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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림청 구조대원 실화 (4편)
게시물ID : panic_1026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케니왕
추천 : 19
조회수 : 1747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2/03/03 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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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훈련 갔다왔습니다. 여러분께 풀어드릴 많은 흥미로운 썰들을 가지고 왔어요. 양이 꽤 많아서 두 파트로 나누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번에 다 올려드릴 수 있다면 저도 좋겠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훈련 중에 특별한 일은 딱히 일어나지 않았지만, 신참 한명하고 같이 겪은 일 하나는 언급할만 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 기다리고 계셨을게 확실하기 때문에, 이제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할게요. 이야기를 말해준 사람 별로 묶어서 적겠습니다.


K. D : K. D 선배님은 15년 정도 산림청 구조대로 근무해오신 베테랑입니다. 고지대 산악 구조 전문이시고, 그 분야에서는 최고로 명성이 높은 여자 분이십니다. 제게 가장 열심히 이야기를 해주신 분이기도 하고요, 훈련 중에 같이 보낼 시간이 꽤 길었다보니, 진짜 기억에 남을만한 이야기 네 개를 해주셨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가장 트라우마가 남는 출동은 어떤 것이었냐고 여쭤보자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더니, 산 위에 있으면 정말 안좋은 사건들이 자주 접수된다고 하셨습니다. 고약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대략 5년 전에 선배님께서 근무하시던 공원에서 실종이 줄지어 일어났다고 합니다. 당시 날씨를 생각하면 참 운이 없는 해였다고 합니다. 며칠마다 한번씩 눈이 30센치씩 왔고, 눈사태도 몇번 일어나서 등산객들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등산객들에게 지도에 표시된 지역으로만 다니라고 경고했지만, 역시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지 않습니까. 한번은, 한 가족 전체가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으로 몰살당한 끔찍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공무원들보다 본인이 산을 더 잘 안다면서 위험한 지역으로 가족들을 데려간 것이지요. K. D 선배가 추측하기에 그들은 스노우슈잉을 하고 있었는데, 단단해 보이는 눈 더미 위로 걸어갔지만 그 눈이 사실 단단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눈 바닥이 갈라지고, 가족들 전체가 비탈 아래로 1km 정도 머리부터 굴러떨어진 것이죠. 그들은 돌바닥으로 추락하여 부모는 즉사했다고 합니다.


※ 역자 주 : 스노우슈잉(snowshoeing)은 설피 같은 눈신발을 신고 설산을 트레킹하는 겨울 스포츠입니다.


아이들 중 하나도 즉사했지만, 나머지 두 명의 아이는 생존했다고 합니다. 한 명은 다리와 갈비뼈가 부러졌고, 다른 한 명은 타박상과 발목 염좌를 제외하면 무사했다고 합니다. 무사했던 아이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혼자 나섰다고 합니다. K. D 선배님에 따르면 그 아이가 1km도 채 이동하지 못했을 때 눈폭풍이 아이를 덮치고 말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어떻게든 체온을 뺏지 않기 위해 버티려던 것인지, 아니면 그냥 쉬기 위해서였는지 그 자리에 멈추어 있었는데, 결국 동사했습니다. 구조대는 그 가족이 숲 속으로 향하던 것을 본 목격자들의 도움으로 시신들을 찾았고, 아까 언급한 구조를 요청하려다 동사한 아이를 선배님이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당시 눈이 오기 시작해서 멀리까지는 선명히 보이지 않는 정도였으나, 수색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전방에 눈 속에 누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최대한 신속히 접근했습니다. 선배님은 아주 자세히 설명하셨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어린이인 줄 알아보았고, 그 다음에는 시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여태까지 시신을 발견한 장소 중 가장 비참한 곳에서 얼어죽었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아이는 똑바로 앉아서, 무릎을 가슴에 팔로 끌어안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코트로 감싼 상태였습니다. 선배님이 얼굴을 확인해보기 위해 아이의 코트를 들추었을 때, 울다가 죽은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고 합니다. 일그러진 표정에, 눈물이 뺨 위에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저체온증에 빠져가면서 겁에 질려있었다는 사실이 고통스럽게 와닿았고, 한 명의 엄마로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고 합니다. 선배는 그 가족의 아버지가 지옥에서 불타고 있기를 바란다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다른 이야기는 선배가 신입 시절 있었던 일입니다. 숙련된 등반가 한명이 전날 귀가하지 않았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등반가의 아내 분은 남편이 절대 늦게 귀가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잘못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선배님의 팀은 수색을 시작했고, 굉장히 등반이 까다로운 지형을 올라가야 했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점에 도달했을 때, K. D 선배는 눈 위에 핏자국을 보았습니다. 핏자국을 따라가니 살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몸의 어떤 부분에서 떨어져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따라갈 수록 더 많은 살점들이 눈 밭 위에 있었습니다. 절벽면 아래의 은신처같은 공간까지 피묻은 살점의 자취를 따라갔을 때, 실종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피는 생전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실종자는 한쪽 팔을 앞으로 뻗은 채 엎드려 있었습니다. 마치 기어가다 죽은 것 처럼요.


가까이서 관찰해보니 실종자는 내장이 일부 드러난 상태였고, 눈밭의 살점 조각이 떨어져 나온 곳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종자는 엉덩이에 얼음 깨는 송곳을 차고 있었는데, 그 송곳은 피투성이였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정확히 알 길은 없겠지만, 선배님의 추측은 이렇습니다. 실종자는 다음 지점으로 등반하려던 도중, 빙벽등반 용 도끼를 이용해서 올라가려고 하다가 아마도 얼음이 느슨한 곳을 찍고 추락한 것 같다. 떨어지다가, 아니면 땅에 부딪힐 때, 도끼에 찔려서 복부에 심한 부상을 당했다. 땅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견디며 혼자 기어가다가, 절벽 아래에서 사망한 것 같다. 선배님은 잔인한 것을 잘 못 보는 편은 아니시지만, 제 생각에 선배님의 동료들 중 사망자를 돌려 눕혔을 때 내장이 상당히 많이 흘러나온 것을 보고 토한 사람들도 몇 있었을 것입니다.



선배님께 혹시 완전히 증발해버린 실종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선배님은 눈을 크게 뜨고 제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정말 희한한 얘기 하나 해줄까?' 하고 물었습니다. 선배님이 처음 입사하셨을 때, 언론의 관심이 높았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고 했습니다. 한 가족이 공원 입구에서 엄청 가까운 숲 속에서 산딸기를 따고 있었습니다. 다섯 살도 안된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중 한명이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대단한 규모의 수색이 진행되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것도 마치 그 아이가 처음부터 거기에 없었던 것 같았다고 합니다. 수색견들은 아무 냄새도 찾지 못하고 그냥 앉아있었고, 아이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수색은 두 달간 이어지다가, 결국 중단되었습니다.


6개월 후, 그 가족은 아이를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비에 꽃을 놓기 위해 돌아옵니다. 다른 아이도 같이 왔습니다. 꽃을 놓으면서 아이에게서 3초 정도 시선을 뗀 순간, 그 아이도 공기 중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부모는 당연히 비탄에 빠진 것 그 이상이었지요. 아이를 하나 잃는 것도 충분히 끔찍한데, 둘 잃는 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으니까요.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이 이루어집니다. 3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공원을 샅샅이 뒤지며 아이를 찾았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수색이 일주일 간 진행되고, 사람들은 아이가 사라진 지점에서부터 수 km 범위까지 수색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2주일이 지났을 때, 수색 지역에서 20km는 떨어진 곳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아이를 찾았다고 무전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시신을 찾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자원봉사자가 말하길 아이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K. D 선배와 동료 분들은 아이를 데리러 출동했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선배님은 그 아이가 실종된 아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옷은 아무런 흙먼지 없이 깨끗했고, 아이는 충격받은 상태도 아니어 보였습니다. 처음 발견한 자원봉사자가 말하길, 아이는 쓰러진 나무 위에 앉아서 낡은 줄로 묶어진 나뭇가지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고 합니다. K. D 선배는 아이에게 2주간 누구랑 어디에 있었냐고 물었는데, 아이가 말하길 '털복숭이(fuzzy) 아저씨'와 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선배는 이 아이가 정말 빅풋(Bigfoot)을 만난 것인가 흥분하여 아이에게 어떻게 털복숭이였냐고 물었습니다. 털이 많았니? 그러나 아이는 아니라면서, '흐릿한(fuzzy) 아저씨'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실눈을 뜨고 보는 것 처럼 흐리게 보이는 남자에 대해 설명헀습니다. 그 남자는 숲 속에서 나타나 아이를 숲 속 깊은 곳으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 역자 주 : 영단어 fuzzy는 털이 많다는 뜻도 있지만 흐릿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아이는 속이 빈 나무둥치에서 잤다고 하고, 흐릿한 아저씨가 산딸기를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선배는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냐, 무섭게 하지는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아이는 '아니요. 아저씨 안무서웠어요. 근데 아저씨가 눈이 없는게 싫었어요.' 라고 했답니다. 구조대 분들은 아이를 본부로 데려왔고, 경찰관 한 명이 조사를 위해 서로 데려갑니다. 그 경찰관은 선배님 지인이였어서, 그 아이가 나무 속에서 흐릿한 남자의 돌봄을 받고, 배가 고프면 산딸기를 제공받았다고 설명했다고 들었다 합니다. 아이는 매우 구체적으로 지정된 공간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었고, 그 경계를 넘어가면 남자는 '화를 내며 입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크게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아이가 밤에 무서워하면, 남자는 '밝게 만들면서' 나뭇가지 더미를 주었다고 합니다. 그 남자는 아이를 계속 데리고 있고자 했지만, 그 아이가 '적합하지' 않아서 내보냈다고 합니다. 아이는 그 이상 설명하지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거기까지만 이야기했습니다. 경찰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고, 먼저 실종된 아이의 수색이 재개되었지만 소득은 없었습니다. 발견된 아이는 자기 형제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결국 찾지는 못했습니다.


K. D 선배가 해준 마지막 이야기는 선배님이 신참 시절에 훈련 대열에서 이탈했을 때 겪었던 일입니다. 지도에 잘 표시되어 있는 지역에서 고산지대 기초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가고싶었다는 겁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모여있는 곳에서 5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볼일을 보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선배님이 얘기해주신 그대로 적어볼게요.


'그래서 내가 소변을 보러 갔다가,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려 했단 말이야. 근데 한 2미터 밖에 움직이지 않았는데 여기가 도대체 어디인지 모르겠는거야. '아 이 방향이 아니지' 같은 상황이 아니라. 진짜 내가 어디에 있는건지 전혀 모르겠더라니까. 대체 그때 내가 무슨 상태였는지 모르겠어. 혹시 치매에 걸리면 이런 느낌인 건가 싶기도 하고? 완전히 멍해져서,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거기 가만히 서서 내가 지금 어디 있는건지, 어떡해야 하는지 생각해내려 애를 썼지. 근데 거기 더 서있을수록 더 혼란스러워져서, 일단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아무 방향이나 찍어서 간것 같애.


그래서 걸어가고 있는데, 정신이 점점 더 이상해져서 이제는 내가 애초에 왜 이 산에 있는가 조차도 생각이 안나는거야. 그냥 눈밭을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어디서 목소리가 들렸어. 내 머릿속에서 들리는 것 같았어. 마치 개구리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럴까, 엄청 낮고 걸걸한 목소리였어. 그 목소리로 나한테 말을 계속 걸더라고. '괜찮아. 괜찮아. 뭔가 좀 먹어야 해. 먹을 걸 찾으면 괜찮아질거야. 계속 걸어가면서 먹을 걸 찾아봐. 먹어. 먹어.' 그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먹을게 없나 찾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때 진짜 인생 최대의 배고픔을 느꼈던 것 같아. 무슨 밑빠진 독 처럼, 눈 앞에 뭐라도 있으면 아무거나 먹어치웠을 것 같아. 시간 감각도 사라져서 내가 돌아다닌지 얼마나 된건지도 모르겠는 찰나에, 진짜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더라. 그 쪽으로 갔더니 다른 구조대원이 있더라고. 완전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한테 뛰어오시면서 나보고 괜찮냐고, 여기서 뭐하고 있냐고 묻더라고. 무서운 건, 그분이 나한테 뛰어올때, 내가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의 수렵용 칼로 손을 뻗고 있더라. 나는 다른 아무 생각도 없었고, 그냥 뭔가 먹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던 것 같아. 뭔가 먹지 않으면, 난 회복될 수 없으니까, 뭔가 먹어야겠다. 내가 그러는 걸 보고 그분은 바로 뒤로 물러섰어. 칼 치우라고 소리를 치면서, 날 다치려 하는게 아니다, 그 때 정신이 딱 들더라. 갑자기 내가 어딨는지 정확히 정신이 들고, 칼을 집어넣었지. 나는 그 분에게 뛰어가서 내가 없어진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었어. 한 30분 정도 되었겠지 생각하면서. 근데 그 분이 하시는 말이, 내가 없어진지 이틀이나 되었다고 하더라. 나는 봉우리 두개를 지나서 거의 산 반대편까지 와있었고, 만약 계속 그렇게 갔으면 아마도 숲 속 500km 안까지 들어갔을걸.


그리고 아무도 날 찾지 못했겠지. 내가 살아있는 걸 믿지를 못하시더라. 당연히 나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고. 나는 시간이 흘러간 느낌이 전혀 없었거든. 나는 그냥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분과 함께 집결지로 가서 본부로 옮겨졌고 헬기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어.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다 받고 원인을 알아보았지만, 의사들 추측으로는, 무슨 이상한 둔주 상태에 빠진것 같다는 거였어. 둔주가 뭐냐면, 기억상실증 내지 발작 같은건데 뇌가 맛이 가는 거지. 하지만 진짜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 그런 일이 반복된 적은 없었지만, 그 이후로 절대 나는 산에서 혼자 다니지 않아. 내가 대열에서 떨어져야 할 때 꼭 누구를 데려가니까 사람들은 불평하지만, 그럴때 나는 설산에서 내가 이틀동안 없어지는 것보다야 차라리 내가 눈밭에서 오줌싸는 소리를 듣는게 낫지 않냐고 해버리지.'


※ 역자 주 : 둔주(fugue)는 해리성기억장애로 분류되는 드문 정신질환인데, 갑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곳을 배회하거나, 여행 또는 이사를 가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데, 나중에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E. W : 다음으로 썰을 풀어준 분은 E. W라는 분인데, 예전에 여기서 교관으로 계시다가 지금은 응급구조사로 일하고 계십니다. 요즘도 실종자 수색이나 구조 건에 도와주러 오십니다만, 풀타임으로 일하시지는 않습니다. 그분의 특기는 미아 찾기인데요, 아이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찾는데는 남다른 촉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대선배들 중에서 레전드로 통하시지만, 그분을 사석에서 칭찬하면 매우 당황해하시는 편입니다. 하루는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은 잡담이었지만, 이상한 사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그 계단에 올라가보았던 친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선배님은 말수가 적어지시더니 혹시 몇년 전 선배님께서 계시는 공원에서 실종된 어린 남자아이 사건에 대해 들어봤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했고, 이 이야기를 들려주셨지요.


선배님과 동료들은 이 11살짜리 남자아이를 찾으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조이였고, 강가에서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첫번째 추측은 물에 빠져서 익사한 것이었지만, 수색견을 데려오자 오히려 강의 정반대 방향에 있는 빽빽한 숲 쪽으로 대원들을 인도했습니다. 실종자를 수색할 때는, 격자 모양으로 구획을 나누어서, 각 박스를 하나씩 매우 샅샅이 수색합니다. 선배님의 팀은 굉장히 이상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수색견들이 박스를 하나씩 건너뛰면서 냄새를 찾아내고 있었고, 냄새를 찾았다가 바로 옆 박스로 넘어가면 냄새를 잃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체스판에서 검은색 칸에만 냄새가 있고, 흰색 칸에서는 냄새가 없는거에요. 움직이면서 중간에 냄새를 전혀 남기지 않고 건너뛰는 것은 불가능하잖아요?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선배님과 동료는 격자의 새로운 박스로 진입했는데, 그 때 선배님은 50미터 떨어진 곳에 계단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동료에게 뭔지 확인해보러 가자고 했으나, 동료 분은 완강히 거부했다고 합니다. 선배님께 말하길, 계단은 절대 가까이 가지 않기로 했고,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절대 정상인 척 하지 않을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동료 분은 선배님이 계단을 확인해보는 동안 보이는 곳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선배님은 짜증이 났지만, 의지가 확고해보여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내가 계단으로 걸어갔지. 작은 계단이었는데, 지하실 내려가는 계단처럼 생겼더라구. 그 계단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서 딱히 무섭다거나 하진 않았어.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편이었거든. 어쨌든, 계단으로 갔을 때 가장 아래 계단참에 뭔가가 웅크린채 있더라고. 가슴이 철렁했어. 왜냐면 당연히 최선을 바라고 있으니까. 그 아이가 없어진지 아직 몇 시간밖에 안지났기 때문에, 우리는 생존한 상태로 아이를 발견했다고 확신했어. 하지만 난 보자마자 알 수 있었지. 그 아이는 죽어있었어. 계단에서 몸을 돌돌 웅크리고, 배를 움켜쥐고 있었어.


죽는 순간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 친것처럼 보였는데, 입술과 턱에 조금 묻은걸 제외하면 피는 없었어. 무전으로 아이를 찾았다고 알렸고, 시신을 지휘소로 수습해왔지. 불쌍한 가족 분들은 억장이 무너졌지. 부모는 아이가 잠깐 없어진 사이에 어떻게 죽을 수 있는지 이해하지를 못했어. 게다가 우리도 사인을 모르는 상태였지. 아이가 뭔가 독이 있는 걸 먹은 것 같았어. 배를 움켜쥐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함부로 추측하고 싶지는 않았어. 아들이 죽었다는 것도 충분히 받아들이기 힘든데, 뭔 멍청한 구조대 놈이 왜 죽었는지 추측하고 앉았으면 되겠나. 그들은 아이를 데려갔고, 나는 그 생각은 최대한 안하려고 하면서 퇴근했어. 아이들 시신을 발견하는건 정말 싫다. 내가 이 직업을 좋아했지만 그만둔 이유 중 하나야.


내가 딸이 둘 있는데, 그렇게 딸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이 대목에서 약간 목이 메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런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못하고, 남자 어른이 우는 것을 보는 것도 어색해서 그냥 어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선배님은 결국 진정하시고, 이야기를 이어나가셨습니다. '검시소에서 사인을 항상 알려주는 것은 아니야. 사실 우리가 꼭 알 필요는 없겠지. 가끔 범죄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 거지같은 법적 의무 때문에 알려주지도 않아. 근데 내가 보안관 서에 친구가 하나 있거든. 그 친구가 재밌는 정보를 넘겨줄 때가 많아. 이 건에 대해서는, 한 2주가 지나서 이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 그 아이 기억하고 있냐고 묻길래, 당연히 그렇다고 했지. 그랬더니 진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거야. 뭐라고 했냐면, '야, 이거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검시관이 사인을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고 하더라. 이런건 생전 본적이 없대.' 검시관이 부검을 위해 아이 시신을 열었는데, 전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고 하더군.


아이의 내장이 마치 스위스 치즈처럼 되어 있었대. 500원짜리 동전만한 구멍들이 모든 내장에 깨끗이 뚫려있었대. 심장하고 폐만 빼고. 근데 결장, 위장, 신장하고 심지어 고환 한쪽에도 구멍이 뽕뽕 나있더라니까. 검시관이 마치 누가 펀치를 가지고 구멍을 뚫어놓은 것 같이, 깨끗하게 뚫려있었대. 근데 외형적으로는 긁힌 상처 하나 없었고, 총에 맞은 상처도 없었대. 가장 비슷한 사례는 어떤 사람이 엽총을 닦다가 스스로한테 산탄을 쏜 사고였다나.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아무도 몰랐대. 친구는 나한테 혹시 과거에 조금이라도 비슷한 일에 대해 들어본적 없느냐고 물었어. 그런일은 나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어서, 도움이 못될 것 같다고 했지. 내가 아는 바로는, 검시관은 사인을 '과다 내출혈'이던가 그런거로 적었지만, 진짜 사인은 아무도 몰라.


이후로 그 아이가 기억에서 지워지질 않더라. 가끔 악몽도 꿔. 우리 아이들은 절대 숲에 혼자 못가게 하고, 같이 가게 되면 절대 내 시야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 원래는 숲에 가는 걸 참 좋아했는데, 그 사건을 포함해서, 몇 개 사건들을 겪고난 이후, 그럴 수가 없더라.' 저녁식사가 끝나고, 저희는 정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헤어지기 전, 선배님은 제 어깨에 손을 얹고 저를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시더니, 저기에는 나쁜 존재들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누구의 가족인지, 살아있는지, 생각이나 느낌이 있는지는 신경쓰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요. 조심하라고 하시고는 본인의 숙소로 돌아가셨습니다. 선배님과 또 대화할 기회는 없었지만, 이 이야기는 무척 기억에 남습니다.



P. B : 완전히 우연으로 이쪽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다른 선배님 P. B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격자 수색 훈련에서 같은 조가 되어서, 일하는 건 어떤지, 무엇을 보았는지 등등 편하게 잡담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저희는 계단을 하나 지나치게 되었는데요, 위치를 고려하면 낡은 화재 감시탑의 흔적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자연스레 숲 속에서 나타나는 계단들에 대해 궁금하다, 좀 더 알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선배님은 말수가 줄어드시더니 뭔가 말해주실 것 같이 저를 쳐다보셨지만, 그래도 되는지 확신이 없어 보이셨습니다. 결국, 저보고 무전기를 잠시 꺼보라고 하셨습니다. 당연히 그건 절대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지만, 저희는 무전기를 껐습니다.


7년 전 일이었다고 합니다. 선배님은 신입 한명과 출동할 일이 있었습니다. 두 분은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지는 걸로 알려진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실종이나, 숲 속의 불빛이나 이상한 소리에 대한 소문들 같은거 말이죠. 신참은 완전히 겁을 먹어서는, '숲 속의 존재들'에 대해 계속 얘기했다고 합니다. 선배님에 따르면, '그 친구가 계속 '염소인간'에 대해서 말하는거야. 계속, 계~속. '염소인간'이 어쩌고 '염소인간'이 저쩌고'. 그래서 내가 뭐랬냐면 여기는 실제로 다른 무서워해야할 것들이 천지고, 염소인간 따위는 좀 그만 얘기하라고 했지. 신참이 내가 뭐에 대해서 얘기하는건지 또 묻길래, 나는 그냥 좀 닥치라고 했어. 우리는 작은 산마루에 도착했는데 한 10미터 앞에 계단이 하나 있었어. 신참은 완전히 길 위에 얼어서는 그걸 쳐다보고 있더라.


내가 말했지. '봤냐? 저런게 진짜 무서워해야하는 거야.' 저게 대체 왜 이런데 있는거냐고 묻더라. 그때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진실을 얘기해줬어. 내가 진실이라고 들었던 것 말이지. 그것을 말해주는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 그리고 지금 너한테 얘기해주는 것도 나중에 심각하게 곤란해질 수도 있어. 그래도 넌 좋은 녀석이니까, 그리고 이제 그만 알아보라는 차원에서. 진작에 그만 두는게 좋아. 너 상관들한테 일언반구 안한다는 조건 하에 알려준다.'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고, 선배님은 무전기가 꺼져있는지 거듭 확인하셨습니다.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이렇게 까지 함구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어. 그리고 여기에 다른 일들도 일어나고 있었거든. 사람을 뽑을 때 여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미리 경고하기까지 했지.


아마도 산림청에서는 사람들이 하도 금방 그만두니까, 무슨 일을 겪게 되는지 미리 알려주려고 한게 아닐까 싶어. 여기서 보는 것에 대해 언론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쓰게 했지. 산에 사람들이 무서워서 안오면 안되니까, 겁먹은 신참들이 언론사에 뛰어가서 귀신들린 계단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은 막고 싶어했던거야. 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서약서 같은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 사람들이 자기가 본 것을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했던 거야. 언론에서 몇 번 정도 애들이나 등산객이 실종되면 취재하러 오기도 했지만,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나도 왠지 정확히는 몰라. 그냥... 뭔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해. 우리는 매일 숲에 가는게 일이잖아. 겁에 질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게 제일 효과적이니까.


그니까 내가 아는 걸 너한테 다 알려주고, 앞으로는 더 얘기 안할거야. 그리고 나한테 그 얘기는 다신 꺼내지 마. 그 계단들은 이 공원이 처음 생겼을 때 부터 존재했어. 그것들에 대한 수십년 전 기록도 남아있지. 계단에 올라가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보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근데... 야, 정말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가끔 진짜 안좋은 일이 일어나. 계단 꼭대기에 올라갔다가 손목이 싹둑 잘려버린 사람을 봤었어. 그 친구가 나뭇가지를 만져보려고 손을 뻗었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 분명 1초 전에는 멀쩡히 달려있던 손이, 갑자기 없어진거야. 완전히 반듯하게 잘렸어. 잘린 손은 찾지 못했고, 그 친구는 죽을 뻔 했지. 또 한번은, 어떤 여자가 계단을 만졌는데, 뇌혈관이 폭발해버렸어. 말 그대로 무슨 물풍선처럼 터졌대.


그 여자는 비틀거리면서 나한테 오더니, '저 몸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하고는, 무슨 밀가루포대처럼 쓰러졌어. 땅에 닿기도 전에 이미 죽은거지. 그 여자 눈 속으로 피가 차오르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 여자가 죽기 전에, 눈이 뻘겋게 변하는걸 내가 봤어. 그걸 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더라고. 계단 근처로는 가지 말라고 사람들한테 주의를 줘도, 꼭 한명은 어기는 사람이 있지. 어긴 사람들한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뭔가 안좋은 일이 꼭 일어나. 아이의 흔적을 잘 쫓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지거나, 다음날 공원에 아주 안전한 구역에서 누가 반으로 잘려 죽거나. 이유는 모르지만 항상 안좋은 일이 벌어져.


왜 숲 속에 계단이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사실 상관도 없어. 이미 여기에 존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새 관리자가 왔을 때 저것들이 무슨 능력이 있는지 알려주는 것 뿐이지.' 저희는 잠시 말없이 있었습니다. 말씀을 마치신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선배님은 할말이 더 있으신 듯 보였습니다. 결국 이야기를 계속하셨습니다. '너 똑같은 계단은 두번 다시 보는 일이 없는 것 알고 있냐?' 저는 이야기를 기대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선배님은 제 옆에서 걸으시며 침묵하셨고, 결국 공원에서 보았던 가장 큰 사슴 이야기를 하시며 다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계단 이야기는 다시 꺼내지 않았고, 다른 이야기를 더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음날 선배님은 훈련에서 빠지셨습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떠나신 것 같았습니다. 몸이 안좋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후 선배님 소식은 아무도 들은 바가 없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조속히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지만, 이제 여름이 끝나가서, 여기 일이 많이 바빠졌습니다. 계속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몰랐던 저의 호기심을 여러분이 일깨워주셨어요!

출처 https://creepypasta.fandom.com/wiki/I%27m_a_Search_and_Rescue_Officer_for_the_US_Forest_Service,_I_Have_Some_Stories_to_Tell

I'm a Search and Rescue Officer for the US Forest Service, I Have Some Stories to Tell
https://www.reddit.com/user/searchandrescuew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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