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베오베 갔던 멘드롱따또입니다.
어제의 사진은 2008년도 사진이라 지금과 많이 달라요. 지금은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아재입니다.
음... 유부는 안 까인다고 해서 살짝 글 남깁니다.
다행히 아내가 인터넷을 잘 안 해서.
저도 몇 번 연애하다 헤어지고 그러다가 스르륵에서 10년간 활동했는데 실제 그 시기에 사진 찍고 여행 다니고
돌아다니는 게 좋아서 틈만 나면 여행 다녔어요. 괜히 SLR 카메라에 스트로보 붙여서 무겁게 다녔죠.
술과 담배를 전혀 안 하기에 크게 돈 드는 곳이 없다 보니 동남아 여행을 자주 갔는데 그러다 혼자인 게 참 익숙해지더라고요.
애인 없으니까 늦게까지 놀고 직장 동료들과 휴가 맞춰서 홍콩, 마카고, 태국, 필리핀 놀러 가고...
한참 그렇게 지내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는데 아내는 사실 내 첫 인상이 별로였다네요. 수엽 2일쯤 안 깎은 채로 모자 눌러 쓰고 나갔고
차가 참 드러워서요. 겉에도 좀 찌그러졌고...
그래도 아내가 멀리서 왔다고 차를 사줬고, 한 번만 보려고 했는데 제가 담에 연락하니 2번째 보게 됐고...
인천에서 구리시까지 왔다고 밥값도 차값도 계속 내더군요. 보통은 여자가 돈 잘 안 내는데 먼저 내니 되려 당황스러웠어요.
그렇게 몇 번 더 보다 아내가 직장에서 안 좋은 일 있을 때 제가 위로하러 새벽에 달려간 게 힘이 됐나봐요. 그 때부터 부쩍 가까워졌어요.
(사실 여자 꼬실 줄 알았던 거죠)
저도 좀 칠푼이고 아내도 칠푼이지만 둘 다 꽤 착하고 정이 많은데 아내는 취미가 요리예요. 그래서 제가 놀러 가면 늘 밥을 차려줬어요.
대략 이렇게.
그런데 한 번은 야근하는데 아내가 회사에 사람 몇 명 있냐고 묻더니 회사 직원들 것까지 싸갖고 왔더라고요. 한 명의 것도 아니고 회사사람의 도시락을 전부! 그 때 사실 결혼 결심했어요. 아내가 나는 식사 거르지 않게 잘 챙겨주겠구나 싶어서요.
나이 좀 먹다 보니 살다 보면 다 비슷비슷하지... 라는 생각이 많았거든요. 그 때 아내가 싸 온 도시락 수준이 제법 훌륭해서 주변에서도 제 연애를 인정했죠. 그 전까지는 애인 있다고 해도 안 믿고 사이버 러버라고 놀렸습니다.
그래서 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살고 있어요. 이제 곧 결혼 3년차가 돼요.
결론은 저 사진처럼 얼굴이 부었다는 거에요. 지금은 더 쪘어요. 원래 결혼하면 찌잖아요?
맨날 앉아서 일하고 밤에 아기 보고 아내가 만든 음식 먹다 보니 찌기만 하고 뺄 시간이 없는데
그냥 지금은 이 상태로 힘들지만 행복하네요.
외벌이라 아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아끼며 생활하지만 1년에 한 번씩 꼭 돈 모아(소득공제 받아서) 해외여행 다녀 옵니다.
결혼 전 놀던 버릇이기도 하고, 회사 일을 완전히 잊을 수 있는 시기인데다 아이도 아내도 호텔에서 지내며 맛난 레스토랑 다녀오고 구경 다니게 하고 싶어서 나름의 목표로 삼고, 지켜오고 있어요.
아직 커플이 아닌 분들이 많을 텐데 저 실제 보면 키도 안 크고 평범해요. 아내도 결혼 전엔 예뻤는데 지금은 살 많이 쪘어요.
외모 별로 안 중요해요. 죽을 때까지 함께 살 수 있을 정도로 서로 아껴주는가, 힘들고 지쳤을 때 날 더 배려해줄 수 있는가, 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한 번쯤 내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때론 먼저 양보하려 하는가 이런 조건을 함께 맞춰갈 수 있다면 누구든지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러니 애인 없다고 너무 투덜거리지 말고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외모보다 그 사람의 말투, 행동거지, 타인에 대한 배려심 등등을 보세요.
여자 외모는 3년 가고, 여자 음식솜씨는 30년 가고, 여자의 지혜는 3대가 간다고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말씀하셨는데
저희는 최소한 30년은 보증 받았어요. 이제 둘이 함께 지혜로워지도록 노력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