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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패키지게임 시장의 몰락
게시물ID : gametalk_1008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유연
추천 : 15
조회수 : 2458회
댓글수 : 132개
등록시간 : 2013/09/20 16:52:04







저번에는 대한민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의 몰락에 대하여 나의 생각을 졸필로써 풀어보았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127187&s_no=127187&page=5

상당히 논쟁이 된 듯 한 글이긴한데, 저번에도 말 했지만 이 글은 게임업계에는 발조차 내밀어본 적 없는 순수한 유저의 입장에서 바라본 글이다

리플에 자칭 게임업계 관계자 라는 분들의 욕과 비꼼이 도배되어있는데...  좀 거시적인 관점에서 테클 걸어주기를 바란다.


어쨋든 저번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까지 약 10년 정도에 걸쳐서 한국의 온라인게임시장의 몰락에 대해서 글을 써보았고.

이번엔 좀 더 옛날인 온라인게임시장이 활성화 되기전, 패키지시장의 몰락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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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학교 끝나고 집에가는 길이었는데 학교 앞에서 아저씨 2명이 게임CD를 나눠주고 있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달려라 코바' 라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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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서 잡지회사 영업사원들이 우리회사꺼 잡지 사주라면서 나눠준 게임이었다. 일종의 마케팅이었다.

달려라 코바라는게 옛날에 SBS에서 였나.... 방송사에서 송출해 주는 화면을 ARS를 통해 대기하던 사람이

전화로 조종해서 일정이상 점수를 넘겨서 승리하면 경품도 받던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꽤 유명했던 TV프로그램이었고 학교 앞에서 그런 유명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임을 할 수 있다는건 큰 충격이었다.

솔직히 지금 하라고하면 못할 게임이지만....

어쨋든 이걸로 인하여 나는 '게임 잡지' 라는게 있다는걸 처음 알게되었고. 한푼 두푼 용돈 모아서 게임잡지 사는게 그시절 즐거움이었다.



당시에는 피씨챔프와 게임피아 두 잡지가 양대산맥이었던걸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둘 중에 누가 더 낫냐 하면서 싸웠던 기억이 나니까..

그러던 96년 어느날이었다. 강릉에서 무장공비가 침투해서 연일 뉴스에서 곧 전쟁난다면서 설레발치던 시끄럽게 떠들던 시절.

그떈 속셈학원이라 불렀었는데.. 어쨋든 학원이 끝난 뒤 근처 서점에 들려서 그날도 어김없이 게임 잡지를 구경하던 난 뭔가 이상한걸 발견했다

'게임피아'에서 잡지를 사면 정품게임CD를 준다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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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한다. 삼국연의, 내가 처음으로 잡지에서 받은 게임이니까.

정품CD 준다는데 이 잡지를 선택하는건 당연한 결과였다. 당연히 판매량은 폭등했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피씨챔프 vs 게임피아 누가 더 낫냐 하면서 싸우던 놈들도 이거떄문에 죄다 게임피아 샀을 정도였으니...



이때 이후였다.. 잡지를 사면 게임을 끼워서 넣어주던 때가...  

이젠 내용보다 게임잡지마다 무슨 게임을 끼워 주느냐가 큰 관심사였다.
(물론 단순히 데모영상 제공을 게임제공으로 착각해서 낚인적도 많았었지...)



피씨챔프와 게임피아 이후로 출간된 후발주자들까지 정품CD를 잡지에 끼워서 팔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게임잡지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기시작했다.

생각나는것만 적어도 V챔프, PC챔프, 게임피아, 게임메거진... 등등 정말 많은 PC게임 잡지들이 난립하던 시기였다.



처음에는 그때 당시의 기준으로도 오래된 고전게임을 1개 정도 끼워주던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발매된지 얼마 안되는 게임이 부록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또 얼마 지나지않아 한 잡지에서 2개, 3개, 4개씩 제공하는 정품 CD의 양이 늘어가며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판매량을 높히기 위해 심지어는 품 CD와 케이스, 프린팅까지 완벽하게해서 끼워넣어 파는 일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잡지를 사면 "정품과 100% 동일한 게임을 준다"는 광고문구까지 박아넣어서 홍보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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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 이터널, 파랜드 택틱스1/2, 워크래프트2, 삼국연의2, 신영웅전설3, 무인도이야기 시리즈, 데빌포스3,  은하영웅전설5, 드래곤나이트4, 

슬레이어즈, 쥬라기원시전2, 써든 스트라이크 2, 파랜드 택틱스 FX, 이스2 스폐셜, 천년의 신화, 삼국지천명1,2

영웅전설1/2/3 , 뿌요뿌요2, 프린세스 메이커1,2, 어쩐지 저녁, 페르시아 왕자 1,2 그로우랜서 시리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R, 문명2, 

심시티 한글판, 임진록1,2, 브랜디쉬3, 커맨드 앤 퀀커 골드 시리즈,롤러코스트 타이쿤, 영웅전설5



지금 생각해봐도 주옥같은 고전 명작들이 8천원짜리 잡지에 2~3개씩 끼워져서 팔리기 시작했다



다른 잡지들에 비해 PC챔프(후에 PC파워진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에서 제공해주는 게임들이 정말 월등했던걸로 기억한다. 

특히 대항해시대3은 나의 지리점수를 책임져주는 고마운 존재였으니....




이런 출혈경쟁의 정점을 찍은것은 99년부터 2000년 이였다.

미소녀닌자 모험기1/2, 도키메키 메모리얼, 워크래프트2 한국어 더빙판, 판타스틱포츈, 에반게리온 강철의 걸프렌드,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4 처럼 급기야는 국내에는 발매도 되지 않은 게임이 잡지 부록으로 한글화 되어 튀어나오는 사태까지 발전했고

심지어는 발더스 게이트 1, 이스2 이터널퀘이크3 까지 잡지에 끼워주면서, 정품 CD와 케이스, 프린팅까지 동일 정품과 완전히 동일하게 내놓았다

잡지를 사면 아에 정품을 준다는 것을 광고문구로 내세우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이런식으로 잡지에 게임을 끼워서 제공하게 되면서부터 전체적인 잡지기사 퀄리티가 미친듯이 떨어졌다. 

일단 게임유통사와 계약으로 인해 합법적으로 제공하는데다가 심지어는 한글화에 더빙까지 해서 잡지에 끼워넣어줬으니 지금의 인터넷 찌라시의 기레기조차

한수 접고 들어 갈 쓰레기 글들이 잡지라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생이였던 내가 글을 써도 더 잘쓰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니..

사의 내용은 눈뜨고 보기 힘들정도였다.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기사에 점점 관심을 갖지않게 되면서 게임과 게임잡지 간의 주객전도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게임CD끼워팔기는 정품게임의 가치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매달마다 8천원짜리 잡지 하나 사면 서너개씩 정품이 딸려오는 판에 

어떤 호구가 정품을 구입하려고 할까?

발빠르게 정품을 구입한 유저들은 몇달이 채 되지도 않아 잡지부록으로 딸려나오는 걸 보면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한 마디로 비싼 돈 주고 정품 사면 몇달뒤에 같은게임을 잡지사면 끼워주는데 당연히 제값주고 구입하는 사람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정품의 가치는 떨어져가게되고, PC통신의 발달과 더불어 음성적으로 활동하던 '와레즈' 라는 사이트가 점차 활성화 된다.

지금의 네티즌에게는 많이 생소할 수 있겠는데.. 지금의 프ㄹ나 라던가 토ㄹ트 같은 p2p 프로그램이나 클x박스, 기타 웹하드 처럼 불법으로 프로그램을

공유한다는 면에서는 같은 맥락이나 와레즈 경우는 p2p나 웹하드처럼 기업에 의하여 프로그램에 의존한 공유 방법이 아닌, 

개인에 의하여 보안이 허술한 게시판등에 자료를 첨부파일형태로 업로드하여 공유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이용자가 느끼는 이용의 형태가 달랐는데 p2p경우는 프로그램을 설치해야한다는 번거로움과 다운로드요금을 지불해야하는데 이 때문에 

대개 많은 사이트를 이용하기 보다는 1~2군데 주로 이용하는 곳이 있었던 반면 와레즈 경우 다운로드요금이 없고 웹상에 올려진 자료를 다운

받는 형태이기때문에 프로그램을 깔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만큼 자료량이 많지 않고 타서버에 무단으로 올려진 자료다보니 쉽게 

삭제되는 경우많았다. 그 때문에 후자 와레즈는 보다 많은 사이트를 즐겨찾기등록을 해놓고 이용하는 형태였다.








이렇게 와레즈의 불법복제, 그리고 게임잡지의 정품 끼워주기 경쟁에 삐걱거리던 한국의 패키지 게임시장은 2001년, 창세기전 시리즈로 유명한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1: 눈사태의 망령' 발매와 동시에 완전히 무너져버리게 된다.


마그나카르타.jpg



첫 전투의 돌입과 동시에 튕겨버리고 동봉된 패치를 깔고 나니 평타는 들어가는데 기술을 쓰니 튕겨버리더라.. 할 정도로 버그가 심했고

게임의 셋업파일 조차도 버그가 있어서 게임 인스톨조차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걸 뜯어본 한 프로그레머에 의해서 정말로 만들다만 내부테스트 버전(알파버전)을 그대로 포장만 해서 5만원에 팔았다는 사실까지 들통나면서 

결국 게임이 리콜되는 막장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었고 소프트맥스의 홈페이지에는 사과문이 기제되었다. 

그런데 그 사과문이라 올린 글 내용이 '국내 게임 제작 상황이 구려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내용으로 또 한번 유저들의 분노를 일으켜,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는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번져나가게 된다.
(이게 얼마나 안 팔렸는지 15년전 5만원에 팔리던 게임이 지금도 물량이 남아서 1만원에 일러스트집까지 그대로 준다고한다)




마그나카르타 사건은 '한국의 아타리쇼크' 라 비견될만한 사건이었고 최후의 보루였던 소프트맥스마저 이렇게 PC패키지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겨우 호흡기 달고있던 한국패키지시장은 이렇게 마그나카르타 사건에 의하여 종언을 고하게 된 것이다.



2000년 들어서 PC통신의 급격한 발달과 맞물려 출혈경쟁을 일삼던 게임잡지들 또한 자연스럽게 사양길로 접어들게된다.

국내의 게임 제작사들은 당시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투자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으므로,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게임잡지에 게임을 덤핑으로

팔아넘겨서까지 급전을 땡겨올 수 밖엔 없었던 것이 악순환이 되어 곪고 곯아 나중에 마그나카르타 사건으로 인하여 터지게 된 것이다.

특히 인터넷 속도와 와레즈로 대표되는 불법 공유의 악순환속에서 그 어떤 누구도 패키지 게임을 아무도 만들지 않게 만들었고, 

더불어 잡지라는 활자매체는 컨텐츠는 물론이거니와 속도에서조차 웹 사이트에 밀리기 시작하였다.




공략할 게임도 없어졌으므로 결국 나중엔 게임잡지에 제공되는 CD의 내용은 온라인게임의 클라이언트나 PC게임 데모가 차지하게 되었다

이조차도 판매량이 감소하자 소리없이 폐간되기 시작했다. 시대에 맞게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게임 시장 자체가 넓은데다가 정품 구매율이 높고, 처음부터 게임산업 또한 IT산업의 일부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국보다 쉬웠기에 콘솔 게임기를 위주로 한 패키지 게임 시장이 아직도 매우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최근들어서 온라인이 대세화 되자 주변 환경에 발맞추어 스팀 같은 정품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가 생겨나기도 했을 정도로 그 내실을 쌓은것이다.

한국에 비하여 열악한 속도와 비싼 통신료를 감당해야 하는 북미와 유럽에서 한국과는 비교 할 수 없는 더 잘 나가는 온라인 게임샵을 열게 된 것을

지금 생각하노라면 정말 아이러니라 할 수 있을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게임잡지의 정품CD 끼워주기 경쟁과 와레즈등에 의한 불법유통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 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마그나카르타 사건은 단지 그것이 곪고 곯아 터져버린 것이었을뿐.



게임 잡지들의 정품끼워주기 자체가 시작된 이유는 게임산업과 IT 산업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조차 없었던 투자회사들의 투자부족, 그로인한

자본금 부족과 원본 컨텐츠 자체를 존중하지 않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법 복제도 문제지만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작품을 헐값에 팔아야 되는 실정에 놓인 개발자들의 비극과 이런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자행하여 

개발자들의 노력이 담긴 작품들을 헐값으로 만들어버린 게임 잡지사들의 경쟁은 게임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 하기에는 충분하였고,

충분히 비극적이었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가 발생하였고 한국 패키지게임시장을 완벽히 몰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 패키지게임의 몰락은 게임회사들이 타계하기위해 온라인 게임으로 눈을 돌려서 다른 국가보다 먼저 온라인 게임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이 전철은 그대로 밟은 온라인게임시장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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