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하러 들어오는 연식이 꽤 있는 아재라오. 늙다보면 몸도 마음도 생각도 한 쪽으로 굳어지게 마련이라 나름 균형을 잡아 볼 요량으로 여기저기 눈팅을 하고는 하는데 오유만한 도량이 없습디다.
근자에 집안 내 외로 왁자찌껄하고,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잎사귀들 서로 부딛혀 내는 소리 듣다 문득, 나도 한 켠 그 잎사귀 중에 하나라 부는 바람에 용기내어 몇자 끄적 거려 봅니다.
많은 사람들과 부침을 거듭하며 살다보니 슬며시 가슴에 자리잡는 기둥 같은 것들이 생깁디다. 그 중 하나가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고수하되 타인에게 그 잣대를 강요하지 않기’와 같은 것들이지요.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로 인한 많은 잎사귀로 풍요로워 보이는 것은 같은 초록이지만 같지 않은 초록이라 저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새와 방향이 달라서 어느 것 하나 햇빛에 빛나지 않는 녀석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의 명도가, 채도가 이러하니 너희들도 똑 같은 명도와 채도를 가지라 하면 세상은 참 재미 없을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나를 강요하지 않으면 의외로 마음이 넉넉해지더라고요. ’걱정’이라는 나를 은연 중에 강요하는 허울 좋은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저 마다 가지고 있는 ’자’로 다른 사람을 재거나 재단하지 않으면 부는 바람이 나와 너를 흔드는 바람이 아니라 서로를 빛나게 하는 바람임을 느끼게 되실거예요. ’강요’와 ’억지’가 ’사랑’과 ’걱정’이라는 자기합리화라는 가면을 쓰고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제한하려 들 때 삐쭉빼쭉하고 세모 네모해서 아름다워 보이던 세상은 송곳 처럼 날카롭고 위험한 세상이 될거예요.
고은의 ’순간의 꽃’이란 시집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사람들은 이야기함으로써 사람이다
어이 나비 타이 신사! 그래 졸지 말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좀 해보아
그래요! 우리 여기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알콩달콩 하지않나요! 그거면 족하지 않을까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 지갑에서 100원(그 땐 지폐였다우ㅋ) 훔쳤다고해서 도둑이 안되었듯이..... 중딩때 처음 접한 예술(?) 잡지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 했다고 해서 변태가 안되었듯이..... 고딩 때 형 한테 물려 받은 이소룡 츄리닝을 친구한테 보세라고 뻥치고 3천원에 팔았다고 사기꾼이 안되었듯이..... 대딩 때 차도에서 백골단에게 쇠파이프 좀 휘둘러서 상처를 입혔다고 해서 조폭이 안되었듯이..... 직딩 때 제법 잘 나가던 시절 연상연하 가리지 않고 많났다고 날렵한 제비가 되지 않았듯이.....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정화하는 능력이 꽤나 있습디다. 물론 비타협적인 투쟁과 싸움이 필요한 때도 반드시 있습니다. 그래야 할 때는 정말로 냉정한 전사가 되어야 겠지요. 하지만 스스로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부끄러워 할 시간이 필요하지요. 그 시간을 갖게하는 힘은 말투, 말꼬리, 몇가지 단어, 어감 등으로 상대의 감정을 베고 찌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논리와 근거를 토대로 의견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해요. 나 스스로가 과연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인지 먼저 가늠해 보면 상대의 마음도 절로 가늠되어 지더라고요. 누군가가 나를 향해 했던 손가락질과 비난과 비방이, 그리고 그 원망이 혹시 자판 위의 손가락에 가 있지 않은지 잠깐 봐 볼까요!
예를들어 요즘 자주 이야기되는 ’살색’ 관련해서 저의 느낌은 드래곤 볼의 무천도사나 원피스의 상디에게서 볼 수 있는 딱 그 정도예요. 이거 초딩도 나(잉!)도 남녀 구분없이 보지만 그냥 큭큭 거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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