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이종성/기자] 84년만에 미국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우며 아메리칸리그 수위타자에 일본의 프로야구선수 오른 이치로가 총리관저의 국민영예상 수상 제안을 거부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잘 익은 벼일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8일자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치로는 “나는 아직도 미숙한 사람이기 때문에”라며 총리관저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2백62개의 안타로 시즌을 종료한 뒤 이치로에게 일본정부가 국민영예상 수상에 대한 의향을 물어봤으나 이치로는 사양했다”며 “이치로가 MVP를 수상하면 재타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인 2001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석권했을 때에도, 총리관저로부터 국민영예상 수상 권유를 받았지만 “아직 젊다”는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열렬한 야구팬으로 알려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는 이치로가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세운 지난 2일 “이치로는 1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위대한 선수다. 그는 천부적 재능에다 다른 선수에 비해 두 배의 노력으로 위업을 달성했다”고 극찬했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이제 이치로가 국민영예상을 받아도, 또는 받지 않아도 훌륭하다”고 언급, 이치로가 국민영예상 수상 제안을 수용하기를 우회적으로 희망하기도 했었다.
호소다 관방장관 역시 당시 “이치로의 신기록 달성은 올림픽 금메달 이상의 성적이다”라며 이치로의 국민영예상 수상제안을 시사했었다.
이치로는 올 시즌 2백62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홈런타자가 넘쳐나는 메이저리그에 ‘세밀한 야구’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일본언론에서는 이치로가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우자 내심 이치로가 아메리칸리그 MVP도 획득하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MVP는 예외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팀 성적과 관련이 크다는 점에서 이치로의 생애 두번째 MVP수상 가능성은 낮다는 게 미국측 언론들의 전언이다. 이치로가 소속된 시애틀 매리너스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치로가 MVP를 타지 못하더라도 일본인들, 더 나아가 세계 야구팬들은 이치로가 보여준 '겸손'과 '진실함'이야말로 오늘날의 이치로가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치로는 이제 일본 야구영웅을 넘어서 세계속의 야구인으로 굳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