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장만한 내 집. 아니 우리집. 우리집으로 이사온지 1년즈음 후 딸아이는 막 말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게 모야?" "물 주세요" "안냐째요"등등.. 딸아이의 말이 한마디씩 늘 때 마다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한참 이게 모야? 저건 모야? 라고 묻고 내 대답 듣기를 즐기던 우리 딸아이가 하루는 잠자기 전 침대 위에서 안방 장롱을 쳐다보고 앉아 유독 한 곳을 가리키며 이게 모야? 라고 물었다. "응? 저건 장롱이야. 옷이랑 이불 넣는 곳~" "아니, 저거 뭐야?" "장롱~" 그런데도 몇번이나 컴컴한 장롱 어느구석을 집요하게 가리키며 뭐냐고 묻는 딸.. 잠깐 오싹했더랬다. 나는 대학시절 때 유독 가위에 잘 눌렸고 귀신을 보지는 못하지만 귀신이라는 것 자체를 무서워했기에(현실에서 귀신은 못봤지만 가위 눌렸을 땐 늘 귀신을 보았다) 애써 딸아이를 끌어안고 장롱이라고 대답하며 무서운 마음을 뒤로한채 잠들었다. 얼마쯤 잠들었을까. 딸아이의 우는소리가 들려 벌떡 일어났더니 자기 전에 가리키던 장롱을 보며 자지러지게 우는게 아닌가... 야근으로 집에 없는 신랑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고 기다려지는 순간이었다.. 무서웠다. 도대체 저기에 뭐가 있어서 이 아이가 이러는걸까...
하루는 외출을 하고 집에 왔는데 신발을 벗던 딸아이가 닫혀진 현관문을 보며 "아저씨 나 다녀왔어"라고 말했다. 신랑은 주차하고 오느라 아직 안들어왔는데 딸아이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뭐지? 뭐가 있는거지? 나는 또 무섭다. 주차를하고 잠시 후에 들어오는 신랑에게 이야기했더니 신랑은 딸아이에게 아저씨가 어디있냐고 재차 물었다. 물을때마다 딸아이는 현관문의 중간즈음을 가리키며 "아저씨 있쪄"라고 했다.. 신랑은 딸아이가 어려서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라며 무시하라는데 난 잠자기 전 거실을 정리하고 불을끄고 들어가다 깜깜한 현관문을 지나칠때면 늘 무언가가 있는거 같아 무섭다. 물론 안방에 장롱도..ㅠㅜ 매일 마다 아저씨를 찾는 건 아니지만 딸아이는 가끔 내게는 보이지 않는 아저씨에게 말을 한다. 이젠 발음만 유아스러울 뿐 제법 유창하게 떠드는 아이는 과자를 먹다가도 현관으로 달려가서 "아저씨, 과자 맛있겠지? 엄마가 준거다~~~~"한다거나, 어린이집에 가기 전 머리를 곱게 빗겨주면 현관으로 달려가 " 아저씨, 이것봐~ 엄마가 나 예쁘게 머리해준거야~~~~"라며 말을 건넨다.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딸아이는 안방에 장롱을 보면서는 이제 뭐라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현관에 아저씨는 아직 있는 모양이다. 가끔씩 현관을 보며 아저씨를 찾는걸 보면...
그래도 아이가 아저씨를 무서워하지 않고 딱히 우리집에도 큰일이 없는데다 사실 이 집으로 오고나서부터는 나도 가위에 눌리는 일이 없고, 둘째도 가지고, 무슨 일이 생겨도 물흐르 듯이 잘 풀려서 아저씨는 어쩌면 이 집의 수호신인가 싶기도 해, 처음보다는 오싹함이 덜하다..
실제 딸아이 이야기인데..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할지 모르겠네요. 어제 공게를 보다가 사진을 보고 판독해주신다는 분의 글을 보고 저도 저희집 장롱과 현관문 사진을 찍어서 올려볼까하다가... 진짜 뭐라도 있다고 하면 아무리 좋은거라고 해도 무서울거 같아 사진까지는 못올렸지만... 이야기나마 주저리 주저리 풀어봅니다.. 뭐.. 아마도 좋은 아저씨겠지요... 좋게 생각하렵니다... 안그러면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