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좋아하지만 스르륵은 해볼 만한 기회도 내공도 없었던 평범한 서른다섯 아저씨입니다. 고로 한편 글로 환영받으리란 기대는 없습니다.
우리가 때로 정말 중요한 문제라 해도 여시 사태든 김여사이슈든 얼른 짚고 다음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유는 물론 여시든 일베든 잘 들으세요)
어느 하나 우리가 당사자가 아닌 일이 없고 어느 하나 우리가 대충 넘어가서 맘 편한 일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우리는, 대한민국의 현실 전체를 체감하는 깨어있거나 혹은 깨어있어야 하는 중간자들이니까요.
우리는 좋아하든 아니든 노무현 대통령을 화제로 삼습니다. 속해있든 아니든 일베나 여시라는 실체를 적으로서든 아군으로서든 인정합니다. 절실하든 않든 이번처럼 김여사라는, 여성 편견을 화두로 삼습니다. 우리에겐 중요한 문제이니까요.
그것이 틀리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게 오랜 화두이게 둘 만큼 우리가 한가로울 수 없는 이유는 그게 사회적 고민거리가 될 만큼 우리가 넉넉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거니, 그네를 절박하게 논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당신들의 논의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언론이 방어해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미 그들은 최상위 프리미어리그 리거이며, 당신들이 보여주는 거친 몸싸움은 그들에게 팝콘 하나 섭취할 만한 긴장감을 주지 못합니다. 한국은 좋든 싫든 이미 리그 사회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고 하지 않습니다. 선거라고 하는 유일한 의사 표현 수단이 위력을 발휘하기에는 그 기간은 너무 멀고, 그에 비해 갖춰진 선입견은 너무나 확고합니다.
우리의 시간은 그 가치를 따지자면,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서로간의 위로-유머와 같은-를 위해 쓰여지거나 혹은 우리가 정말로 무얼 바꿀 수 있을 지를 위해 쓰여지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 정치를 외면하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는 않거든요..
정치적인 사람이라는 말이, 사회에선 눈치 빠르고 액션 잘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저도 그 한 사람일 수 있지만 바른 정치를 논하는 사람은 그보다도 더 나쁜 딱지를 붙여야 하는 것이 우리가 어쩌면 감히 선비라 자칭할 수 조차도 없는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우리는 서로를 원하고 온기에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여자를 혐오하고 또 남자를 혐오한다는게 우리가 끝내 논하고 싶은 진실은 아닐 것입니다. 그게 우리 대다수는 또 아닐 테구요..
제각기 살길이 먼 만큼, 혹은 그 이상 우리가 이런 커뮤니티에서 만나 함께 가야할 길은 더 멀 것입니다.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기엔 많은 우리는 너무 많이 다친 사람들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에 결론이 없네요. 취기를 빌려 질러 봅니다. 당신들 모두 다, 저만큼이나 부족한 존재들이지만, 그래서 사랑합니다. 상처에 둔감한 당신, 그래서 상처주는 당신 모두들 가슴팍에 새겨진, 사회가 설명해주지 않는 그 모든 상처들을 제가 감히 위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