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엘리베이터(궤도 엘리베이터)에 관한 글이 얼마 전 올라왔었는데요. 그 글에 댓글 좀 달았다가 댓글만으로는 제 생각이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 글 하나 작성해봅니다. 심심하신 분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설계상 원하는 모습의 궤도 엘리베이터는 길이 10만km 급의 강체 막대를 지구에 꽂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초대형 돌팔매(?)의 느낌이라 할까요?
움짤처럼 회전하는 궤도 엘리베이터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부분일수록 엄청 빠르게 회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궤도'라고 표시한 분홍색 호가 그려지는 곳에서 선속도 v로 회전하는 물체를 '정지궤도' 및 '카운터웨이트 궤도'에 옮겨놓은 상황을
상상하면 빨간색 호 및 황토색 호 정도밖에 따라가지 못합니다. (속도가 v로 같기 때문에 세 가지 색깔의 호의 길이는 매 순간마다 동일합니다.)
그러니 궤도 엘리베이터의 기둥에 해당하는 카본나노튜브 와이어는 지구에서 먼 거리일수록 올라가는 화물이 더 빨리 돌 수 있도록 힘을 전달해
줘야만 하지요.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림에 내용을 대략 넣어놨습니다만 첨언하자면 분홍색 '저궤도'에서 빨간색 '정지궤도'로 엘리베이터를 올려보내는 사이에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관성이 작용하니까 엘리베이터 기둥(와이어)이 꺾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궤도가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빠르게 회전해야 곧은 모양이 유지되는데
지상 기지에서는 화물의 승하강 에너지만 부여하므로 회전 방향으로 속도를 높힐 운동에너지는 알아서(?) 얻어내야 합니다.)
에너지 보존법칙의 지배를 받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과정입니다.
결국 화물이 끝까지 올라가면 엘리베이터 와이어는 다시금 기둥처럼 곧은 모양을 갖추긴 하겠지만 카운터웨이트가 뒤로 제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면 지상 기지 쪽이 문제가 되겠지요. 완공 당시에는 엘리베이터 와이어가 기둥처럼 지면에 수직으로 서있었는데
이제는 꺾여버렸으니까요… 이 상황은 부실공사도 아니고 문자 그대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내려오는 화물보다 올라가는 화물이 많다면
이러한 현상은 당연히 발생하게됩니다. 만약 내려오는 화물이 더 많다면 상황은 반대로 되겠고요. 두 경우 모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지요.
궤도 엘리베이터의 주 목적이 "지상의 화물(월면 개발 및 화성탐사 등 지구로 되돌아올 일이 없는 짐들…)을 궤도상에 값싸게 올리자!" 이므로
지속적인 질량 유출이 예상됩니다. 따라서 카운터웨이트의 후방 쏠림은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요. 나중에 군사위성 수준을 초월하여
우주전함이라도 만든다고 자재를 올린다면 어찌될런지… 바다에 떠있는 대형 항공모함도 10만톤에 육박하는데, 그 이상 될것이 뻔한 물건을
궤도에 올린다?
정지궤도 공전속도는 초속 3.1km정도이니, 지표면에서 초속 0.47km로 지구 자전에 묻어가던 재료들이 '화물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그 속력이
6.6배로 빨라진 우주전함으로 완성되어 버리는데… 운동에너지는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고… 어쩌면 카운터웨이트가 뒤로 쳐지는 것이 생각보다
금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궤도 엘리베이터가 망가지면 안될테니 엄청 묵직한 카운터웨이트를 설치하는 것이 좋겠군요. 한 10억톤 정도면 괜찮을까요?
(그래봤자 10만톤의 1만 배일 뿐이군요. 이 정도가 큰 산 하나 무게라고 어디선가 봤습니다.) 그러면 카운터웨이트로 사용할 10억톤짜리 물체는
어디서 가져와야할까요? 지상에서 로켓을 수없이 쏴올려서? 이럴거면 그냥 그 로켓으로 직접 우주개척을 하러 나가는게 낫겠지요…
그러면 지구 밖에서 카운터웨이트를 가져와야된다는 소리인데, 소행성을 끌어와야겠네요. 이건 이것대로 문제로군요. 10억톤 이상 될 소행성을
카운터웨이트 궤도에 진입시켜야만 하는데, 지구낙하가 예상되는 소행성의 궤도를 어떻게 바꿔서 인류 멸망을 피할까? 고민하는 것이 인류의 현
기술 수준인만큼 그 경지를 아득히 초월하는 요구 조건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구에 충돌할 소행성을 빗껴나가게 경우'라면 아무 방향으로나 피해가게만 하면 되는 수준이지만, 카운터웨이트용
소행성 포획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속력으로 소행성을 컨트롤해야 하니(지구 적도면과 카운터웨이트용 소행성의 공전궤도면이 일치해야만
하는 초정밀제어가…) 몇 세대가 지나야 시도해 볼만한 기술력을 갖추게 될런지도 의문이고요. 만약에 소행성의 궤도 컨트롤을 잘못하기라도
한다면 영화가 아닌 현실판 아마겟돈을 전세계 동시개봉(4D로 단 1회 상영?)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게다가 엘리베이터 승강기 컨트롤 역시 신경쓸 곳이 많아보입니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정지궤도는 지구 중력과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는 곳입니다.
쉽게 말해 무중력 상태이지요. (그러니까 정지궤도에 인공위성이 잘 떠있을 수 있는 것이고요.)
즉, ②번 위치에서 잘 돌고있는 인공위성을 ①번 위치로 옮겨오면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워져 중력을 보다 강하게 받기 때문에 ②번 위치보다
더 빠르게 공전해야 궤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궤도 엘리베이터는 곧은 막대 형상이므로 ①번 위치에서의 회전속도가 ②번 위치보다
당연히 느립니다.
결국, ①번 위치에서는 지구 중력이 원심력보다 우세하여 엘리베이터의 화물은 가만히 두면 다시 지구쪽으로 낙하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곳이 그림의 짙은 회색 영역입니다. 정지궤도 안쪽 전 영역에 해당되는 이야기이지요. 그러므로 지상기지에서는 화물이 정지궤도에
도착할때까지는 화물을 우주 밖으로 들어올리는데에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그런데, ③번 위치는 상황이 반대입니다. 정지궤도 바깥이기 때문에 지구 중력이 더 약하고 따라서 천천히 돌아야 궤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궤도 엘리베이터가 막대 형상을 이루고 있는 이상 ②번 위치보다 빠르게 움직이게 되므로 원심력이 우세하게 되어 화물을 내버려두면
저절로 지구에서 멀어지는 움직임을 보일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곳은 정지궤도 바깥쪽에 해당하는 밝은 회색 영역입니다. 따라서 올려보내던 화물이 정지궤도를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상승시키기기 위해 밀어내는 추진력을 줘야하는 것이 아니라 카운터웨이트에 꼬라박(?)지 않도록 견인력을 줘가면 속도조절을 해줘야 하겠지요.
생각해보면 화물을 옮겨줄 승강기를 컨트롤하는 것도 단순하지만은 않군요.
또한, 10만 km 거리를 왕복할 승강기의 구동방식도 문제고요. 자체동력을 이용한 자력주행이냐 외부동력에의한 견인방식이냐…
이처럼 하나씩 따져보면 문제될 내용들이 이것저것 튀어나오는데요. 아~ 이제 글 작성하는게 지겨워(?)져서 이쯤에서 마무리지어야겠습니다.
생각 정리 및 검토하고 그림 그리고 글쓰고 하는데 하루는 더 걸린 것 같군요. (덕분에 각운동량, 관성모멘트, 제 1, 2 우주속도 등등 여러가지
복습했네요;;)
그냥 재미삼아 보셨길 바랍니다. (좀 무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