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한 번 했더니, 열화와 같은 성원에 몇자 더 남겨야 할 것 같아서......
내 사내 총각들과 주위의 총각들에게 이렇게 설득을 하곤 합니다.
"무릇 사내로 태어나 여인들과 가사 분담의 협상을 해야 한다면 그대들은 무엇을 하려 하느뇨?"
"소인은 그저 힘밖에 없어, 빨래나 하려 하옵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소임을 다하니 여인과의 협상이 결렬될까 저어 하여 청소기를 맡으려 하옵니다."
"열근의 고기와 한말을 술을 마시는 심정으로 분연히 일어나 소파 점령권을 행사 하려 하옵니다."
"섬섬옥수가 누추한 곳에서 더렵혀질까 두려워 뒷간을 담당하려 하옵니다."
"어찌 그리 젊은 놈들의 생각이란게 홀애비 고쟁이 마냥 빛바래고 늘어져 있더냐?"
"세탁을 점령한다 하여도 저자거리 새탁소 주인보다 못하고, 소파라 함은 원 주인이 여인내들인것을 네 몰랐더냐?"
"뒷간이야 말로 사내가 하여 서는 안되는 추악한 잡일이로다. 해도 표도 안나는 일을 소매를 걷여 붙여 본들 밥이나 먹을 것이냐?"
"사사로운 감정과 부모의 눈길만 피할 수 있다면, 부엌이야 말로 사내의 진정한 '창조경제'의 산실이로다."
생각해 보면, 가사 중에 부엌의 일처럼 '창조적'인건 없습니다. 나머진 거의 대부분 '유지보수'급이죠.
하지만 창조에는 고통이 따른다는건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도달하는 경지는 집안의 권력자의 취향을 극하게 존중해주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해물 계열을 먼저 익히게 됩니다.
집앞에 온 '낚지 트럭'을 잡으려고 속옷 바람으로 뛰어 나가던 그날이 선연하게 떠오르네요.
이제 일반 가정식을 어느 정도 호기롭게 구사하게 되면, 권력자와 그의 간신은
"엑조틱하고 엘레강스하며 스맛폰으로 찍어 올려도 무색하지 않은 장식요리"를 요청합니다.
이때 그 간신의 역할이 중요한데, 간신의 한 마디가 일의 경중을 결정합니다.
"엄마~~ 시중에 파는 토마토 소스는 넘 구리지 않아?"
"좀~~ 그래"
위의 대화 한 구절에 결국 불란서와 이태리의 조리법을 이 반도의 나라에서 구현하게 합니다.
(약 이틀 정도 걸리지만......약간 차이가 나는듯......그냥 하세요...별로 차이 안납니다.)
역시 엘빈 토플러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던게, 권력은 이동을 합니다.
이전 권력자가 해물과 국물위주의 식사를 하셨다면, 중딩인 새로운 권력자는
'자작하거나 소스는 없거나 약하고 핏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 싸구려 치즈(체다 등)와 떡볶이 스런 맛'을 추구합니다.
허나 이전 권력자가 아직은 완벽하게 왕좌에서 내려가지 않은 까닭에
해물도 들어가고 스테이크는 레어로 구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몇 젓가락 뜨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편의점의 삼각김밥에 엄지척을 하는 이해 할 수 없는 권력자의 행동에
저는 피를 토하고 있습죠.
근데 최근에 전 권력자가 엄포를 놓았습니다.
"내 말은 하지 않았으나, 요즘 수랏간의 작태가 요상하도다. 어찌 음식이 이리 맹맹하거나 익히지 않는 것이냐?"
"십수년을 데리고 있었으면, 미물도 능히 헤아려 할수 있는 일을...... 내 입맛이 고급지지 않아 참았으나 조심하라."
허나 저는
"떡볶이스런 맛이 가미 되어 참지름(?)과 체다치즈 향이 넘실대는 소스 없는 요리"를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