다 가족이 먼저여서 였는지 ...
아무리 찾아도 젊을 때 사진도 없고 독 사진도 한장도 없었습니다.
아, 한장이 있긴 합니다... 한장 있는건 할아버지 따로 할머니 따로 영정사진처럼 찍은 흑백사진 하나가 있네요....
그리고 오늘 마지막 가족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간암으로 병상에 계시는데 임종사진겸 마지막 가족사진을 찍기로 해서
지방에 있는 친척들이 모일건데요...
저는...
할머니 독사진이 임종 사진 말고 제대로 된게 없다는게
너무 가슴아프고... 그동안의 제가 참 못났다는 걸 알았어요.
스냅사진이라고 하나요? 그동안 시골에도 여러번 놀러 갔는데, 왜 할머니 스냅사진은 한장도 없고
할머니집 옆에 핀 갓이니 고추니 감이니 강아지니... 이런것만 잔뜩 있는지 너무 후회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가족사진에 합류하기보다 촬영하는 장면을 촬영하려고요.
그런데 제가 사진을 잘 찍을 줄 몰라요.
손떨림도 심해서 잘 망치는데다 노출이니 조리개니 ... 맞추다 보면 장면 넘어가고 해지지 않나...
거기다 반셔터 상태에서 자꾸 빨간불 들어와서 다른데다 초점 맞추고 와야하기도 일수고...
뭣보다 할머니가 카메라 앞에선 웃질 않으시니... 순간적으로 촬영을 잘 할수 있을지 걱정도 많아요.
우선 갖고 있는건 후지 A1에 번들렌즈에요.
병원에서 낮에 촬영하는데 야외+실내 입니다.
만약 할머니 상태가 좀 괜찮으시면 가까운 스튜디오까지는 가보겠지만... 어렵지 않을까 싶구요.
인물들 스냅 촬영 할거고 거리는 1미터~3미터 쯤일겁니다.
낮에 촬영 한다고 했을때 채광이 좋으면 iso를 낮추고 최대한 멀리서 줌을 당여 찍는게 잘나오나요?
조리개가 많이 열리면 밝고 셔터스피드가 느리면 밝다고 알고 있는데
인물사진은 어둡다고 느낄 때 iso를 올리는게 나은가요 아니면 조리개를 여는게 나은가요?
새벽부터 인터넷 블로그들 뒤져가며 연습해봤는데... 그냥 폰으로 찍는게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ㅠㅠ
아니면 후딱 용산 가서 단렌즈를 하나 구매할까 생각도 하는데
다른 분들의 조언 좀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