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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해당 베오베 글에도 댓글로 작성하긴 했습니다만 제가 너무 늦게 보고 써서 잘못 알고 가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좀 더 보완하여 이런 뻘글을 썼습니다. 진지를 좀 많이 먹어서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시는 분들에게도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__) 이 글을 법게에 쓸지 고민했었는데 법게는 대체적으로 실제 본인 사건 관련하여 궁금증을 푸는 분들이 많기에 자게로 왔습니다. 이 편이 더 많은 분들이 보실 것도 같고요. 서두가 길어졌군요.
원글은 위 그림과 같은 내용입니다만, 빨간줄 친 부분만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선 모든 하위법은 상위법을 어길 수 없다? 이 분이 무슨 기준으로 상·하위법을 구분하여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앞뒤 문맥상 기본6법과 기타 법률들 간의 우선순위를 말씀하신 것 같아 이 부분부터 지적하겠습니다. (원글 앞 부분을 보면 대법원/헌재 판결을 모르고 경찰이 뭐라 한다는 내용이 있음) 먼저 헌법이 최고규범성을 가진 법이라는 점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 아래로는 법률-명령-조례-규칙의 순으로 상하위법을 구분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헌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률들은 상·하위의 개념이 없으며 신법우선의 원칙과 특별법우선의 원칙이 있을 뿐입니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은 헌법은 법률에, 법률은 시행령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원칙입니다. 사실 위 글의 상담목적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단어 오용의 여지가 보여서 이 부분 먼저 살짝 짚고 넘어갑니다.
여기서부터 상급심 판결의 지배력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이게 본론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요. 일단 확실히 말해두겠습니다. 위 캡쳐의 ‘하급심은 상급심의 판결을 거스를 수 없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내법상 헌재나 상급심의 판결이 유사사건의 다른 재판을 진행 중인 하위법원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주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명문으로 규정된 바도 없구요. 다만 법원조직법 제8조에 상급법원이 해당 사건에 대하여 하급법원을 기속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이 상급법원의 기속력은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을이 항소하여 2심 재판을 한다고 칩시다. 2심 판결이 나왔는데 1심 판결과는 다릅니다. 여기서 상급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대혼란일 겁니다. 1심에서 승소했던 갑은 1심 판결을, 항소하여 2심에서 승소한 을은 2심 판결의 집행을 주장하겠지요.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동일한 사실관계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 상급심 재판부 판결의 기속력이 인정되어야만 항소심과 원심의 판결이 상충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그래야만 항소를 하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부분을 읽으며 개념 이해의 혼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요컨대 법조문을 문리 해석하는 과정에서 잘못 이해했다는 말입니다.
영미법 체계인 미국은 연방대법원이나 주대법원과 같은 최상급심의 판결이 곧 법조문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지만 우리 법체계는 이와 다릅니다. 불문법과 성문법이라는 전제조건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파기환송을 예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하급심 판결 과정에서 위법한 내용이 존재하는 등의 하자가 발견될 경우 이를 이유로 상급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파기환송이라 합니다. 파기환송된 판결에 대하여는 기존 원심 판결과 다른 판결을 해야 함이 원칙이지만, 만약 파기환송된 사건에 대하여 상급심의 판결을 바꿀만한 새로운 증거나 사실관계 변동의 존부가 입증된다면 하급심에서 소신대로 판결할 수도 있습니다. 즉 상급심의 결정이 아닌 명문으로 된 법조문만을 근거로 판결한다는 말이죠. 만약 상급법원의 판결내용이 하급심을 절대적으로 구속한다면 이는 헌법 제103조에 반할 뿐 아니라 헌법의 기본이념인 삼권분립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예컨대 2심에서 3심으로 넘어간 사건에서 판결 과정에서의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어 파기환송 됐다가 다시 2심에서 1심으로 파기환송 되는 등 이러한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유명한 사례로는 일명 ‘동아투위’ 사건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해당 사건이 5년 넘게 상급심·하급심을 넘나들며 계류 중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각종 판례들을 봤을 때 상급심의 판결을 참고하는 일이야 당연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는 않으며 중요 증거 혹은 사실관계 변동이 있거나 개정된 법조문의 미적용으로 인한 추가 변동사항이 있을 때엔 언제든지 과거의 유사판결 혹은 당해사건의 상급심판결까지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점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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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일 뿐이지만 이러한 법리적인 오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기엔 제 마음이 뭔가 찝찝해서요. 쓰고 나니 후련하긴 한데 너무 긴 것 같아 3줄 요약해드립니다.
1. 상급심의 판결을 하급심은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은 틀린 말
2.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각 법원의 판사는 독립적으로 판단·판결
3. 실무상 이전 판례를 인용·참고는 하지만 절대적인 효력은 없음
출처 | 스샷 출처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07512&s_no=207512&page=2 글 : 본인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