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여자의 숙명이자 운명이다
날씬한 여자들이라도 한번쯤은 거울에 자신의 몸을 비춰보며
"어머 이건 빼야해"라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날씬하던 시절의 나 또한 그랬다
본래 키에서 올림하면 170, 거기서 다시 반올림을 하면 2m의 장신을 자랑하는 나는
한때 몸무게가 46kg인적이 있었다
당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얼굴에 모든 몸무게가 집중된듯"
"다리만 40kg"
"응가하면 니 몸무게 10kg" 등등 매일 과분한 찬사를 듣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무게가 마음에 들지않아
어리석은 생각에 며칠을 쫄쫄 굶거나 하루에 다섯시간 이상 걷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어린날 어리석게 행했던 다이어트 덕에 지금 나의 몸은 초등학교 1학년생 소풍 전날 부푼 마음보다 더 부풀어버렸다
중2때 샀던 청자켓이 20대 후반까지도 낭낭하게 (ㅇㅅ아님) 맞았던 나의 몸뚱이는
지금은 그 청자켓의 팔구멍이 콧구멍보다 작아져 그 사이로 겨우 숨을 내쉴뿐
지난날 들었던 찬사는 듣지 못한지 오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살이 찌고 난후에는
다이어트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씬하든 뚱뚱하든 나는 나고
그렇기에 나의 미모 또한 변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얼굴만 믿고 까분다는 얘기를 들어도 상관없다
사실 얼굴만 믿고 까불고 있는게 사실이기도 하다
자신감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던 어느 날
술 한잔 하기위해 찾은 동네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내게 말을 건넸다
"아재아가씨는 덩치가 좋아서 그런지 먹는 것도 잘 먹네????????????????????"
포장마차 아주머님의 말씀에 자존감 하나로 살아온 나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덩...치? 한치두치세치네치 뿌꾸빵도 아니고 덩치? (아재 맞춤 유치개그)
그렇게 술과 함께 충격을 한사발 먹은 나는 겨우 잠을 청하고 다음날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했다
길게는 몇년, 짧게는 두어달만에 만난 친구들이 날 보자마자 일제히 내지른 탄성은 한결 같았다
"유헤드 빙빙? 유바디 뚱뚱!"
실로 충격적이었다
살이 찌긴 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반응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괜춘. 내겐 예스터데이 빛나는 바디보다 투데이 더 눈부신 페이스가 있으니까" 라고 보그병신체로 허세를 떨었지만
속은 아니었다
이정도까지 심각하게 쪘다고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등록한 동네 요가학원
온몸을 비틀수록 삐져나오는 옆구리살과 스트레칭을 할수록 늘어나는 뱃살을 바라보며 이제는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후로 작심하루 다이어트가 계속 됐다
매일 새로 눈뜨는 아침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전까진 친구들을 안만나겠다고 다짐했다
그후 두달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도 만날 친구가 없단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의 다이어트는 허무하게 끝이 났고
나는 지금 이시간에도 오징어를 씹으며 맥주 한캔에 미소 지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