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앉은 자리에서 바로 떠오르는 게 아니라 준비운동이 필요해서 한바퀴 두바퀴 구보를 한다. 느긋하게 걷는 동안 날개 지느러미는 아래 위로 흔들려서 새겨져 있는 표정이 익살맞다. 점차 힘을 모으다가 순간 다시 힘을 빼기도 한다. 그 때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낚시찌에 일희일비하듯 긴장을 한다. 비행기가 나를 엿먹인다.
기를 모은다. 달려간다. 아니 내가 밀려난다. 그리고 곧 비행기의 무게를 더해 지구가 날 잡아당기는 걸 느낀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왜 배인지 알 수 있다.
바람을 거슬러 포말을 발자국으로 남기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