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용기를 내어 진실을 밝힌 서지현 검사를 응원합니다."
미리 준비한 연설문에는 없는 말이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설 시작 직전 하얀 장미를 꺼내 들어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를 언급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차별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을 응원한다"라고 말을 맺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본회의장에서는 작은 박수소리가 새어나왔다.
우 원내대표가 이날 선보인 '하얀 장미 들기'는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시작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 운동의 일환으로, 지난 28일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레이디 가가 등 해외 스타들이 여성들의 성폭력 고발을 응원하기 위해 하얀 장미를 든 것을 본 따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국론분열로 망국의 고통 과오 반복해선 안돼"
우 원내대표가 연설을 통해 가장 주력한 것은 '대야' 설득이었다. 개헌 일정을 지켜달라는 요청부터, 한국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설득까지. 특히 그는 이날 연설에서 '정쟁'이라는 단어를 다섯 번 언급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정쟁을 중단하자는 읍소의 반복이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이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는 각 잡기로 남북이 함께하는 올림픽에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데 대한 항변이기도 했다.
그는 "야당 의원님들께 간곡히 호소한다"라는 말을 서두로 "한 세기 전 국론 분열로 망국의 고통을 겪었던 과오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민국의 새 도약은 물론 우리 청년들의 미래 또한 달려있다"라면서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정쟁을 멈춰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개헌시기 확정에 대한 요청도 사실 상 자유한국당을 향한 것이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30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안 논의는) 이제 협상을 해야 되므로, 개헌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참 우둔한 짓이다"라고 여당의 요구를 비판한 바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특별히 강조 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시기로, 지난 대선 당시 여야 모두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약속했다"라면서 "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 늦어도 3월 초까지는 개헌안이 확정돼야하는 만큼 보다 속도를 낼 것을 호소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