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때였던 것 같다.
친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소화를 시킬 겸 밤 공기를 마시며 종로 근처를 걷고 있었다.
남자답게 앞만 보고 걷다가 옆을 보니,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친구는 길가의 한 천막 앞에 서있었다.
허름한 천막 앞에는 사주, 타로, 관상 등을 본다는 글이 써져 있었다.
나: 왜? 너 점보려고?
친구: 음... 나 연애운이나 한번 봐볼까?
친구는 30년이 넘도록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었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친구에게 심심한데 점 한번 보자며 권했고,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에는 안경을 쓰고, 고집있어보이는 입매를 한 할아버지 한분이 앉아계셨다.
친구: 저... 점좀 보려고 하는데요...
할아버지: 어 거기 앉어봐
할아버지는 대뜸 말을 놓았다.
나는 살짝 기분이 안좋았지만, 친구는 '역시 점쟁이는 이정도 포스는 있어야지!' 라는 기대감에 찬 표정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친구: 저... 혹시 관상도 잘 보시나요?
할아버지: 당연하지. 뭐가 궁금해
친구: 제가 아직까지 연애를 못해봤는데, 관상을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 흠... 그래? 어디 봐봐 얼굴 좀 더 이리 가까이 와봐
할아버지는 친구의 얼굴을 꼼꼼히 살피셨고, 친구는 긴장한 듯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얼굴 살피기를 마치셨는지 할아버지는 하나씩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음...일단 눈 말인데... 눈이 이렇게 보면 눈 사이가 꽤 멀어
친구: 네네
할아버지: 그리고 눈이 작고 날카로워서 무서워 보일 수 있단말이지
친구: 네네
할아버지: 자네 시력 좋은가?
친구: 네 뭐 나쁘지는 않습니다.
할아버지: 음... 요즘 도수 없는 안경도 많이 있어. 그거라도 쓰고 다녀봐
친구: 네??
할아버지: 안경 쓰면 인상이 좀 나아보일거야
친구: .....아....네....;;
나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고,
할아버지는 이어서 코에 대하여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할아버지: 그리고 코말이야. 콧대가 좀 낮아. 그리고 콧구멍도 작은편이란말이지
친구: .... 네
할아버지: 저기 압구정동쪽이나 강남쪽에 가면 수술 잘하는데가 있어
친구: ???
할아버지: 역 근처 말고, 좀 더 돌아다니면 싼데 잘하는데들도 있단말야. 그런데 가서 좀 높여봐. 요즘 이정도는 수술도 아냐.
친구: ....?????에????
할아버지: 내말대로 해봐. 그럼 인상 좋아지고 여자도 생길거야
친구: .......
할아버지: 5천원
나는 코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먼저 천막을 뛰쳐 나갔다.
친구는 계산을 한 후, 들어갈때보다 찝찝한 얼굴로 천막을 나왔다.
친구: .... 야 원래 관상이 이런거냐?
나: ....내일 안경집이나 같이 갈까?
이렇게 5천원으로 성형 견적... 아니 관상을 본 친구는 한동안 말이 없었고, 2년이 흐른 지금까지 여자친구가 없다.
할아버지 말대로 안경을 쓰고, 콧대를 높였으면 애인이 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