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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지하철.
나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지하철에 올랐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 그 와중에 나는 평범하게 삶에 찌들어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말말말말. 의미 없는 그냥 사적인 말들. 아무런 목적과 방향을 찾지 못한 그냥 그런 말들을, 그는 무척이나 내뱉고 싶어했다. 그의 행색은 초라했다. 보통의 어르신들처럼 유행이 한참이나 지난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그의 티셔츠는 여기저기 때가 많이 묻어있었다. 오래도록 빨지 않은 흔적이었다. 나는 그의 몸에 그리고 그의 티셔츠에 묻어있는 때가 그의 삶이 얼마나 고난으로 얼룩져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며 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는 공간에 어울리지 않게 막걸리를 계속해서 들이켜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상할 정도로 불쾌하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마치 원래 지하철의 구석진 곳은 그를 위해 마련되었고 그의 자리였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가 너무나 당연하게 행동하고 있었기에 그의 삶이 항상 그런 식으로 격식을 따질 겨를이 없을 만큼 힘들게 진행된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의 평온한 듯이 보이는 얼굴에는 주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그는 그를 처음 보는 사내에게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사내는 그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계속 그 사내를 붙들어 놓고서는 말을 이어갔다. 마치 그 청년이 아니면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 모습은 필사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다. 그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놓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정도로, 그 창피함과 어색함은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기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경험이었다.
이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는 사람의 모습에서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행동은 소외의 수준이 덜한 사람들의 행동보다 더 본능에 가깝다. 일차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체, 하루 종일을 몇푼 되지도 않는 임금을 위한 고된 노동과 끈적한 땀방울 속에서 보내다가, 밤의 끝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모든 것을 잊고 잠이 들기를 원하는 사람의 행동은 적절한 노동시간과 저녁시간의 따듯한 밥을 가족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행동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의 모습은 내 머리에 맴돌았다. 하지만 이 글과 함께 그는 내 기억 저편으로 잊혀지겠지.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런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나는 그를 도와줄 형편이 되지만 나조차 그다지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그를 위해서 막걸리 안주하나 조차 배풀지 않는다는 것이, 그런 내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오늘의 잠자리는 개운하지 못할 것 같다.
출처 | 어느 날 적당히 사람이 있는 지하철 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