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는 일단은 유머 사이트죠.
경험상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유머도 재미가 없지만, 아무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유머도 재미가 없더군요.
대충 살펴보니 오유 가입자 수가 65만 정도 되어보입니다.
저 같은 경우(오유 알고도 몇달은 가입 안하고 눈팅러로 지내습니다. 리플 달려고 가입했죠.)를 생각하면 실 이용자는 그 이상이겠지요.
이정도면 국내 커뮤니티 중에서는 초대형에 속하고, 이런 대형 커뮤니티에서 분란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커뮤니티가 한 목소리로 돌아가면서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모습은 최근의 여시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맞고 틀림'의 문제라면 모를까, '옳고 그름'의 문제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관 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지요. 이게 억압되면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거스르는 사람들은 의견 개진을 두려워하게 되고, 글을 줄이다가 끝내는 커뮤니티를 떠나게 되겠지요. 고인물이 되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결집력이 좋은 집단 하나가 커뮤니티를 손에 쥐고 흔들게 됩니다. 여시 사태의 재림입니다.
저도의 어그로라면 모를까, 고도의 어그로 종자와 '다른 의견'은 구분하기 어려운 법이죠. 그리고 이런 오픈된 커뮤니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어그로 종자를 원천 차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최근 개편된 '비추 사유 기재'는 제법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예전처럼 토론의 여지고 뭐고 없는 닥반 끌어내리기는 어느정도 걸러지겠지요. 자정능력에 문제가 있으면 다시 개선하면 됩니다. 시스템을 믿고 질러봅시다. 지켜야 할 '선'이라는게 아직 없다면, 콜로세움에서 정해봅시다. 온라인 상에서의 토론이 원래 난장판으로 귀결되는 법이라 원할한 소통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는 그야말로 이상에 불과하지만, 분란을 피하기 보다는 분란이 있을 수 있음을 쿨하게 인정하고 오유인 답게 점잖게,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싸우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