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자. 그 수술이란 거..."
이심전심 이라던가. 결국 마음이 통했다.
삼개월 넘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수술을 거부하셨던 아버지. 드디어 마음을 정하신 모양이다.
사인과 수속을 마치고 아버지는 수술실로 들어가셨다. 늘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그날 따라 이상하게도 환한 웃음을 지으셨다.
오랜 시간을 수술실 옆 벤치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두 세시간 지났을까. 소식을 들은 큰아버지가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소리치셨다.
"육퍼센트... 확률이 육퍼센트 밖에 안된다며! 이렇게 보내도 괜찮은 거냐? 괜찮은 거냐고!"
칠십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신 아버지는 마지막까지도 우리를 생각하셨다. 수술을 해도 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신 거다.
"팔푼이 같은 자식... 그 녀석이 3개월 버티는 동안 자기 누울 준비를 단단히 해야 된다더구나.."
구두 한 켤레 사드리지 못한 못난 늦둥이 자식을 위해. 아버지는 모든 것을 준비해 놓으셨다. 자신의 수의마저도...
십칠시 사십이분... OOO 환자 사망하셨습니다... ... 시간이 훌쩍 흘러 아버지가 된 지금도. 나는 아버지의 그 환환 웃음을... 기억한다.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