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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분쟁, 그리고 아재상스를 바라보며
게시물ID : freeboard_8339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디엔가
추천 : 2
조회수 : 42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13 15:01:33


여성시대는 주장합니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으며, 모든 자료는 여시가 아니라 일베, 쭉방, 오유가 악의적으로 분탕질한거라고.
오유가 일베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들의 주장엔 명백한 근거가 없습니다. 조작만 있죠.
그래도 그들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똘똘뭉쳐서 새 조작에 골몰하고 있죠.





처음엔 여시가 왜 저러나 싶었었는데...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이상하게,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광경 같은 겁니다.





스르륵 운영진은 앞에선 사과문을 올리고, 뒤에서는 저항하는 회원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사과문은 존댓말투성이지만, 탄압은 소리없이 무자비하죠.

이 역시 어디서 많이 본 광경 같습니다.







저는 여시에서 정부를, 국정원을, 새누리당의 얼굴을, 스르륵 운영진에게서 삼성을, 현대를, 대기업들의 민낯을 봅니다.
저는 뉴스에서 왜 정부와 대기업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물타기나 해대는지, 노조탄압과 시위탄압을 왜 그리 열내며 하는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정부나 여시나, 사실 진심으로 막고 싶었던 겁니다. 자신들이 틀렸다는 그 사실을 말입니다.





여시는 한때 우리와 같이 박근혜정부를 비난했던 커뮤니티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완벽해보이는'커뮤니티에 오점이 있다는 걸 견딜 수 없어했고,

지금은 박근혜정부와 다를 바 없이 잘못을 회피하고, 타 커뮤니티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스르륵 운영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그저 스르륵을 관리하고 확대시킬 계획만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스르륵의 영달'에 정작 스르륵 회원들은 없었던 겁니다.

'회사의 성장'을 그렇게 말하지만, 정작 '사원의 성장'은 없었던 그 대기업들처럼.



여시도, 스르륵도 사실 정부나 국정원, 대기업과 별 관련 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 그들의 행동은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활동에 결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정당함보다는 '자신만의 믿음'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있을 뿐.






여시와 스르륵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저는 한가지 씁쓸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악은 악당이 아니라 악한 행동에서 나오며,그렇기에 이 세상 누구나 악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악'이라 부르는 것은 사실 독수리오형제의 알랙타나, 와우의 리치왕처럼 악당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대부분 막아야 하는 악은 사실 악한 행동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오유나, 망명해 오신 스르륵 아재분들까지도 조심해야할거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어느 새 악당이 되어 있을지 모르니까요.

우리가 장동민 사건 당시 장동민에게 최소한의 변호를 해줬던 쉴더분들에게 했듯이,
악한 행동을 하는 순간, 우리도 여시나 다를 바 없게 되는거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장동민 사태 때 오유를 떠났던 쉴더들에게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씁쓸함과 동시의 희망도 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있었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아재상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했던 두 커뮤니티 회원들의 화합을요.



오유는 여시논쟁의 전장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이트가 붕괴될 위험에 빠진 SLR클럽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시에게 휩쓸리고 장동민, 레바논쟁에 흽싸이면서, 오유도 그에 준하는 내상을 입었습니다.
당장 나무위키나 무도갤을 봐도 오유의 위상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죠. (여시 2중대... 반박할 수 없는 내가 슬프다...)


그럼에도 이번 논쟁 최대의 수혜자는 아마 오유일 겁니다.
여러분들이 그 증거를 보고 계시죠. 베오베에 흩날리는 이 엄청난 퀄리티의 사진들...
오유가 이정도의 컨텐츠를 갖춘 게 과연 얼마만일까요?

오유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SLR클럽 출신 아재분들에 의해, 
[양질의 새 컨텐츠를 생산할 능력]을 잠시나마 얻게 되었습니다.

웃대에 밀리고, 디시에 밀리던 그 능력 말이죠.





이 성장을 가능케 한 것은 사실 아주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부끄러운 모습으로 무너저간 SLR클럽을 바라보며, 침통한 마음에 ㄷㄷㄷ하며 들어오신 아재분들에게,

우린 [순수한 환대]로 화답해 주었습니다.



오유는 어리숙합니다.
일베가 처음 왔을 때도 우리는 환대했고,
여시가 처음 왔을 때도 우리는 환대했습니다.

그리고 이용당했죠.

심지어, 현 사태에서도 여시를 욕하며 들어오면 여시출신 회원을 환대합니다.
그래서 나무위키나, 무도갤 회원들은 우리에게 거침없이 비판합니다.

'이용만 당하는 어리석은 사이트'라고요. 맞는 말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SLR클럽 아재분들이 오셨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분들의 사진과 언변에 감탄하고 환호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웃대나 디시, 딴지나 쭉빵, 그리고 다른 모든 커뮤니티들이 우리보다 현명하지만,

우리보다 환대를 잘해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솔직히, 우린 아재분들 왔을때 그냥 멍~ 하니 놀라서 추천을 박아드리지 않았습니까?
순수하게 기뻐하고 말이죠. 그것도 존댓말루요.





저는 여기서 아주 단순하지만 확실한 답을 얻었습니다.

'좋은 컨텐츠를 얻고 싶으면,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을 대접하라'

'다른 이에게 이해받고 싶다면 먼저 그를 이해하라'

오유의 어리숙함이, SLR아재들에겐 '대접이자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오유는 이번에 큰 과제를 여럿 받았습니다.

장동민 사태에서 보여줬듯이, 한 쪽에 선동당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될 것이고,

새로 오신 아재분들이 오유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우리와 사는 모습도, 문화도 달랐던 아재분들과 충돌이 있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아재들같은 컨텐츠 생산자에게 뭘 더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겁니다.









악은 악한 행동과 같으므로,

우리 역시 악한 행동을 한다면 여시나 스르륵 운영진과 다를 바 없어질 테니까요.





좌린 2015 4.16 약속의 밤.jpg



다만 우리를 우리답게 하고, 우리에게 아재상스를 가져오게 했던 그 마음.

사람을 잘 믿고, 이해타산이나 강한 척 보다는 순수하게 사람을 이해했던 그 마음은 잊지 맙시다.



그게 보답받았던 오늘을 잊지 맙시다.





출처 딴지일보 : [좌린 스케치]약속의 밤과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방식 : 4.16일에서 18일까지의 현장
http://www.ddanzi.com/ddanziNews/407897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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