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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투표소 광경
게시물ID : sisa_862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애오류
추천 : 8
조회수 : 65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6/03 17:33:57
어제 하루종일..

새벽5시부터 나가서 투표마감까지 부산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사무원으로 도장만 3000번 가위질 대략 수백번 하고나니 어깨가 말도못하게 쑤시지만,

그래도 느낀바가 있어 몇자 적어보고 싶네요.

제가 하룻동안 일했던 투표소는 투표율이 좀 저조했습니다. 전체 투표율 거의 40%대였지요..

투표시작과 동시에 노인분들이 대거 오셨고, 40대 남성분중에 일나가야된다고 5시40분부터 오셔서 투표하게 해달라고 했던분도 계셨습니다.

거동이 많이 불편해 보이시는 노인분들도 지팡이짚고 휠체어끌고 투표하러 오시는 모습을 보니, 저분들이 얼마나 투표에 대한 의지가 강한가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한 할머니는 신분증을 안가져 오셨는데, 좀 갖다주면 안되겠냐고 하시더니, 내가 거짓말하겠냐고 그냥 투표좀 하게 해달라는 분도 계셨습니다. 물론 안되죠. 투표소에 있는 공무원이 돌아가시라고 정중히 말씀드렸지요.  
자신은 글도 모른다며, 누구를 찍어야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지요. 물론 절대 대답안했습니다. 그냥 알아서 이름보고 마음에 드는분 찍으라고 말씀드렸죠.   
한 아저씨는 자신은 투표한적이 없는데, 서명란에 싸인이 되어있던 걸 보시고는 난 투표안했다고 언성을 높이다가 불현듯 전화를 걸더니, "야 니 남의 이름에다가 싸인하고 지랄이고!!!" 그래서 결국 마눌님의 이름옆에 사인하고 투표했던 훈훈(?)한 광경도 있었지요.


오후가 되자 20대로 보이는 분들이 부쩍늘었습니다.
편안한 차림으로 반바지에 모자쓰고 오신분들.
어!! 니가 여기 왠일이고. 고생한다야. 두마디하고 사라진 내친구의 친한친구녀석.
모녀가 같이 오신분들.
시어머님 모시고 오신 며느리분.
딱 봐도 외출준비를 제대로 하셨는데, 외출전 잠시들러서 투표하시던 젊은 여성분들. (이런 여자사람 만나고 싶지만, 안생기죠.)
아이들을 데려와서 투표하신 젊은 부부들.
모습은 고등학생 모습인데, 투표하시길래, 처음투표가 아닌가 생각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아시겠지만, 투표용지에는 하단 모서리에 번호표가 부착되어있고, 이걸 떼어서 번호지함에 넣습니다. 전체 투표용지 수와 유권자수가 맞아야함이 원칙이죠. 1차투표하고 2차투표하는데, 한분은 1차만 하고 가시길래 붙잡았지만, "바쁘다 놔라!!!!!!!" 하고 가버리신분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1차 유권자수가 +1 ㅋ 

어제 오유에서도 관련글을 보았는데 서울에서 투표사무원이 나눠준 투표용지에 오세훈으로 찍혀있었다고 유권자가 항의했는데 사무원이 그냥 찍으라고 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같은 투표사무원으로 상황자체가 이해안가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어디 시골에서 독거노인들 찾아가서 부재자투표 도와준다고 하다가 구속된 마을이장이랑 부녀회장과 다를게 없을텐데 말이죠. 글고 투표사무원은 부재자 투표를 함이 원칙인데 어떻게 도장을 찍어놓았는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고, 투표용지를 더받았다고 하는데. 부재자 때 더받은건지 뭔지 이해가 안되고, 현장에 있던 투표소 책임자(공무원)는 뭐했는지도 더더욱 이해안가는 부분입니다. 고의성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게 모르고 그랬다고 넘어갈 사안은 "절대" 아니라는거죠. 기사내용만으로는 도무지 알수 없는 내용입니다. 보통 한번에 주는 투표용지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걸 확인하고 드립니다. 유권자는 번호표를 넣는것만 보고, 번호를 아실수 없겠지만, 현장에서 저는 늘 확인했던것이.
각 투표용지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지의 여부입니다. 번호의 시작은 달라도 끝번호 두자리는 맞게 되어있거든요. 만약 시장선거용 투표용지는 100장 남았는데, 구청장은 200장 남았다. 그러면 그 투표소 담당한 공무원들 훅갑니다. 그래서 늘 와서 몇번인지 확인하고 1차, 2차투표용지 숫자 맞춰보고 투표인원수 계산하던게 그분들인데.. 서울은 그정도로 허술할까요?? 풋.  

어찌되었든 제가 어제하루 느낀건 "이동네에 노인들이 이렇게 많았나?"라는겁니다.
투표소가 와이리 머노!! 늙은사람은 어찌오라고!! 어랏 내가 이투표소가 아닌데.. 다른데로 가라는데, 똑바로 알려주던지..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큰소리도 치고 화도내시는 어르신분들 많았습니다.

그분들.. 글을몰라도, 거동이불편해도, 전날 과음을 하셨는지 술냄새가 나도. 투표는 하시더라구요.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는 뇌성마비로 보이는 장애인분도 신원확인하는게 남들보다 두배의 시간이 걸려도 다른 사무원이 따라다니면서 하나하나 챙겨야함에도. 투표를 하십니다. 글도 못읽는 분이 투표를 합니다. 그분이 누굴 찍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중동도 못읽는 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ㅋ 그래도 그분께서는 자신이 대한민국의 국민임에 틀림없고 국민으로서의 권리행사에는 내가 글 못읽는것쯤, 내가 가난하고 거동이 불편한것쯤은 아무런 문제될것이 없다고 생각하시는것 같습니다. 옳습니다. 멋있게 보였습니다. 그분들이 누굴찍었는지는 그 다음문제고요. 그분들이 자기의 권리를 끔직히 아끼고 사랑하여 무슨일이 있어도 행사하겠다는 마음만큼은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분들이 투표를 통해 얻는것이 무엇인지, 젊은 사람들이 투표안하고 하루 편하게 놀면서 얻는것이 무엇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지역단체장과 정당이 득세를 한다해도, 하루의 여행이나 휴식이 그 이상 달콤하다면, 뭐 그건 개인의 선택문제겠지요.

그분들이 생각하는 정치관이 너무나도 틀에박혀있고, 왜곡된 역사관과 잘못된 사실을 믿고 계신다고 늘 안타까워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진실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결국 젊은이들이 더 부지런해야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공부가 우선이고, 취업이 우선이고, 직장에서 투표날 못쉬게 하지만. 투표날 무조건 쉬는 직장을 만드는일도 취업걱정 안하는일도, 결국 투표라는 사실.

푹 자다가 오늘오전 결과를 보았습니다. 서울은 아쉽게 되었고, 경남은 바뀌었고, 부산도 나름 선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한나라당의 텃밭이 되었지만, 부산과 마산 특히 마산은 4.19혁명의 시작점이었고요. 부산 역시 민주화 운동의 요람이었습니다. 광주에 감히 비할바는 못되지만.. 노무현을 김정길을 국회의원 만들던 그 기성세대분들이 다 이사가셨나 젠장. ㅋ   

아무튼 투표하신 분들, 투표하자고 서면한복판 거리에서 손으로 만들어 복사한 전단지 나눠주던 학생, 트위터로 오유로 네이버로 투표하자고 외치시던분들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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