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생일 축하 광고, 박근혜는 안되는 이유]
보수진영 일각에서 추진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에 대해 해당 광고물을 심의·관리할 서울교통공사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서울지하철 5호선(광화문, 여의도, 종로3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천호)과 7호선(가산디지털단지, 고속터미널, 건대입구, 노원), 8호선(잠실역) 등 역사 10곳에는 '문재인 대통령 팬클럽' 명의로 대통령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들이 게시되어 있다. 나스미디어 등 광고대행사 3곳이 집행하는 광고물들은 2월 28일까지 게시될 예정이다.
그러자 보수진영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생일(2월 2일)에 맞춰 다음 주부터 박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서울과 대구 지하철에 추진하겠다"(14일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고문)는 얘기가 나왔다. 문 대통령 생일은 1월 24일, 박 전 대통령 생일은 2월 2일. 공교롭게도 전·현직 두 대통령의 생일이 9일 간격으로 붙어있다.
변 대표는 16일 박 대통령 축하 광고를 만들어 광고대행사에 맡겨놓고 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광고에는 "세상에서 가장 청렴한 박근혜 대통령님 66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의 영원한 대통령으로 선친 박정희 대통령의 빛나는 근대화 업적, 본인의 진실을 위한 투쟁을, 전 세계의 자유와 번영을 꿈꾸는 모든 나라들에 널리 알려주십시오"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계획대로라면 서울 광화문역과 대구 반야월역에서 2월 2일 전에 '박근혜 생일 축하' 광고가 게시된다.
그러나 서울지하철의 경우 "박근혜 지하철 광고는 문재인 광고와는 다르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서울교통공사는 광고대행사의 광고물 심의 요청이 들어오면 내부 도안심의위원회(광고업무 경험자 등 15명으로 구성)를 4~5일 이내에 소집한다. 문재인 대통령 광고 심의는 교통공사 내규(광고 관리규정 제29조 11항)의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동 조항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공공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정당 또는 정치 광고 여부. 다만, 광고 제한 기간이 아니라도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제한하며,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경우는 제외"라고 되어있다.
서울교통공사 "문재인 대통령 광고, '조건부'로 승인... 반응 나쁘지 않아"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이지만 대통령이 피선거권자가 아니고, 단순한 생일 축하 광고로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혹시라도 나중에 논란이 증폭되면 언제라도 광고를 내리는 '조건부 승인' 결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성중기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철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서울교통공사의 판단이다. 11일 광고 게재 후 서울교통공사 콜센터에 2000건이 훨씬 넘는 관련 민원이 들어왔는데, 95% 이상이 격려성 메시지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광고의 경우는 어떨까? 도안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여러 가지 범법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기다리는 피의자"라며 "생일 축하 메시지라고 해도 광고 게시가 사법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문 대통령 광고와) 달리 판단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변희재 대표는 "서울지하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안 되면 대구, 대구도 안 되면 부산으로 지하철 광고를 계속 의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