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이제 중년이 되어버린 나는, 오늘도 개울을 건넙니다.
까불다가 강제목욕을 몇 차례 한 뒤로는 매우 조심합니다. 중년의 나이가 되었건만 목욕은 여전히 싫습니다.
한 걸음 앞으로 두 걸음 뒤로... 조심조심...
무사히 건넜습니다. 서산으로 기우는 태양을 바라보며 잠시 지나온 묘생을 돌아봅니다. 게으른 집사놈과 살아온 묘생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개울가에는 매화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식물의 삶이 편안해 보여도 알고보면 이들도 매순간 목숨을 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리내어 투정하는 법이 없어서 잘 모를 뿐입니다.
산수유꽃은 제법 봉오리에 살이 올랐습니다. 곧 활짝 피어나겠죠. 하지만 수분을 도와줄 곤충들이 부쩍 줄어들어버려서 이 아름다운 산수유나무의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오늘은 탈없이 개울을 건넜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게으른 집사놈 가슴팍에 발톱이라도 박아서 참치캔을 얻어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