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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휴대폰을 8만원 달라니요?(펌)
게시물ID : humorbest_1026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떠나가지마
추천 : 84
조회수 : 3517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8/03 13:34:18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8/02 22:57:16
얼마 전 택시에 핸드폰을 두고 내린 적이 있습니다. 곧바로 전화를 하니 다행히도 기사님이 전화를 받더군요. 당시 저는 수유 쪽에 있었는데 이미 수유는 벗어났다고 하면서도 바로 제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하셨습니다. 핸드폰을 분실했을 때 다시 찾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귀찮게 여길 수도 있는 일인데 정말 좋은 분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혹시라도 영업에 해가 될까봐 미터기를 켜고 오시라고 부탁 드렸습니다. 감사의 뜻으로 택시 미터기에 찍힌 금액에 적당히 돈을 조금 더 드리면 되겠지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날은 정말 더운 날이었습니다. 가게에서 음료수도 하나 사서 마시고 기사님 드릴 음료수도 하나 사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 택시 기사님에게서 조금 황당한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학생인 거 같으니까 5만원만 주고 가져가." 

당시 가지고 있던 돈은 2만원 가량. 잊어버린 핸드폰을 다시 찾는데 5만원을 줘야 된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봤기에 정말 난처했습니다. 전 학생이라 당장 그만한 돈도 없을 뿐더러 자기 소유의 핸드폰을 돌려받는데 5만 원이나 줘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기사님은 '아직 세상을 모르네'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씀해 주시더군요. 

"이 핸드폰 내가 지금 보니까 산 지 얼마 안 된 거네…. 학생, 이 정도 좋은 핸드폰이면 청계천에서 8만 원은 받을 수 있어. 근데 대학생이니까 그냥 5만원만 달라는 거야." 

그 다음부터의 대화는 자세히 말하진 않겠습니다. 기사님과 저 사이에 몇 차례 고성이 오갔고, 가지고 있던 돈 2만원을 모두 드린 후에야 핸드폰을 가지고 도망치듯 내릴 수 있었습니다. 

제 등 뒤로 기사님의 욕설이 들리더군요. 

"기껏 찾아줬더니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구만." 

그 기사님 말씀 대로 정말 전 양심이 없는 사람이었을까요? 가뜩이나 더운 날씨, 제 '비양심'을 질타해주신 기사님에 대한 '고마움'으로 인해 더 무더워진 여름 밤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친구들에게 얘기했습니다. 대부분 핸드폰을 택시에 두고 내렸을 때는 정말 찾기가 어려운데 그나마 찾았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하더군요. 5만원을 요구한 그 기사님은 좀 심했지만, 그래도 삼 만원 정도는 주는 게 관례가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제 친구가 사용한 '관례'라는 단어가 저를 참 슬프게 했습니다. 주운 물건을 돌려주고 받는 일에 돈이 개입되어 있는 것도 놀라운데, 그 가격도 식당 메뉴판처럼 뭐는 얼마라고 정해져 있다니요. 선행은 돈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라고 전 배웠고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신고 있는 명품 구두가, 당신이 타는 고급 승용차가, 당신이 입고 있는 명품 옷이 그리고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가 당신의 가치를 말해준다는 광고카피가 판을 치는 사회.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이미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돈의 많고 적음이 가장 중요해진 지독하고 역겨운 배금주의사회. 제가 몸 담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런 곳이라면 선행의 대가가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인사'가 아닌 '적당한 가격이 정해진 돈'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돈'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해도 선행의 대가는 '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물건을 돌려주는 행위 자체는 특별한 선행도 아닌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일입니다. 이런 상식적인 행위가 선행이 되어버린 사회, 그리고 그 선행에 대한 적절한 값이 관례로 정해져 버린 사회. 이런 사회는 너무 삭막하고 비인간적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 배운 그리고 지금도 배우고 있는 도덕과 상식이란 단어는 이미 사라진 것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상식을 말하려고 합니다. 아마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요. '길거리에서 주운 물건은 주인을 찾아 준다'는 상식. 이것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을 만한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상식'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길거리에서 주운 물건은 그 순간 내 것' '돌려주더라도 그에 합당한 금전적 대가를 받은 후에 돌려 준다' 저를 포함한 우리는 어쩌면 이런 생각이 '상식'적이라 여기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 택시 기사님이 제 핸드폰을 돌려주어야 할 남의 물건이 아니라, 최소 5만원은 받을 수 있는 자신의 물건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비상식적인 생각이 상식처럼 여겨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온 사회에 퍼져 있는 도덕불감증이 그 원인일 것 같습니다. 물건을 돌려주지조차 않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은 사회에서, 돌려주기라도 하는 사람은 그들보다는 도덕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을 테니까요. '귀찮다고 혹은 가지고 있으면 돈이 된다고 돌려주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그래도 난 주인을 생각해 돌려주었으니 그에 합당한 대가를 달라…'는 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많은 사람이 이기적이 되어가도 상식과 도덕의 기준은 바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돌려줄 수 있음에도 돌려 주지 않거나 돌려 주면서 물건을 잃어 버린 사람이 부담을 느낄 정도의 과도한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는 모두 기본적인 상식을 벗어난 비도덕적 행위일 뿐입니다. 자신보다 더 나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자신의 부당한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선행의 대가로 진심 어린 감사보다 돈을 먼저 요구하는 사회. 주운 물건은 주인의 것이라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 기본적인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희망은 없습니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가는, 아니 되어버린 사회를 경계합니다.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 상식을 지키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지는 그런 사회를 소망해 봅니다. 

다음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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