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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플린트 VS 기독교 원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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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캡틴샤크
추천 : 1
조회수 : 270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31 18: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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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제4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한 체코 출신 ‘밀로스 포먼’ 감독의 <Larry Flynt>란 영화가 있다. 미국의 3대 포르노 잡지 중 하나인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의 실화를 영화화 한 것인데, 그것이 포르노 잡지 출판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보니까, 제작 당시에도 과연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고, 대중들이 그에게 감정이입하기에도 이질적 요소가 상당했다. 그러다 보니, 특히나 우리나라에선 그 영화를 본 사람이 많지가 않았고, 그 점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래리 플린트>를 상당히 곱씹어 봐야 할 영화라는 점, 상기하고자 한다.

 

 

 

 

 

 

포르노 잡지 '허슬러(Hustler)'의 출판자인 ‘래리 플린트’는 포르노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그것을 향유해야 하며 누군가가 그들에게 포르노를 제공해 주어야만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여, 포르노를 비난하고 포르노 잡지의 발간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창조적인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고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는 논지로 대항한다.

 

그는 결국 정부로부터 ‘정서적 고통의 고의적인 부과’라는 암튼 졸라 이해하기 힘든 소송을 당하고 정부의 규제에 맞서 포르노 잡지의 합법적인 발간을 위해 20년 동안 수많은 이들과 법정 싸움을 벌이며, 자신의 전 재산을 탕진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정서상, 할머니가 시장바닥에서 번 돈을 나중에 사회에 기부하는 행위는 존경스러운 일로 묘사하며 본받아야만 할 권장 사항으로 장려된다. 그러나 ‘래리 플린트’란 사람은 존경스러운 항목에서 제외된다. 성이라는 관념 자체가 도덕이란 애매모호한 단어에 포박되어 도덕적 명분을 가지지 못하고, 역설적이게도 도덕과 맞서 싸워 쟁취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해서, 그가 비록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웠을지언정, 그 대상이 포르노 잡지였다는 점에서, 그를 옹호한다는 것이 곧 성윤리의 비도덕으로 비추어지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난 적어도 성이 도덕의 문제가 아닌 취향과 다양성의 문제라 여기는 사람이고, 내 자신이 비도덕적으로 비추어 지거나 싸 보이는 게 두려워 징징 거리는 사람이 아닌지라, 래리 플랜트를 옹호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편파적일 수 있다고, 스스로의 오류가능성, 사전고지 하는 거다.

 

그에게는 전 재산을 소송으로 탕진할 만큼, 여러 가지 재판들이 참 많이도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교훈을 줄 만한 사례, ‘제리’목사와의 재판을 소개하고자 한다.

 

 

 

 

 

원래 ‘래리 플린트’는 포르노 잡지사 이전에 스트립바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기독교 단체와는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었고, 기독교가 가진 배타성과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을 그저 도덕이란 단어로 통제코자 하는 그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교조성에 반발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복음전도사이자 기독교 원리주의자였던 ‘제리 폴웰’ 목사가 자신의 포르노 잡지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여오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반격에 나서기 시작하는데

 

‘제리 폴웰’ 목사가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남자들끼리의 난교파티에 참가했다는 글을 비롯하여, 버거 대법원장이 폴웰 목사에게 입으로 오럴섹스를 요구했다는 글을, 자신의 포르노 잡지 <허슬러>에 내보내 버린다. 여기에 최종 결정타는 ‘폴웰’ 목사가 술에 취해 파리가 들끓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성적으로 문란한 어머니와 섹스를 했다는 페러디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이것이 ‘페러디’이니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시라 써넣는다.

 

폴웰 목사는 여기에 분노하여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데, 그에 맞서 ‘래리 플랜트’는 공인을 향한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법정 싸움에 돌입하던 중, 테러를 당해 총을 맞고 하반신 불구에 이르게 된다. 범인은 당시 폴웰 목사의 성도 내지는 기독교 원리주의자로 추측되고는 했으나, 지금까지도 잡히지 않고 있다.

 

 

 

 

<실제 '래리 플린트'의 현재 모습>

 

 

제아무리 자유로운 미국사회라 하더라도, 1970년대이다 보니, 대부분의 법관들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 그가 재판에서 승리하는 것은 그만큼이나 가능성이 낮은 일이었다. 그런 ‘래리 플린트’에게 갓 변호사 일을 시작한 젊은 신출내기 변호사 ‘알랜’이 선임되어 오자, 그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포르노를 좀 아는 변호사인가요?"

 

 

그러자 변호사 '알랜'은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한다.

 

 

 

 

 

"아니요. 저는 포르노를 모릅니다. 게다가 당신과 당신의 잡지를 싫어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헌법과 인간의 자유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보호 받아야만 합니다. "

 

 

 

우선 분명히 밝혀둘 것이 있다. 필자는 ‘래리 플린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직접 만나 본 적도 없고, 말 한 마디 나눈 적 없으니 좋아하거나 싫어할 이유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러나 그의 투쟁의 ‘이유’에서 만큼은 무한대의 흠모와 지지를 보냈다. 그것은 그가 포르노 사업의 이익을 위해 투쟁에 임했건 아니건 간에, 그의 투쟁엔 일관된 하나의 흐름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속박 받지 않는 논쟁과 표현의 자유. 언짢은 주장도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강한 믿음 말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바로 그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신념 아래 다음과 같은 명언들을 쏟아 낸다.

 

 

 

 

 

 

"살인은 불법이지만, 그것을 촬영해 <뉴스위크지>에 실으면 퓰리처상을 받고

섹스는 합법이지만 그것을 촬영하면 감옥에 가야한다. 어떤 게 더 유쾌한가."

 

"미성년자가 맥주를 마시면, 맥주회사를 폐쇄시키고, 사장을 구속시키는가?"

 

"남성과 여성은 신이 창조했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도 신이 창조했다.

그러니 그걸 찍는 게 뭐가 대수로운가."

 

 

 

대법원까지 가는 5년여의 길고 긴 재판과정에서 래리 플린트와 그의 젊은 변호사 ‘알랜’에게는 여러 시련이 닥친다. 기독교 단체에서는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보수적인 판사들은 래리 플린트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게 된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나오다가 누군가의 총에 맞아 하반신 불구가 되었음에도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나에겐 돈이 있어. 이걸 다 탕진하더라도 이 체제를 바꾸고 싶어”

 

 

 

드디어 대법원 판결. 래리 플린트가 처벌을 피할 길은 없어 보였다. 장시간의 재판이 이어지고 최종 판결. 여기서 그의 변호사 ‘알랜’은 다음과 같은 최후의 변호진술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다.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도덕적인 잣대를 대는 것과 그것에 법적 잣대를 댄다는 것은 구분 되어야만 합니다. 여러분은 포르노 잡지를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이 우리의 자유가 아닙니까.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며 그 대가는 때때로 우리가 싫어하는 것도 참아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유란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것도 말할 수 있는 권리, 자유로운 사상의 표현을 존중해야 할 권리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진리 탐구를 위한 초석이자 건강한 사회의 밑거름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좋은 의견이든 나쁜 의견이든 우리는 그것을 전부 들어 볼 권리가 있고, 들어줄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최종 판결에서 재판관은 무죄를 선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에게 불법 행위의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이제 우리나라 이야기를 좀 해보자. 얼마 전 소외 청소년 지원단체인 <더 본디스웨이>의 설립자이자, 미국의 팝스타인 ‘레이디 가가’의 한국 내한공연이 있었다. 그녀는 자원봉사 단체 <DoSomething>이 발표한 탑 스타 기부순위 20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지성과 나눔의 마음을 가진 인간이며, 기독교인이기까지 하다.

 

 

 

 

그런 그녀의 내한공연을 반대하며 통성기도를 올린 것이 우리나라 개신교다. 기독교도 가치관과 역사의 굴곡에 의해 여러 종파와 신학노선들이 갈리는데, 그 중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게 우리나라 개신교의 보편적 다수로 대표되는 성서 근본주의자들,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다. 난 그들의 사고방식이 인류의 사랑과 공존에 해가 된다고까지 여기는 사람이다.

 

그 중에는 특히나 미국 찬양자들이 참 많이도 존재하는데, 필자의 초등학교 동창의 남편이 나에게 했던 말은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 미국을 보세요. 하나님을 믿는 나라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꼭 교회 다니셔야 합니다.”

 

 

순간, 기독교 인구가 1%에 불과한 일본의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2배라는 점, 전 인구의 85%가 기독교인 콩고나 전 인구의 97%가 기독교인 솔로몬 제도가 굶어죽는 이들이 대다수일 정도로 가난한 나라라는 점, 목구멍까지 치솟다 말았다만, 분명히 알려주자면, 미국이 잘 사는 이유는 하나님을 믿어서가 아니다. 선교라는 미명하에 북미대륙과 남미대륙, 중남미 전역에서 무려 1억 명의 원주민을 학살하고 땅을 빼앗아 차지한 ‘지대 착취’와 흑인들을 잡아 노예로 부린 ‘노동력 착취’가 근간이 된 나라기 때문이다.

 

그런 원죄를 가진 나라임에도 미국이 세계 최 강대국인 이유. ‘래리 플린트’ 사건에서도 보여지듯, 그저 잘 살기 때문에 강한 나라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나라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 그게 비록 포르노 잡지를 발간하는 사람일지언정 말이다.

 

그렇게 무죄를 선고받은 ‘래리 플린트’는 재판이 끝난 후 대법원 앞에서 다음과 같이 인터뷰를 한다.

 

 

 

 

 

 

 

“나 같은 쓰레기의 자유와 권리가 보호받는다면

당신들의 자유와 권리 역시도 보호받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최악이니까요.”

출처 http://lemonmk.tistory.com/102

내가 아는 형이 2012년도에 직접 쓴 글.(퍼간다고 직접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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