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진동소리에 잠이 깬다. 핸드폰 액정 속 시간은 10시를 가르킨다.
순간 흠칫했지만 오늘은 금요일, 공강날이자 일주일 중 유일하게 하루 쉬는 날이다.
아마 어제 마신 술이 덜 깬 모양이다. 카톡이라도 왔나 싶어 잠금을 풀어보지만 강의 일정이 늦어졌다는 학과 공지 문자이다.
이제는 익숙해졌다.배가 슬슬 고파온다. 해장을 하고 싶지만 내 통장 잔고는 술 마실 돈만 허락할 뿐이다.
서울에서 자취를 해 엄마의 해장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밥 버거라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의 찰나
여름이 다가오니 반 지하 자취방에 습기들이 눌러앉기 시작해 어쩔 수 없이 산 물 먹는 하마가 보인다.
4개에 4,800원정도 였던 것 같다. 저 하마는 먹으라는 물은 먹지 않고 밖에서 밥 먹을, 심지어 밥버거 하나 먹을 돈을 야무지게 먹었다.
어쩔 수 없이 서랍 속 쌀을 꺼낸다. 밥이라도 해놓았으면 덜 귀찮았을텐데.
갓 한 밥이 더 맛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어. 쌀을 씻고 밥을 얹히면 30분내로 밥이 다 된다.
30분 동안 씻을 수도 있고 청소를 할 수도 있지만 최고의 선택은 침대이다.
침대에 누어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지만 비생산적임에 괜히 죄책감을 느낀다.
바닥에 알랭 드 보통이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펼친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고 연애하면서 느낀 점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짝사랑밖에 못 해본 나로서는 반쪽짜리 책이다.
읽다보니 슬퍼진다. 다시 접는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떠보니 밥이 3분 후면 다 될꺼라고 밥솥 액정이 말해준다.
숟가락, 젓가락과 큰 그릇을 하나 꺼낸다. 서랍 속 김과 참치를 꺼낼려고 하지만 김밖에 없다.
집에서 보내준 참치캔들 이였던지라 참치는 얼마정도 될려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얼마가 되든 이번 달에는 힘들겠지만. 다 된 밥과 김치를 그릇에 함께 넣는다. 김을 찢고 데코레이션하듯 뿌린다.
그래도 뭔가 아쉽다라는 생각에 냉장고 문을 여는데 사은품으로 받았던 돈까스 소스가 눈에 띈다.
맞아, 돈까스하고 김치하고 잘어울리는 것처럼 소스도 잘 어울릴 거야. 소스를 뿌리고 비벼본다.
맛은 꽤 괜찮은 것 같았다. 적적한 자취방을 소리로 채우기 위해 드라마를 켜기전까진.
드라마속 주인공들이 스테이크를 먹고 있다.
스테이크까지는 아니더라도 돈까스라도... .
아침부터 너무 우울해지는 것 같아 드라마를 끄던 와중 교양 과목 발표 과제가 생각난다.
발표 과제가 학점에 얼마만큼 들어가는지 확인해봤더니 20%나 들어간다.
먹고 도서관에 가야겠다. 힘낼려고 밥을 조금 더 퍼 그릇에 털어 넣는다. 소스 맛이 희미해졌지만 괜찮다.
배라도 부르면 기분이 좀 나아지니깐.
오늘도 힘내서 도서관에서 열심히 과제해야지.
그래야 장학금도 타고 내일 알바할 때 걱정안할 수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