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 째 편지네.
몸을 극한으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생각이란게 무지하게 피어올라.
이것저것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지.
그런데 신기하게 요새는 네 생각이 떠올라도 꽤 괜찮아. 내 상태가.
첫날에는 울었고 다음에는 슬펐고 지금은 그냥 궁금하네.
뭘 하고있나, 뭘 먹었고 누구를 만나고 요새 고민은 있는지 그냥 잘 지내는지.
몰래몰래 페이스북 상태를 확인하고 괜히 다른 남자랑 찍은 사진은 없는지 확인하고, 안심하고. 가끔 그래.
너를 위해서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고 했는데, 이거 사실 꽤 힘들어.
시시콜콜 별것 아닌 대화에서부터 마음속 깊은곳에 있는, 아무에게나 터 놓을 수 없는 이야기까지.
여기에는 들어줄 사람들이 너무 없거든.
그래도 괜찮아. 시간이 해결해 줄꺼야. 언제나.
상처가 말끔하게 아물어도, 고통이 다 사그라들어도 조그마한 흔적은 남길꺼야.
그걸 보면서 기억하면 되겠지.
음.. 너도 내 생각 하는지 궁금하다. 어떤 감정일까?? 후회의 감정도 분명 있을꺼야.
그래, 어쩔 수 없지. 좋은 기억만 간직하면서 살아가면 좋겠지만
사람들은 임팩트 있는 사건들을 기억하잖아. 나쁜 기억일지라도..
적어도 나는 그 모든 기억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지내고 싶어.
난생 처음 엄청나게 커다란 행복감에도 젖었고, 상당히 깊은 슬픔에도 잠겼었고.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너도 나를 기억해 줬으면 해. 바보같은 모습이라도 괜찮아.
기억하고, 또 생각하고 그리고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