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
자전거는 아예 탈 줄도 몰랐는데, 한달 전 지나가는 자전거를 보고 문득 배우고 싶었습니다.
걷는 것보다 저렇게 달리면 참 편하겠다, 싶어서요. 겸사겸사 운동도 될 것 같구요.
어차피 처음 배우는거라, 그냥 집 근처 삼천리 매장에서 바구니 달리고 바퀴 작은 17만원짜리 자전거를 샀어요.
안장을 최대한 낮추고, 동네 운동장에서 한시간을 낑낑거려 겨우 균형잡고 페달 좀 밟으려고 하는데...
그만 왕창 넘어져 발을 접지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뼈는 안다쳤지만 발목이 퉁퉁 붓도록 인대가 늘어나, 반깁스를 해야 했습니다.
온몸의 근육통은 덤이었구요.
자전거는 배우지도 못했는데... 고생만 하니 무지 억울하더군요.
2. 킥보드(킥스쿠터) 배우기
그렇게 반깁스한지 2주쯤 됐나... 발목 붓기는 여전했지만 통증은 어느정도 가라앉은 상태였습니다.
걷는 것보다 좀 빨리 다녀보겠다고 하다가, 그나마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하게되니 무척 답답하더군요.
그러다 성인용 킥보드가 있는 걸 쇼핑몰 광고메일로 알게 됐습니다.
저거면 발로 살살 굴리는거니 넘어질 염려도 없고, 괜찮겠다 싶어 질렀는데...
큰 오산이었습니다.
킥스쿠터라고 불리는, 바퀴 두 개짜리 킥보드였는데
이건 뭐... 균형을 잡을 줄 몰라 올라타질 못하고 계속 발로 땅을 짚으니 힘은 힘대로 들고, 킥보드는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반면 자전거를 탈 줄 아는 남자친구는 얄미울 정도로 너무 쉽게 재밌게 타더라구요.
부럽기도 하고 오기도 생겨, 여전히 반깁스를 한 채,
내리막에서 균형잡기부터 시작해서 사흘정도 밤마다 교통공원에서 열심히 연습한 끝에야 어느 정도 균형을 잡고 탈 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자세로 자꾸 탔는지 근육통은 둘째치고 발목, 발등, 무릎 등의 관절들이 쑤시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파스냄새를 풀풀 풍기며 열심히 다녔어요.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근육으로 달리는 자세를 익히는 데는 그렇게 한 일주일쯤 더 걸린 것 같습니다.
3. 다시 자전거로
특히 반깁스나 커다란 발목보호대를 하고 킥보드를 타고 다니니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
발목을 접지른 지 5주차, 킥보드를 탄 지 2주가 좀 넘은 엊그제 공원에서 킥보드를 타는데 어떤 분이 말을 거셔서,
그만 한눈팔다 장애물에 걸려 크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보호장구들 덕분에 크게 다치지는 않고, 팔꿈치만 조금 멍들고 까지는 데서 끝났지만
킥보드가 조금 삐걱거려서 AS 보내고 걸어다니려니 무척 허전하더라구요.
마침 반깁스도 발목보호대로 대체한 터라, 다시 못배운 자전거를 마저 배워봐야겠다, 싶었습니다.
한달이 넘게 지난터라, 균형이나 다시 잡을 수 있을까 무척 걱정하며 제대로 타보지도 못한 새 자전거를 꺼냈지만...
... 자전거를 익히는데는 삼십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일단 페달만 밟으면 균형이나 방향전환도 자전거가 킥보드보다 훨씬 안정적이었고,
킥보드는 발로 브레이크를 잡는데, 그에 비하면 손으로 잡는 자전거 브레이크는 훨씬 부드럽고 섬세해서 금방 익혔구요.
결과적으로 킥보드로 자전거를 배운 셈이 됐습니다.
그렇게 이틀째, 자전거 타고 그럭저럭 잘 다니는 중입니다!
물론 초보운전이라 최대한 천천히, 조심조심 타고 다닙니다.
앱으로 재보니 오늘은 18Km쯤 탔는데, 평균속도가 10Km/h로 나오더라구요 ^^;;;
4. 킥보드 vs. 자전거
자전거는 겨우 타고다닌 지 이틀째라 뭐라 이야기하긴 그렇고,
자전거와 비교했을 때 느낀 킥보드의 장단점을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킥보드의 가장 큰 장점은 휴대성입니다. 무게가 4.7Kg밖에 되지 않아서, 접으면 버스도 타고 작은 식당에도 손쉽게 들고 들어가고 그렇습니다.
속도도 자전거에는 당연히 못미치지만, 걷는 것보다는 훨씬 빠릅니다. 며칠 전 앱으로 측정해보니 15Km를 타는데 7Km/h 정도 나오더군요.
서서 타기 때문인지 특히 내리막에서 달릴 땐 속도감이 꽤 느껴져서 재밌습니다.
타고 내리기도 쉽고, 끌기도 가벼워서 적당히 타다 걷다 하기 좋습니다.
장보러 갈 땐 핸들에 가방이나 짐도 어느정도 걸고 다닐 수 있구요. 물론 자전거가 앞뒤로 짐을 훨씬 많이 담겠지만요.
단점은, 아무래도 발로 굴러서 타는지라 킥보드만으로 장거리를 가긴 힘듭니다. 낮에는 더워서인지 한 5Km만 넘어가도 땀나고 지치기 시작하더라구요.
물론 선선한 밤이거나 매끈한 길에서는 좀 더 탈만하지만, 그래도 자전거보다는 훨씬 힘듭니다. 물론 제가 저질 체력인 탓도 있겠지만요 ^^;
반면 자전거는 같은 길을 달려도 천천히만 달리면, 어지간한 경사를 만나지 않는 이상 하나도 힘들 일이 없어서 무척 좋았구요.
또 아무래도 바퀴가 작은지라, 자전거에 비해 노면에 민감합니다. 보도블록이 조금만 거칠어도 그 굴곡이 핸들과 발판에 그대로 느껴지더라구요.
5. 결론
개인적으로는 자전거랑 킥보드, 둘 다 정말 재미있네요!
자전거도 아직까지는 속도욕심도 크게 나지 않고, 그냥 천천히 타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자전거는 좀 묵직한 편이라...
나중에 익숙해지면 좀 더 가벼운 미니벨로를 한번 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