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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이런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정신없이 지나가긴 했는데 그래도 아버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별탈없이 장례 치렀습니다.
이전 글에 명복 빌어주신분들, 그리고 그 전에 잘 되기를 기도해주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장지에서 돌아오면서 내용 읽으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래는 별로 안읽으셔도 상관 없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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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아버지를 보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워낙에 어려서부터 지방 출장이나 장기간 집을 비우시는 일이 잦았던지라 몇일씩 떨어져 있는 일이 익숙해서 그럴까요? 지금 아버지가 집에 안계신 상황도 그저 어디 멀리 출장가셨구나 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근데 앞으로 이집으로 돌아오실 일이 없다는 점이나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TV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는 부분이 가장 슬픈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말 그대로 친구같은 아버지였습니다. 지나가면서 뚱뚱하게 튀어나온 제 배를 손가락으로 찌른다던가 뒤에서 간지럼도 많이 태우셨구요, 그런식으로 장난을 많이 치시던 분이라 아버지랑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웃기도 많이 웃었고 추억도 너무 많네요. 근데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전화나 문자는 많이 안했습니다. 집에오면 그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 딱히 전화를 할 필요도 못느꼈고, 당연히 잘 계시니까 안부인사같은건 그냥 생략하고 살았죠. 그부분이 참 많이 후회됩니다. 조금이라도 더 목소리 듣고 싶고, 얼굴도 한번 보고싶고, 아버지 수염난 뺨 한번 쓰다듬으면서 낄낄거리면서 웃고 싶어요.
처음에는 정신없이 그냥 울었습니다. 입관 직전에 아버지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라는 소리에 정말로 마지막인가 하고 많이 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 표정은 참 이상하게 편해보였습니다. 이게 참 이상한 소리긴 한데 뭔가 정말 좋은곳에서 편히 주무시는 것 처럼 빙긋이 웃는 모습으로 누워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울면 안될 것 같더라구요. 갑자기 옆에 어머니랑 동생이 보이면서 제가 울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버지가 좋은 곳에 가셨으니 이게 슬프기만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시립 승화원에서 아버지 보내드리고 유골을 받는데 이게 참 이상하게 가볍더라구요. 세상에 그렇게 여러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아까운 사람이라고 위로해줬는데도 겨우 남은게 이건가 싶기도 하고, 정말 여기서 보내드리면 끝이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서 엄청나게 무겁더라구요.
장지는 할아버지 옆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납골당이나 공원묘지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큰아버지가 말씀하시더라구요. 큰아버지 사시는 곳이 고향이고, 집 바로 앞에 할아버지도 모시고 있고, 남한테 돈주고 맡기지 말고 당신께서 관리하실테니 할아버지 옆에 모시자고 말이죠. 저랑 동생은 그래도 자주자주 찾아뵙고 싶어서 가까이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차라리 거기 모시고 친척집에 자주자주 찾아뵙는게 맞는 것 같아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 묘 아래쪽에 조그맣게 자리 마련해서 아버지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오유분들 남겨주신 리플 모두 읽어봤습니다.
우선 명복을 빌어주신 모든 분들께 말로 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저 랜선에 통해있는 일면식도 없는 분의 명복을 빌어주시는 모습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인증없어서 비공감주신분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사기를 치고 추천 받아먹은 분들이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아버지 보낸 입장에서 이걸 인증을 할수도 없고 차라리 사기였으면 좋겠는데 그런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차라리 이런 사기를 치고 추천받으면서 낄낄거리는 놈이었으면 차라리 나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100명중에 99명이 사기꾼이라도 단 한분이라도 진짜일수도 있습니다. 인증이 없으니 사기일거다라는 말씀 자체가 상처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가족한테 잘해주세요. 한마디라도 많이 나누려고 노력하세요. 인생은 영화나 소설이 아니다보니까 복선이라는게 없어요. 어느날 어느순간 가족이 자리를 비울지 알 수 없어요. 그 전에 모든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충실히 하세요. 그렇게 해도 남겨진 사람은 아쉬워요. 저도 지금 당장이라도 한번 더 보고싶고 손한번 더 잡고싶고 그래요. 아무 소식 모르고 못본다고 해도 제가 모르는곳에 간다고 해도 어디 살아계셔줬으면 좋겠어요. 아버지 보내기 전까지 믿지도 않는 신한테 병신이 되도 좋다고 말을 못해도 좋다고 눈을 못봐도 좋으니 제발 살려만 달라고 그렇게 빌고 또 빌었는데도 데려가버리더라구요. 후회해도 아무 소용 없으니까 지금 당장 잘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