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늘 중심에 서있는 것이 있다. 그건 때로는 인정사정없이 가혹하고 매몰차기도 하고 때로는 풍요와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것이 혹시라도 없어질까 애지중지하지만 언제나 우리를 외면하곤 하는 그것. 그것은 지금 바로 내 책상 위에 놓여있다. 특히나 우리처럼 물질과 따로 놀고 있는 영성인들에게 그 존재는 무심한 모습으로 심드렁하게 누워있다.
"안녕, 대화 좀 해도 될까?"
"그래. 요즘은 말도 걸어주고 그러네."
"어째 기분이 안좋아보이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니?"
"아직 그 정도의 관심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 너를 포함해서 특히 영성인들은 무소유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를 한켠에 밀쳐놓고 외면하잖아. 집착하길 바라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을 줄 수 없을까?"
"무슨 말이야? 다들 돈이 없어서 난리들인데 돈을 사랑하지 않는다니..."
"어떤 존재이든 관심과 사랑을 받을 때 그 존재는 빛이 날 수 있어. 너가 필요없다거나 마음을 비우고 내려놔야 된다면서 사랑도 관심도 주지 않는다면 나는 소외되고 빛을 잃게 될거야. 빛이 점점 줄어들수록 내 생명력이나 에너지도 없어질거구."
"그렇다면 집착하는 것과 관심을 갖는 것과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
"집착하는 건 처음의 관심과 사랑이 지나치게 균형을 잃어버린 것과 같아. 사랑이 과도하게 되어버리면 집착과 소유로 끝장나듯이. 만약 영적으로 정체되었다고 느껴지면 현실적인 물질의 문제가 균형이 깨진거야. 그걸 정신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답이 안나와. 물론 정신적으로 더 강하게 밀고 나가버리면 풀릴 때도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반대쪽의 모습이겠지."
"그렇구나. 영성인들은 대부분 가난하게 사는 것이 청빈한 무소유의 삶이라고 여겼거든."
"물론 가난이 사람들을 정신적인 방면으로 더 이끌 수 있고 고통이나 어려운 문제들일수록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해주는 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돈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구. 돈뿐만 아니라 어떤 것이든 집착하고 소유하려고 애쓰기 시작하면 결과는 안좋게 될거야."
"역시 현실적으로도 할 건 해야 겠네. 시크릿하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도 아닌가?"
"일단 자신과 돈의 관계가 건강해진다면 달라질 수 있지만 무턱대고 상상만 해서 될 거라고 여기는 건 아니겠지? 자식을 키우면서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고 시크릿 상상만 하면 그것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은 안들어?"
"무슨 말인지 약간 느낌이 오는데 혹시 카르마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그것도 왜 없겠어? 더구나 카르마는 습관이 겹치고 겹쳐진 거라고 보면 돼. 작은 습관도 고치기 힘든데 오랜 삶을 통해 반복된 것이라면 장난 아니겠지. 그런데 중요한 건 역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거야. 너가 여기 오기 전에 배운 것이 있지. 기억나?"
"식물에게 물을 줄 땐 잎이나 꽃에 주지 말고 뿌리에 주어야 한다.."
"상처받고 소외된 관계들을 개선시켜봐.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사물과 자연환경 모든 존재들과의 관계는 하나로 연결되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가 바뀌면 모두 조금씩 바뀌게 될거야."
"고마워 나도 뭔가 치유하고 안아줘야 될 것들이 많은 것 같네. 미안해 용서해 고마워 사랑해 정말 이 순서대로 말이 나와버리는구나.."
"이제 조금씩 바뀔거야.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바쁘게 움직여봐. 사랑한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말도 하고 움직여서 안아주기도 하고 뭔가를 보여줘 ~~"
"그렇지만 작은 습관 하나라도 바꾸려면 무척 힘들어. 물론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라고 여기면 편하지만 무척 노력하는데도 좌절할 때가 많아."
"너는 그때 뭘 외워야 되는지 알고 있어. 노력하고 좌절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깨어서 자신을 관찰하는 거야. 그러면 문제의 원인이 파악될 것이고 틈날 때마다 아프고 병든 카르마나 힘든 관계들을 품어주고 기운을 차릴 수 있게 해줘야해."
밥을 먹으면서 어항 속의 물고기들을 쳐다봤다. 구피들이 번식을 잘 한다고 해서 무료분양받아서 키우고 있는데 암컷이 배만 부르고 새끼를 낳지 않는다. 원래 겨울엔 번식이 잘 안된다지만 먹이를 너무 먹어서 그런 건가 이상했다. 교배가 잘못 되었나 싶어서 수컷들 속에 풀어놨더니 암컷 한마리를 집중적으로 못살게 굴었다. 보다못해 암컷을 따로 건져내고 물어봤다.
"너가 임신이 안된 줄 알고 같이 있게 해줬는데 어떻게 된 거니?"
"사람들은 기다릴 줄 몰라. 요즘 사람들의 성격이 급한 건지 모르겠지만 모두 때가 있는거야. 나는 따뜻할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난 너가 많이 먹고 배터질까봐 걱정했는데 그래도 다행이구만. 알았어 기다려볼게."
"기대하는 게 클수록 기다림도 크겠지만 때로는 속사정이나 그 너머의 것들을 보지 못하면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기다리는 과정도 하나의 시험이니까. 온갖 빛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스스로를 흔들어놓거든."
잠자리에 누우면 차크라가 좀더 활성화되는 것 같다. 몸이 이완되고 편안해서 그런 것인지 손바닥(노궁혈)과 발바닥(용천혈)에 무형의 작은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잠자기 전에 요즘 궁금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어서 나의 상위자아에게 물어봤다.
"상위자아님, 상위자아의 개념도 영성인들마다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봐야 하나요?"
"저는 님의 4차원 상위자아입니다. 차크라가 제대로 연결되었다면 상위자아와 좀더원활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상위자아와의 소통에 있어 오류가 끼어들 소지가 많습니다. 심지어 상위자아를 다른 영적 존재로 착각하거나 개념상 스스로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식적으로도 올바른 이해를 해야 할 필요도 있는 거군요. 사실 저는 글이나 이론을 너무 접해서 잠시 밀쳐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상위자아와 합일이 잘 될 수 있을까요?"
"이미 느끼고 있겠지만 님이 여기 올리는 글이나 대화들 또한 님이 알고 있는 언어와 표현가능한 지식경험치 내에서 조합이 됩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개념들은 파악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님이 알고 있는 것 중에서 단편소설 '큰바위얼굴'처럼 혜명님 또한 상위자아를 큰바위얼굴로 여기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면 좋겠다하는 그 마음 하나만 있어도 벌써 모든 것의 시작이 이뤄진다는 점을 전합니다. 그 마음이 있다면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노력할 것이고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점차 달라지고 상위자아와 닮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의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좀더 하나가 되어갈 것입니다."
"언제쯤이나 합일되려나요... "
"차근차근 해나가시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과 말과 행동이 변해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스스로 진리의 빛을 찾기까지 괴롭고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왔던 것처럼 똑같이 또는 그 이상으로 힘들고 외로운 영혼들이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가난하건 부유하건 나이가 많건 적건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으니 겉모양으로 판단하지 말고 내면의 간절함이 느껴진다면 손을 내밀어주세요. 부디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그처럼 갈망하는 영혼들의 소리에 귀기울여주세요."
................................................................................................... 4편에 계속
빛의 대화(원소정령, 상위자아)
진실도 : 84%
작성자 : 혜명
작성일 : 2015.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