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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조별과제에 대한 깊은 빡침글(욕주의)
게시물ID : gomin_14412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찌전찌
추천 : 1
조회수 : 4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27 23: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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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는 이번학기에 복학한 복학생입니다.

 이번에 전공과목이 원래는 강의식 수업에서 교수님이 3강때 갑자기 조별수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시더군요. 그리고 매주 수업때마다 조별과제를 내주시더군요. 문제는 제가 갓 복학을 하긴 했는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학년 끝날때 군대를 갔고 제대하고 학비를 벌기 위해 1년을 쉬었기 때문이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자 동기는 다 졸업했고 남자동기도 4학년이었습니다. 저는 홀로 3학년에 남겨졌고, 딱히 친한 사람도 없었죠. 친해지고 싶은 생각도 크게 없었다는 것도 문제지만요. 대학 인간관계를 안 만든 이유는 군대가기 전에는 학과 임원도 하면서 삽질 많이 했는데 다 부질없다는 걸 깨닫고 일부러 안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군대에서 만난 선후임들하고도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고(특히 선임들), 잠시 일하면서 만난 형들하고도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배우고 신세진 사람이 있으면 잊지 말라고 부모님께 배워왔고 이를 항상 지키려고 노력했거든요.

그 런데 대학사람들은 사람 좋게 나오니까 사람을 호구로 보더라구요. 조금이라도 친해지면 나라는 사람을 다 안다는 것처럼 흙발로 내 마음을 밟고 다니더라고요. 그래서 복학한 이후로는 대학교에서는 인간관계에 신경을 안썼습니다. 엠티도 안갔고요.

 문제는 조를 짜야 하는데 아는 사람이 없으니 남은 사람들끼리 엮인 겁니다. 이름이랑 나이를 보니 전부 군대 갔다온 저 포함 다섯 명이더군요. 처음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군대 갔다왔으니 개념있겠지.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그건 큰 착각이었습니다.

 자료조사시키면 저 혼자 분량 7~8페이지 뽑을 때동안 두명이서 2~3페이지 뽑고, 복수전공하는 사람은 레포트 대행 사이트에서 산 것 같은 자료고(물론 증거는 없지만 매번 양식이 다른 걸 보니 그렇게 추측해봅니다.), 다른 사람은 일 하면서 학교 다니는 사람이라(학교 끝나면 배관공이 되기도 하고 편의점 점원이 되기도 하는 사람이라고) 분량을 기대할 수 없었고.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참았어요. 내가 혼자 공부 많이 하는 거다. 전공공부인데 다 내 인생에 도움 되는 공부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근데 3주 전 비로소 빡침이 극에 달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2명이서 분량뽑는 한 학번 후배 두 명(제가 10, 얘네들이 11)이 분명 월요일까지 자료조사해서 달라고 했는데 아무 말없이 안보내더군요. 빡침을 누르고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에 카톡이 하나 와있더라고요. 그 주에 과제 주제가 '한국 순수문학에 대하여' 였는데,  국어교육과(우리과입니다.) 3학년이나 된 인간이 '순수문학을 처음 들어서 조사를 못했다.' 라고 보내놓았더군요. 보고 든 생각이 '이 새X가 사람새X인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너무 빡쳐서 그냥 자료주지 말라고 이름뺄테니까 되도 않는 핑계대면서 안할거면 그냥 안해도된다고 했더니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얼굴보고 사과는 안했다는거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다음주에는 또 늦어서 그냥 병X 신경써서 뭐하냐 라는 생각하며 어벤저스2 조조로 보고 오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자기 페북 타임라인에 글을 올렸다고 하더군요.(그럼 컴터는?) 이밖에도 더 많은 에피가 있지만 생각하면 열만나니 이만 적겠습니다.

 화내봐야 계속 죄송합니다만 반복할 것 같아서 그냥 말았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한 학기가 끝나가네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항암제를 먹어댔는지. 객지에서(지방대라...) 3년동안 공부 멈췄다가 다시 공부하는데 이딴 개XXXXXXXX같은 놈들이랑 엮여서 맘고생 하면서 보낸 이번 학기가 끝나가니 겨우 뭔가 해방되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것들이 선생된다고 3학년을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니 답이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군대랑 잠깐 일했던 직장에서는 못배운 어른 밑에 잘배운 청년들을 봤었습니다. 그래서 그 청년들에게 삶의 방식이라던가 사고 방식을 많이 배웠었죠. 근데 정작 배움의 터인 대학에서는 고리타분한 교수 밑에 개념없는 청년들을 보니 내가 이 대학을 계속 다녀야 하나라는 의문이 드네요.

 이상 제 부질없는 푸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조별발표 마치고 씻고 자려는데 갑자기 감성이 차올라서 이런 글이나 싸질렀네요.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올립니다. 20대 중반 남자가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야....더 독해져야 할텐데 큰일이네요. 

오유분들 모두 굳밤되시고 항상 좋은 일만 있으시길 빕니다.
출처 나의 깊은 빡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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